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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현 고가시 모리시리 마을 사람들이 아침부터 산신제 제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가현 고가시 모리시리 마을 사람들이 아침부터 산신제 제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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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아침 시가현 고가시 모리시리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 첫날 아침 8시부터 마을 사람들이 마을 창고에 모여서 산신제 준비를 합니다. 준비가 끝나고 2시부터 다시 산신제를 위해서 준비한 제물과 제기를 들고 마을 뒷산에 있는 산신당에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마을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는 이유는 첫째가 선조 때부터 지내 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가 오곡풍년과 가내 안녕을 위해서 입니다. 시가현에서는 해마다 정월 초에 여러 곳에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그 이유나 근거는 명확하지 않지만, 위에서 열거한 것들을 말합니다.

이곳 시가현 고가시 모리시리 마을은 오사카에서 동북쪽으로 전차 길 90km 쯤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주변에는 논이나 산, 강이 있어서 예로부터 논농사를 지어 온 곳입니다. 그러나 차츰 생활환경이 바뀌어 인근 공업단지나 오사카, 교토 등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리시리 마을은 세대수가 모두 46 가구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세 반으로 나누어서 삼 년에 한 번 산신제를 준비하고 산신제를 지냅니다. 먼저 12월 말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산신제를 지내는 곳이나 사람들이 모이는 신사를 깨끗이 청소합니다. 그리고 제물을 미리 준비하여 둡니다.

정월 초하루 당번에 해당하는 마을 사람들 10여 명이 마을 창고에 모여서 제관이 준비해 놓은 대나무, 볏짚, 종이, 쌀들을 이용하여 제물을 만듭니다. 제물은 산신제 제상에 제물을 올려놓은 대나무 접시를 짜고, 대나무 젓가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밖에 금줄로 사용할 새끼줄을 꼬기도 합니다.

마을 공민관 부엌에서는 제관 부인이 중심이 되어서 제물로 사용할 찹쌀떡을 만듭니다.  이 마을에서는 찹쌀만으로 만든 흰 찹쌀떡과 팥을 섞어서 검붉은 찹쌀떡 두 종류를 만듭니다. 그 밖에 산신제 제물로 사용할 멸치 볶음, 오조니 떡국 등 여러 가지 먹거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마을사람들이 준비한 시가현 모리시리의 오조니 떡국과 마을 사람들입니다.
 마을사람들이 준비한 시가현 모리시리의 오조니 떡국과 마을 사람들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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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창고에서 시작된 제물 준비가 끝나면 준비물을 모두 가지고 공민관 다다미 방 도코로마에 진열하여 놓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공민관에서 오조니 떡국을 먹습니다. 오조니 떡국은 제관 부인이 중심이 되어 마을 사람들이 공민관 부엌에서 만든 것입니다.

오조니 떡국은 한국 사람들이 설날 먹는 떡국과 비슷합니다. 일본에서도 지역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가 조금씩 다릅니다. 이곳 모리시리 오조니 떡국은 따뜻한 된장 국물에 찹쌀떡 한 덩이, 당근, 연뿌리, 말린 두부들이 들어있는 담백한 맛이었습니다.

오조니 떡국과 같이 먹는 반찬 역시 지역에 따라서 다릅니다. 시가현 모리시리 마을에서는 멸치조림, 삶은 검정콩, 익힌 우엉뿌리들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오조니 떡국을 먹으면서 산신제의 진행 순서나 주의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준비한 산신제 제물을 공민관 다다미 방 도코로마에 진열해 놓고 간단한 의식을 열고 있습니다.
 준비한 산신제 제물을 공민관 다다미 방 도코로마에 진열해 놓고 간단한 의식을 열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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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오후 1시 45분에 다시 마을 공민관으로 모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산신제 제물 앞에 앉아서 제관이 중심이 되어 축문을 읽고 간단한 의식을 거행합니다. 의식이 끝나면 오미키라고 하고 제물로 사용한 술을 작은 접시에 부어서 마십니다. 안주는 제물로 사용한 쌀 몇 톨을 동백나무 잎으로 떠서 먹습니다.

