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이사회가 차기 총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동국대 이사회(이사장 정련 스님)는 16일 교내 로터스홀에서 제287차 이사회를 열고, 차기 총장을 선출할 예정이었다. 회의에는 김희옥 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가 모두 참석했다.
이사회는 4시간 동안 갑론을박 끝에 (외압 등으로 1위 후보가 사퇴한 상황에서) 1인 총장후보만으로 선출해도 <사립학교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교육부에 질의 후 회신이 오면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사회는 회의 시작부터 삐꺽댔다. 이사 영담 스님은 교육부의 김선근 신임이사의 승인은 조건부라며 시정요구 사항이 해소될 때까지 이석할 것을 주장했다. 격론 끝에 이사회는 김선근 이사에게 의결권을 주기로 했다.
안건 상정 여부를 놓고 다툼이 이어졌다. 영담 스님은 총장 선출건은 안건 채택을 보류하자고 했다. 조계종 고위승려들에 의해 김희옥 총장이 후보를 사퇴했고, 이를 이유로 조의연 교수도 후보를 사퇴했다는 이유였다. 이사회 소집 사항에 명시된 '3인의 소견 발표' 등을 이유로 절차상 하자도 지적했다.
이사회는 영담 스님과 일면·성타·명신·삼보·호성·심경 스님의 대결구도로 논쟁을 이어갔다. 이연택 이사와 감사 제정 스님이 학교 대외이미지 등을 이유로 총장 선출을 미룰 것에 동의했다.
영담 스님을 제외한 스님이사들은 "다수결로 정하자"며 이사장을 압박했다. 최대식 감사가 발언했다. 최 감사는 총장선출 강행은 법률적 합법성과 절차적 타당성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냈다. 최 감사 의견에 미산 스님이 동의했다.
스님이사들은 "총장 선출은 이사회 고유 권한이다. 미룰 수 없다"고 맞섰다. "일단 오늘 당선시키고 교육부가 잘못됐다고 하면 사퇴서를 받자"는 발언도 있었다.
오후 3시께 이연택 이사가 교육부 질의 후 이사회를 열어 재논의하자는 안을 냈다. 이사장 정련 스님은 "교육부에 관련 질의 후 회신이 오면 다시 이사회를 여는 것으로 하자"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자리를 떴다. 한 이사스님은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엿장수 마음대로네"라고 했다.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학생들은 이사회의장 앞에서 "총장선출 절차 다시 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송석환 전 회장 측 총동창회는 이사회 시작 무렵 "이연택 이사 물러가라"는 함성을 질렀다.
다음은 이사회의 주요 발언 정리
쟁점① "교육부 승인은 조건부... 의결권 제한해야"영담 스님: 김선근 이사 선출 때 여러 문제제기 있었다. 교육부에서 온 내용을 보면 시정요구가 있다. 일종의 조건부 승인이다. 이것은 교육부가 문제됐을 때 책임 못 지겠다는 것이다. 이사회가 책임지라는 내용으로 보여진다. 총장 선출에 하자를 남겨서는 안된다. 교과부 시정요구가 해소될 때까지 김선근 이사는 (의결권을 제한해) 자리를 이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잘못된 이사가 총장 선출에 의결권을 행사하면 총장선거에서 낙마한 후보자를 비롯해 동국대 구성원 누구든 총장선출이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런 하자를 남기지 말라는 것이다.
일면 스님: 교육부가 김선근 이사를 승인한 것은 차기 이사 선임시 보완하라는 것이다. 이연택 이사 생각은 어떤가?
이연택 이사: 법대로 하는 것이 맞다. 이사 재임 동안 요구해 왔지만 동국대 이사회 정관은 준법정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김선근 이사 선임을 둘러싼 잡음은 정관의 문제 있는 부분을 개정 않고 이사 결원을 충원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스님이 아닌 재가자까지 종단 종립학교관리위원회(아래 종관위)가 추천하는 것은 적법하지 못하다. 종관위가 이사장 앞으로 수차례 공분을 보내 김 이사 선임을 종용했다. 이런 것은 위법이다. 이사회는 자주성과 공공성은 갖춘 법인이지 조계종 산하 이사회가 아니다. 종단 지시를 따르는 것은 명백한 사립학교법 위반이다.
대개 공문은 조건 해소 후 승인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공문은 먼저 승인하고 시정요구를 더하는 형식이다. 납득이 안 된다. 이 부분을 교육부에 다시 질의해 명확히 해석을 요구하자. 우리 스스로 정관을 개정하지 못하고 교육부의 지적을 받은 사실에 부끄러워해야 한다. 늦었지만 교육부의 지적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절차상 하자로 인해 법적 다툼 소지를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영담 스님: 공문에 '다툼의 여지가 없도록'이라고 명시했다. 지금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이다. 문제제기를 아무도 않는다면 문제가 없지만 누군가 문제제기하면 문제가 된다. 이 책임을 나중에 누가 질 것이냐? 나는 책임 못 진다. 이사회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형사고발이 들어올 수도 있다. 이사들이 알아서 판단해 달라.
호성 스님: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부처님뿐이다. 깨닫기 전에는 모두가 중생이다. 법은 여건에 따라 바뀐다. 동국대는 부처님 가르침과 이념을 갖고 세워진 것이다. 이사회에 대립과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김선근 이사를 승인했다면 그대로하면 된다. 책임질 일이 있다면 우리가 결의했으니, 그때 가서 책임지면 된다.
성타 스님: 교육부가 일단 승인했다. 시정요구는 다음 이사회에서 처리하면 된다.
영담 스님: 중요한 안건을 다루지 않는다면 성타 스님 말이 맞다. 오늘 의결을 문제 삼아 소송이 이어지면 그건 어떻게 할 것이냐.
성타 스님: 우리가 의결해도 문제 생기면 책임은 이사장이 지는 것이다.
삼보 스님: 우리가 승인한 것을 다시 이사회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이사회 결정사항을) 일 저르고 나서 한 일을 부정하겠다는 것이냐?
영담 스님: 번복하자는 것 아니다.
미산 스님: 영담 스님 우려는 이해가 간다. 이 문제는 심도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신 스님: (법인사무처 직원들을 가리키며) 실무자들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 없다. 2년이나 이런 잘못을 뒀나. 문제되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 이사장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스님들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스님이사들이 병원, 교원 문제 등을 어떻게 일일이 다 알 수 있느냐. 앞으로 이사회가 함부로 승인해줘서는 안되겠다. 낱낱이 직접 조사해야겠다.
영담 스님: 사무처 직원들 잘못이 아니다.
정련 스님: 지난 2년 동안 총무원에서 얼마나 많은 압력이 있었는지 아느냐. 그대로 하는 것으로 하겠다. 영담 스님은 반대, 나머지 이사들은 찬성하는 것으로 진행하겠다.
영담 스님: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생길 소지를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형사상 일어날 일은 책임 못진다는 말이다.
명신 스님: 형사고 뭐고 이사들이 무슨 책임을 지느냐. 이사장이 종단 압박에 의해서 했다는데 무엇을 반대해야겠다는 것이냐.
정련 스님: 모든 문제는 이사장이 책임지겠다. (김선근 이사에게 의결권 주기로 함)
관련기사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