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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0월 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칠암동 남강둔치 일원에서 개막한 '2014 대한민국 마을기업 박람회'에 관람객들이 다양한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 진주서 대한민국 마을기업박람회 개막 지난 2014년 10월 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칠암동 남강둔치 일원에서 개막한 '2014 대한민국 마을기업 박람회'에 관람객들이 다양한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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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이 없는 한 곧,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될 전망이다. 각론의 이견은 있지만 여당과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입법을 찬성하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등 64명이 지난 2014년 5월 1일, 새정치민주연합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는 지난 2014년 10월 10일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12월 3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입법 목적은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농어촌공동체회사·자활기업 등 여러 부처마다 따로 거느린 사회적 경제 조직들을 한곳으로 통합하여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책지원 체계와 효과를 개선하겠다는 이다.

재정비 위해 마을기업과 농어촌공동체회사를 없애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법이 제정되면, 행정자치부의 마을기업이나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공동체회사는 없앴으면 좋겠다. 마을이나 농어촌에 기반을 둔 풀뿌리형 사회적 경제 조직을 홀대하자거나 고사시키자는 게 결코 아니다. 오히려 더 체계적으로,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 관련 정책과 제도의 외형과 내실을 재정비하자는 제안이다.

태생적으로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는 부처별 고유정책의 과욕 때문에 불요불급하게 개발된, 사회적기업의 아류라는 오해가 있다. 특히 2007년, 마을기업의 이름과 뜻을 처음 발의한 입장에서 볼 때, 정부가 하는 마을기업은 마을기업의 원형이나 본질에서 벗어난 아쉬움이 컸다.

본디 마을기업은 정부의 바람대로 소득이나 일자리를 창출하는 영리사업체로서의 독립적 역할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보다 마을공동체 사업의 책임경영주체라는 지원 역할이 본연의 역할이자 가치이다. 마을공동체를 잘 관리하고 경영하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의 소임에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

마을기업 뿐 아니라 다양해서 혼란스러운 각 사회적 경제 조직의 유형과 명칭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취지에도 맞게 그냥 '사회적 기업' 하나로 통칭하면 어떨까.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은 '마을공동체 사회적 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는 '농어촌 사회적 기업', 자활기업은 '활빈 사회적 기업', 나머지는 '기타 등등 사회적기업'으로 하면 된다.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쉽지 않겠는가. 행정이나 지원조직이나 기업가나 서로 '행정 칸막이'나 '부처 이기주의' 걱정할 필요 없이 서로 협동하고 연대하기도 편할 것이다. 정책 통합 이전에 복잡한 이름부터 단순명쾌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순서가 아닌가. 

사회적 경제의 목적을 기억하자 그리고 선순환 생태계 만들자

나아가 마치 고시나 등단 제도처럼 누군가에게는 불편부당해보일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인증제도 문턱도 전향적으로 폐지하는 건 어떤가. 물론 '인증' 제도가 거두는 행정적 관리효과와 통제의 효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대신 사회적 기업 가치평가지표를 잘 개발하여, 사회적 기업 의무 경영공시제로 대체하면 인증보다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일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공공조달시장에서 거래처와 소비자에게 스스로 사업성과 상품성을 얼마든지, 당당히 '인증' 받으면 된다. 건강하고 건전한 사회적 기업은 '인증기업'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사업의 지속가능 역량을 스스로 창출, 축적한 기업이다. 인증 등 정부의 지원, 보호라는 링거 주사로 수명을 연장하는 게 상책이 아닐 것이다. 사회적 경제도 자연도태의 신진대사와 선순환의 생태계가 작동되는 게 상식적이고 자연스럽다.

어차피 사회적 기업은 한계와 한도가 있는 공공시장만 쳐다볼 것도 아니다. 정부의 조련과 수혈에 길들여진 고만고만한 초식 소동물만 서식하는 한국형 사회적 생태계는 너무 척박하고 소박하다. 성공한 영리 기업 등 육식동물도 적당히 어울려야 초원은 풍요로워진다. 생물들의 생명력도 살아난다. 울창하고 비옥한 숲으로 야생적인 진화도 가능하다. 사회적 경제계에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호 호혜적 상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결국 자기조정기능으로 건강하게 작동되는 민-민 자치 시장이 조성될 수 있다.

대체 우리는 왜 사회적 경제를 해야하는가. 함께 되짚어보자. 혹시 사회적 기업가들은 일자리나 소득을 어서, 많이 늘리라는 행정의 재촉과 겁박에 늘 위축되거나 휘둘리고 있는 건 아닌가. 사회적 경제는 오직 돈을 벌자는 게 아니지 않는가. 억지로 아무 일자리나 만들고 보자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그 자체가 목적이나 완성이 될 수 없다. 차라리 지속발전가능한 마을·지역공동체 생태계의 건설이라는 목적을 실현하는 유력한 수단이나 도구에 가깝다. 사회적 경제라는 수단과 마을·지역공동체의 목적이 서로 돌고 돌아, 결국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선순환의 생태계구조부터 재설계해야 한다. 지금, 마을기업이니, 농어촌공동체회사니 하는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다.


태그:#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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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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