공민관에서 간단한 의식이 끝나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제물을 들고 산신제를 지내는 마을 뒷산에 있는 야사카신사 갑니다. 제관이 대나무에 종이를 끼운 고헤이를 들고 맨 앞에 서고 나머지 제물을 든 마을 사람들이 줄을 지어서 갑니다. 이 때 제관이 에토에토라고 하면 뒤에 따르는 마을 사람들은 니타니타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갑니다.

  제관이 맨 앞에 서고 줄을 지어서 마을을 지나 마을 뒷산 야사카신사에 가고 있습니다. 이 때 마을들은  에토에토, 니타니타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제관이 맨 앞에 서고 줄을 지어서 마을을 지나 마을 뒷산 야사카신사에 가고 있습니다. 이 때 마을들은 에토에토, 니타니타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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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 제물을 든 사람들이 에토에토, 니타니타라고 소리를 지르면 집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문 앞에 나와서 새해 인사와 산신제를 지내느라고 수고한다는 인사말을 건넵니다. 그리고 집안에 있던 마을 남자들이 산신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따라 나서기도 합니다.

마을 뒷산 입구에 있는 야사카신사에는 미리 간 마을 사람들이 제물을 신사 본전에 진열해 놓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음복을 할 곳에 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신제 제물을 가지고 도착한 제관은 신사 본전에 놓인 제물을 가지고 내려와서 마을 사람들과 같이 음복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야사카신사 본전에 진열해 놓은 제물과 제물로 음복을 하는 모습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야사카신사 본전에 진열해 놓은 제물과 제물로 음복을 하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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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마을 사람들은 음복하면서 올 산신제를 준비한 제관의 수고를 치하하고, 내년에 산신제를 준비할 새로운 제관을 선출합니다. 제관은 부부가 갖추어 있고, 집안에 변고가 없는 정갈한 사람으로 자신의 뜻을 물어서 결정합니다. 새로운 제관이 뽑히면 잘 부탁한다는 뜻으로 금줄로 고리를 엮어서 머리에서 몸으로 흔드는 의식을 하기도 합니다.

신사 본전에 있은 제물로 음복이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산신제 제물을 들고 야사카신사 옆에 있는 산속 산신당으로 갑니다. 산신당 앞에 금줄을 치고, 제물을 진설해 놓고 제관이 축문을 읽습니다. 산신제 의식이 끝나면 금줄을 끊습니다. 이것은 이제 새해 들어 산에 들어가서 일을 하거나 산나물을 따도 좋다는 표시라고 합니다.

산신제가 끝나면 제물로 올려놓은 찹쌀떡, 밥, 곶감, 술들을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서 먹습니다. 찹쌀떡은 흰 찹쌀떡과 팥은 넣은 검붉은 찹쌀떡 두 가지를 받습니다. 찹쌀떡은 산신당 앞에 불을 피워 구워서 먹습니다. 제물을 받아먹는 것으로 산신제는 모두 끝납니다.

일본의 오래된 마을에는 청년조직, 부녀조직, 산신제 조직 등 여러 조직이 있습니다. 조직에는 임원들이 있고 관련된 행사를 준비하거나 진행합니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요즈음 사람들에게 조직은 귀찮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직을 통해서 개인이 하기 어려운 세시풍속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값진 일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과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같이 도와서 일을 하면서 서로 더욱 친해질 수 있고 가까워지는 것도 마을 공동체의 유지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입니다.

오래 전 선조들은 신앙적인 목적에서 산신제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나 환경이 바뀌어 농사일이나 산에서 임산물을 채취하여 먹고 사는 세상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선조들이 시작한 일을 신앙적인 목적이 아니고 세시풍속이나 민속 활동으로 유지시켜 나가는 일도 마을 사람들의 협조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마을 뒷산 산속에서 산신제를 지내는 모습과 산신제를 지낸 뒤 찹쌀떡을 모닥불에 구워먹는 모습입니다.
 마을 뒷산 산속에서 산신제를 지내는 모습과 산신제를 지낸 뒤 찹쌀떡을 모닥불에 구워먹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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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시가현 고가시 모리시리, #산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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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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