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로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변변한 직업이 없고 집 한 채가 자신이 소유한 재산의 전부인 바솔로뮤. 남들이 흔히 말하는 변변한 '스펙'조차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뇌종양으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어머니의 옆을 지켰다. 그의 어머니가 사경을 헤매며 바솔로뮤라는 이름 대신 '리처드'라고 부를 때도 그는 기꺼이 리처드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그런 그에게서 선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지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무료로 심리상담을 해주는 대학원생 웬디와 성직을 그만두고 그와 함께 있겠다며 찾아온 맥내미 신부 그리고 함께 집단 심리치료를 받던 맥스와 그의 여동생 엘리자베스까지.
세상에 홀로 버려진 바솔로뮤가 외로움을 채 느끼기도 전에 그들이 그의 옆자리를 채운다. 그들이 바솔로뮤에게 끌린 이유를 잘 안다. 그는 선하고 따뜻하며 무엇보다 긍정적이다.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견딜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해."어느 날 외출한 사이 불량배들이 그의 집에 침입해 집안을 아수라장을 만들어놓았다. 개수대를 막아놔 물이 넘쳐흘렀고 가재도구란 가재도구는 다 부수었다. 게다가 그 날은 어머니의 예순 번째 생일. 누가 봐도 화가 나고 괴로워할 상황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불안에 떨며 흥분한 바솔로뮤를 달래며 그렇게 말했다.
항상 바솔로뮤가 되뇌는 말이 하나 있다. '지금 이 순간의 행운'이라는 것인데 그는 이를 통해 슬픔을 통해 기쁨을 보고 행운을 통해 불운을 보려한다.
"이 균형을 다 맞추려면 누군가는 많이 힘들텐데, 미안하네. 우리가 좋은 일을 경험하면 세상 어딘가의 다른 사람은 나쁜 일을 겪는다고 엄마는 믿었거든요. 우리에게 너무 큰 행운이 찾아오면 우울해할 정도였어요. 타인의 고통으로 우리 삶이 즐겁다고 생각하면 슬펐던 거죠." 그렇기에 그는 누구보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성품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용감했다. 자신을 상담해주던 웬디가 배우자에게 맞고 산다는 걸 알고 난 뒤 그는 그녀를 돕기 위해 집까지 찾아가고 오히려 상담을 해준다. 그리고 그 도움으로 웬디는 다시 행복한 삶을 얻게 된다.
이 책의 말미에는 한 가지 반전이 숨어있다. 그 비밀을 알고 나면 바솔로뮤의 처지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그는 그것 또한 개의치 않는다.
"엄마 없이도 잘 살고 있습니다. 기적이요? 그런 게 있었던 걸까요? 어쩌면요. 어쨌든 난 감사해요."남들이 루저라고 부르는 그의 삶은 결코 누추하거나 남루하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주위 사람을 밝게 비추는 그. 결국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건 바솔로뮤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그리고 그보다 좀 더 많은 걸 가지고 태어난 우리의 삶 역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매튜 퀵 저/이수영 역/중앙북스/2014년 06월 출간/정가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