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도 혈연도 없는 진도, 라이카 수놈 둘 머리를 맞대다-이상옥의 디카시 <관계>수원 토막 살인사건의 피해자 김아무개씨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3년 전 한국으로 들어와 착실히 삶을 살아오다 박아무개씨를 만나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보도는,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동물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돗개 수놈 한 마리를 분양 받아 키우면서, 진도가 혼자 집을 지키는 것이 보기 좋지 않아 라이카 수놈을 한 마리를 더 분양 받아 키우며 둘의 우정을 지켜보았다. 인간이라는 것이 부끄러웠다.
진도는 생후 2년 가까이 되고, 라이카는 이제 8개월령이다. 라이카는 비교적 대형견이기 때문에 벌써 진돗개보다 많이 크다. 진도가 성견이 되었을 때 라이카 강아지를 분양 받아 왔기에 서열은 이미 정해져 있다. 라이카가 덩치가 커졌지만 진돗개에게 깍듯하다. 사람으로치면 라이카는 매우 예의범절이 있는 개다.
절대로 먹이 다툼도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먹이만 먹고 그외 것은 넘보지 않는다. 둘을 데리고 저녁 산책을 하거나 토요일 같은 때 산행을 할 때도 둘은 다정하다. 라이카가 더 커지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이들의 우정이 깨질 것 같지 않다.
진돗개는 매우 청결하다. 자기 거처에서 배설하지 않는다. 꼭 산책할 때를 기다린다. 이틀 정도는 충분히 참는다. 그런데 라이카는 그렇지 못하다. 그냥 생리적으로 나오는 대로 배설을 한다.
그렇다고 진돗개는 라이카를 탓하지도 않는 것 같다. 자기 할 도리만 하고 원망 같은 것은 없다. 진돗개는 침착한데 비해서 라이카는 잘 짖고 성질이 매우 급하다. 타고난 기질이 다른데도 둘이 잘 지낸다.
사람들은 교육도 받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면서, 뭐 대단한 존재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우리 집의 진도와 라이카는 별다른 교육도 훈련도 받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지켜야 할 기본 예의 정도는 잘 안다. 사람은 기본 예의는 고사하고 동료를 무참히 살해까지 하는 일이 왕왕 일어나는 걸 보면, 역시 인간은 카인의 후예가 맞다.
이 참에 아예 "개 같은 〜"라는 말 대신, "사람 같은 〜"라고 바꾸어버리는 것이 어떨까 싶다.
덧붙이는 글 | 2004년부터 '디카시'라는 새로운 시 장르 운동을 해오고 있는바, 오마이뉴스를 통해 디카시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저는 시인으로 반년간 '디카시' 주간이며 창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