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직선거법위반 혐의(기부행위 제한)로 기소된 김철주 전남 무안군수 사건에 대한 증인심문이 지난 8일 오후 4시 목포지원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광주전남지역 단체장 5명 중 유일하게 법원의 판결을 받지 않았던 터라 관심을 모았다.

특히 행정자치부(아래 행자부, 당시 행정안전부) 감사관실은 이 사안과 관련해 김 군수와 측근이 모두 1600만 원의 돈을 옛 민주당 당직자 및 언론인 등에게 전달했다는 조사보고서(문답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이번 재판 과정에서 이 보고서 내용이 대부분 제외됐다. 행자부 감찰의 실효성 논란과 부실 수사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철주 무안군수
김철주 무안군수 ⓒ 이영주
이날 재판에는 검찰조사에서 김 군수에게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언론인 2명이 출석하기로 했지만 한 명만 출석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A 기자는 지난 2013년 무안군청 상황실에서 김 군수와 인터뷰를 한 후 20만 원을 받아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다.

쟁점은 A 기자가 경찰과 검찰수사에서 진술한 "어떤 직원이 '군수님께서 식사를 함께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니, 군수님이 챙겨 주라고 했다'"는 발언이었다.

검찰은 경찰과 검찰 진술조서를 읽어 내려가며 진술 내용을 A 기자에게 재차 확인했다. 반면 변호인은 "A 기자는 돈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며, '군수님이 챙겨주라고 했다'는 말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며 수사기관이 유도 질문을 한 정황이 있다고 대응했다.

A 기자도 이날 그동안의 진술서와 달리 "'군수님이 챙겨주라고 했다'는 발언은 기억나지 않으며 수사기관에서 군수에게서 돈을 받았냐고 유도성 질문을 던졌다"고 증언했다.

옛 민주당 당직자 등에 전달한 1600만 원, 어디로 갔나

김철주 무안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애초 행자부 감찰반에 의해 적발됐다. 지난해 5월 20일 김철주 무안군수의 당시 비서실장 J씨가 자신의 차량에 보관 중인 현금 800여만 원이 행자부 감찰반에 의해 적발됐다. 행자부 감찰반은 당시 J 비서실장을 상대로 조사를 마치고 문답서를 작성했다(관련기사 : 선거법 공소시효 10일 앞... 판결 잇따른다).

문답서에 따르면 J 비서실장은 "김 군수의 정치활동 관련 금품사용처에 대해 향후 검찰이나 경찰 등 사정기관의 추적을 피하고, 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구)민주당 중앙당, 민주 전라남도당, 군청 출입기자 등에게 금품을 제공할 목적으로 김 군수 사모가 운영하는 00약국에 가서 4차례에 걸쳐  25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특히 "공천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군정 홍보 및 여론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들에게 총 1600만 원을 격려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J 비서실장은 공직선거법 제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 제114조(정당 및 후보자의 가족등의 기부행위제한), 제115조(제삼자의 기부행위제한)을 위반한 사실도 인정했다.

행자부 감찰 '무용지물',  검찰 '부실 수사' 논란

그러나 경찰과 검찰 수사를 거치며 행자부 조사관이 밝힌 기부행위 금액 1600만 원은 대폭 줄어들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다섯 달에 걸친 수사 끝에 지난해 10월 2일 김 군수가 정당인과 언론인 등 7명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310만 원을 건넨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금액은 검찰을 거치며 더욱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 3일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언론인 등 2명에게 50만 원을 건넨 혐의만 적용해 김 군수를 기소했다. 특히 차량에서 돈 뭉치가 발견된 김 군수 비서실장은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언론인 A씨를 포함해 5명이 진술을 번복했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금품수수 혐의를 받은 참고인 7명에 대해 단 한 차례만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 축소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명색이 정부 기관인 행자부의 조사보고서가 있는 사안에 대해 대질신문 등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는 게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사결과로 행자부의 감찰 문답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당장 무안군은 행자부가 중징계처분을 요구한 J 전 비서실장에 대해 무혐의를 근거로 징계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무혐의를 받은 경우에 대비해 행정적 처분(징계 등)을 먼저 취하고 있다"는 행자부의 방침도 효력이 없어졌다.

행자부로선 마땅히 취할 방법도 없다. 행자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행자부는 수사권이 없어 수사기관의 조사결과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J 전 비서실장을 상대로 작성한 문답서에 담긴 조사내용은 검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진실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은 맞는데 법적인 것은 물론이고 행정적 처분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법원, 소액 기부행위라도 엄격한 처벌

법원은 정치인의 기부행위에 대해 엄격한 법적용을 하고 있다. 법원은 "공직선거법은 기부행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판결 근거를 들고 있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광주전남지역 단체장 3명은 기부행위 제한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김 군수를 제외한 2명의 단체장은 당선무효형을 받았거나 선고를 앞두고 있다. 광주지법은 광주동구 노희용 구청장에게 벌금 200만 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노 전 구청장은 지난 2013년 10월 관내 자문단체 소속 위원들의 해외연수에 경비 명목으로 위원 4명에게 1인당 200달러씩의 금액을 제공했다.

유두석 장성군수에게는 검찰이 징역 8월을 구형했다. 유 군수는 6·4지방선거 과정에서 지인들의 식사비용 10만 원을 내주고 노인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77만 원 상당)한 혐의다. 선고는 오는 16일 오후 1시30분에 이뤄진다.

소액에 대해서도 법원은 엄격한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9일 울산지법은 술잔에 돈을 감아 준 혐의로 기소된 경남 양산시의원 A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여성모임 행사에 참석해 술잔에 현금 5만 원을 감아 7명에게 모두 24만 원을 전달한 혐의다. 또 수원지법은 지난해 11월 6일 선거구민에게 1만5천원짜리 자서전과 현금 2만 원 등 3만 5천원의 기부행위를 한 용인시장 예비후보 이아무개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6년 언론인 두 명에게 4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충주시장에 대해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김철주 무안군수#선거법위반#당선무효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