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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한국 근현대 역사를 대표하는 역사 현장 중 한 곳이다. 지난 2006년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한일시민기자 포럼이 열렸다. 그곳에서 놀랐던 것은 일본이 조선 침략의 역사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조선 침략의 역사를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포럼에 참가한 한 20대 일본 청년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오다 노부나가와 이토 히로부미를 꼽았다. 50대조차 조선 침략 역사를 모르니 일본이 조선을 침략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거의 없었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식민사관에 젖어 왜곡된 역사와 권력자에 의해 굴절된 거짓 역사를 가르쳐 왔다. 이제는 그나마 근현대사를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역사를 잊은 민족의 미래는 어떠할까. 기득권을 손에 쥔 이들은 청산해야 할 과거를 일반 민중에게 알리지 않는다. 왜 지배자들은 민중에게 근현대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려는 것일까. '과거를 지배하는 사람이 현재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권력을 장악한 기득권의 대부분은 친일 부역을 일삼은 이의 후손이라고 알려졌다. 그들이 역사를 숨기고 왜곡하는 것은 과거를 지배해 현재의 지배권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경성아리랑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항일운동가 이야기
경성아리랑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항일운동가 이야기 ⓒ 이정기념사업회 플러스예감

만화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인 <경성아리랑>은 남과 북 양쪽에서 잊힌 항일운동가 박헌영의 삶을 통해 짚어보는 한국 근현대사다.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항일 운동가 이야기라는 부제가 이념의 희생양이 된  박헌영의 삶을 그대로 말해준다. 일본의 패망에도 미국과 소련의 밀약에 의해 분단된 역사를 살게 된 대한민국의 비극적 상황이 역사적 현실을 그대로 조명하지 못하게 만든 걸림돌이 된 것이다.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항일 독립 투쟁을 벌였던 이들은 양대 축이 된 민족주의나 사회주의 중 한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박헌영은 사회주의를 선택했다.

박헝영의 아들 원경 대종사는 역사학자들이 11년간 박헌영에 대해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9권의 박헌영 전집을 펴냈다. 이후 10년 간 수정을 거듭하며 만화로 엮은 <경성 아리랑>  6권을 준비해 두 권을 선보였다. 그림은 오세암을 그린 유병윤 만화가가, 글은 김용석과 유병윤이 공동으로 썼다. 역사 자료 글은 임경석 교수가 맡았다. 전체 내용 감수도 박헌영의 아들 원경 대종사와 사학자 임경석 교수가 맡아 한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조명할 수 있는 만화책으로 탄생됐다.

1권에서는 박헌영의 어린 시절과 경성고보 시절인 1918년까지 조선의 현실을 보여준다. 총칼과 야만적 방법으로 조국이 침략자에게 지배 당하던 시기에 피 끓는 청년기를 보내야 했던 이라면 누구라도 식민지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항쟁이나 굴종의 삶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박헌영은 치열한 항쟁의 삶을 선택한다. 그 항쟁에 이기기 위해 사회주의를 도구 삼았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 되어야 한다.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삶도 역시 왜곡되지 않은 역사적 사실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역사는 역사 자체로  남겨져야 한다. 역사 자체가 옳고 그른 것으로 갈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역사를 바라보는 후손들 각자의 몫이며, 그 또한 완전한 것은 아니다.

유병윤 작가는 '모든 독립운동가들의 삶은 기록되어야 하고, 그들의 삶은 역사적 사실로 남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가 <경성 아리랑>이 남과 북에서 잊힌 존재인 항일운동가 박헌영을 중심으로 역사의 기록을 남기는 이유다.

경성아리랑2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항일운동가 이야기
경성아리랑2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항일운동가 이야기 ⓒ 이정기념사업회 플러스예감

박헌영은 1900년 아버지 박현주와 어머니 이학규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흥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경성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한다. 전국 최고의 명문학교로 알려진 경성고보를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돼 경쟁률이 매우 높았고 전국의 수재들이 모여들었다.

경성고보 학생들은 3·1운동을 주도하고, 27명이 일본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박헌영의 경성고등보통학교 동기생 상록수의 작가 심훈, 아나키스트 박열, 양자 역학을 화학반응 연구에 도입한 이론화학자 이태규는 박현영과 함께 경성고보 백년사 4인으로 선정됐다.

박헌영은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주의 사상을 공부한다. 사회주의 서적을 일본어 번역본이 아닌 영어로 읽기 위해 영어 공부에 매달린다. 영어 교실에서 배우는 영어에 만족하지 못한 박헌영이 감리교 선교사 스코필드에게 영어를 배운다. 영어 실력으로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가 발행하던 잡지의 편집원으로 일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빌미가 되어 이중 간첩 혐의로 김일성에 의해 처형을 당한다.

남한에서도 박헌영처럼 단지 월북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름조차 거론할 수 없었던 문인, 학자, 항일 운동가와 예술인이 수도 없이 많다. 분단의 역사와 잘못된 역사관이 빚은 비극인 셈이다.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왜곡된 역사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북한을 다녀온 재미교포 신은미씨 강연장에서 행해진 고교생의 황산 테러, 정당 해산이라는 유사 이래 부끄러운 역사를 남긴 부른 사태 등은 역사에 이념이라는 굴레를 씌워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고, 지배의 도구로 삼은 전형적인 예다.

<경성아리랑>을 통해 보는 근현대 역사가 비뚤어진 역사적 기술로 편향된 역사적 관점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경성아리랑>/ 유병윤그림. 김영석 유병윤 글/ 이정기념사업회 플러스예감/ 1만 2000원



경성아리랑 1 - 만화로 보는 한국근현대사,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항일운동가 이야기

유병윤.김용석.임경석 글, 유병윤 그림, 플러스예감(2014)


#박헌영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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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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