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 내에서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된 한국인들에 대한 보도(관련기사 :
캄보디아 체포 한국인들 "가족에게 알리지 마" 요청했다)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된 한국인 수감자 10명이 사건 발생 한 달 반이 넘도록 변호사 선임은커녕, 탄원서 제출조차 하지 않은 것이 추가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 A씨에 따르면, 몇몇 수감자들은 변호사 선임 등 정상적인 방식 대신 현지 브로커에 거액을 주고 재판 없이 빠져나오려다 결국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제보자 B씨는 현지 지인 또는 보이스피싱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사람들이 전문 브로커를 통해 수감자들을 빼내려다 미화 4만 달러를 날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캄보디아 대사관측 관계자는 "(브로커 개입 등)소문에 대해 이미 들은 바는 있다"면서도 브로커를 포함해 밖에서 수감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최근 현지 중간 브로커들이 더 큰 금액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없다.
이와는 별도로 일부 수감자 가족이 브로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상황도 포착됐다. 한 수감자의 부모는 지난 12월초 "딸이 2~3일 이내 곧 풀려날 것 같다"란 말을 대사관측 담당자에게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캄보디아에 오기로 한 당일 갑자기 항공예약을 취소했다고 한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의해 구속된 수감자 10명은 모두 20대 젊은 남녀다. 제일 나이가 많은 연장자도 고작 29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일부는 봉사활동을 하러 간다고 가족들을 속인 뒤 캄보디아에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사관 관계자는 "일부 수감자 가족들은 아직까지 '자식들이 절대로 그런 범죄를 저질렀을 리 없다'며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쓴 채 억류되어 있다고 믿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인 가담자 대부분 20대인데다 초범
교민사회 일각에서도 '이들은 진짜 주범이 아닌 단순가담범일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 금융사기 범죄를 기획 주도한 인물은 버젓이 현지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 모두 과거 전과기록이 없는 초범들이며, 캄보디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어린 대학생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제보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혹도 여전히 남아 있다. 캄보디아 현지인을 상대로 한 금융사기도 아닌데, 현지 경찰이 어떻게 수사에 착수하게 됐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이들을 긴급체포한 현지 경찰들이 IT나 금융사기 등을 전담하는 부서가 아닌, 내무부 경찰국 산하 대테러지원단 부대원들이란 사실도 의문을 더 키우고 있다.
현재로서는 실제 주범이 잡힌다면 이들은 단순가담범으로 간주되어, 비교적 가벼운 형량을 받은 후 풀려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법상 주범이 따로 있다하더라도, 인터폴을 통한 공조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수사에 한계가 있어, 수사 및 체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브로커 개입설을 들은 대다수 현지 교민들은 "한국인 망신을 시킨 것도 모자라 돈을 써서 나오려고 했다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일부는 "나이가 어린 대학생들 중에는 본의 아니게 사건에 연루된 단순 가담자들도 있을 수 있다. 대사관이 이점을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동정론을 펴기도 했다.
우리 외교당국은 약식재판을 거쳐 이들을 본국으로 강제추방하는 방안을 현지당국 관계자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교도소에 수감된 2명 "억울하다" |
지난 30일(현지시각) 한국인들이 수감된 프레이 쏘 교도소를 찾았다. 그중 수감자 2명을 면회했다.
장철수(가명)씨는 KBS 방송은 물론이고 다른 언론을 통해 자신들 소식이 국내에 알려진 사실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 "방송을 직접 봤다"고도 했다. 또 다른 인물 김민준(가명)씨는 '실제 주범 또는 배후인물이 있는지'를 묻자 "아무도 말할 수 없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수감생활에 대해 묻자 이들은 "교도소에서는 돈 없이는 모든 게 안 된다, 이 나라와 이곳이 이 정도 수준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열악한 수감생활에 매우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범죄를 인정하냐"는 질문엔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그럼 주범이 따로 있냐"는 질문에는 잠시 망설이더니 "지금은 누구도 믿지 못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면회 시간 내내 억울함을 호소하던 두 사람은 20분 남짓한 면회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씨는 현지 교민이 대신 싸준 김치, 고추장 보따리를 들고 철창 안으로 들어가며 "나중에 필요하면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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