경북대병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 19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경북대병원 본원 축소에 반대하는 응급의료 위기대응 시민대책위를 결성하고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복지시민연합과 대구시민의료생협 등 27개 단체로 구성된 '경북대병원 본원 축소, 응급의료 위기대응 시민대책위(아래 시민대책위)'는 15일 오전 경북대병원 본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경북대병원 본원 축소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경북대병원이 칠곡 경북대병원 490병상, 3병원(임상실습동) 700병상으로 확대하고 삼덕동 본원을 950병상에서 340병상으로 축소해 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한 급성기질환 전문 진료 센터로 기능을 축소할 계획"이라며 "대구의료원보다 작은 규모인 340병상으로는 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것이고, 이는 지역응급의료체계의 정점인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본원 축소사태는 경북대병원 내부 구성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받을 권리를 가진 대구시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며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한 바 없을 뿐 아니라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경북대병원의) 이번 사태는 대구 전체의 의료공급체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절실함을 보여준다"며 "경북대병운은 제3병원 건립계획과 본원 축소계획을 중단하고 대구시도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라"고 촉구했다. 논의기구를 통해 경북대병원의 공공적 역할과 응급의료 공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성완 대구장애인연맹 대표는 "경북대병원 본원의 병상을 950개에서 340개로 줄이겠다는 것은 시민과 의료약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병원이 공공의료가 아닌 돈벌이를 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도 "경북대병원이 제3병원을 짓겠다는 것은 단순히 노사간의 문제가 아닌 대구시민의 건강권과 관련된 문제"라며 "사회적 의제를 노조가 던졌다면 이제는 시민사회가 고민하고 공동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본원 축소에 따른 지역민들의 의료공백 우려가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며 "칠곡 병원이 생긴 후 의료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아 생긴 의료공백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경북대병원이 산부인과를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하다 응급을 요하는 신생아 수술을 감당할 수 없다며 만삭의 산모를 서울로 보낸 사건을 의료공백의 예로 들기도 했다.
시민대책위는 경북대병원이 추진하는 제3병원 건립과 본원 축소 계획을 당장 중단하고 본원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어 경북대병원 노동자를 포함한 내부구성원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논의의 틀을 만들어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하지만 경북대병원 측은 이미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추진한 임상실습동(제3병원)은 노사 협상이나 시민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북대병원 장기발전 계획에 따라 의과대학, 간호대학, 약학대학이 옮겨가게 되면 현재의 칠곡병원으로는 이들 학생들의 교육 및 연구, 실습시설이 현저하게 부족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은 또 임상실습동 증축은 이미 249억 원의 국비를 교부받아 진행 중인 사업으로 현 시점에서 중단하거나 폐지할 수 없는 것이라며 건설사와도 계약이 되어 있어 중단할 경우 수백 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19일째 장기파업을 벌이고 있는 경북대병원 노조는 간호인력 충원과 근로조건 개악 없는 임금인상, 제3병원 건립 반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간호인력 충원 외에는 협상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