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먼저일까. 효율이 먼저일까. 부실한 신호 체계로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교통당국은 '효율성'을 내세우며 뒷짐을 지고 있다.
현재 월드컵북로 56길-62길 구간(56길, 58길, 60길, 62길, 아래 '북로 구간') 신호등은 5년 째 24시간 비상점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신호 통신 제어기는 있지만 정작 신호를 주고받을 통신선이 설치되지 않은 탓이다.
신호 없이 노란 등만 점멸되는 탓에 보행자와 차량은 도로 위를 '눈치껏' 다니고 있다. 점심시간처럼 순간유동인구가 증가할 땐 집단으로 도로 횡단을 하는 위험한 상황도 눈에 띈다. 인근의 한 공사 현장에 근무 중인 조규중(52)씨는 "여기서 3개월 째 일하고 있는데 (교통 신호가 없으니) 다들 그렇게 건넌다"고 말했다.
밤엔 더 심각했다. 지난 6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가량 지켜 본 결과,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북로 구간의 첫 사거리(월드컵북로 62길)에선 쌀쌀한 날씨와 퇴근시간이 겹쳐 시민들의 아찔한 무단횡단이 이어졌다. 더구나 북로 구간은 블록마다 가로등이 1~2개 밖에 없어 주변이 어둡다. 택시나 덤프트럭들은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보행자를 피해 몇 번이고 멈췄다 섰다를 반복했다.
상암동을 자주 다닌다는 한 택시기사는 "북로 구간은 위험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첫 사거리에서 DMC역으로 나가는 손님이 있으면 바로 유턴을 하게 되는데, 신호가 없으니 보행자와 차가 엇갈리는 순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역시 "LG유플러스 길(월드컵북로 56길)도 따로 신호등이 없어 접촉사고가 잦은 걸로 알고 있다"면서 "건물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들이 좌우 회전을 위해 제멋대로 중앙선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통당국은 당분간 비상점멸등을 유지할 계획이다. '효율성' 때문이다. 마포경찰서 교통행정국의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 위험 가능성 때문에 한 차례 민원이 제기된 바 있어 서울지방경찰청 신호운영실에 비상점멸등 해제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정상 신호로 변경하면 신호 손실이 커 오히려 운영에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 현 체계로 가는 게 좋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신호운영실 관계자는 현행 점멸 체계를 바꿀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통신선도 설치돼 있지 않고, 정상 신호로 운영했을 때 오히려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현행 법규상에도 문제도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