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동계 논술캠프'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부산광역시 학생교육원에서 열렸다.
'논술'은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논리적이고 조리 있게 서술하는 과정이다. 대학 입시에서 시행되는 논술시험은 각 대학별로 따로 실시되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스스로의 진로와 목표대학에 맞추어 대입논술을 준비하는 것은 막연할 따름이다. 이러한 요구에 2007년부터 부산시교육청에서는 연 2회 논술캠프를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는 예산 부족 문제로 인해 동계만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동계 논술캠프는 3박 4일간 학생교육원에서 진행됐다. 일반고와 특목고 예비 고3학생 202명을 대상으로 열렸다. 학교당 1~3명의 우수학생들을 선발해, 대입 논술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마련된 캠프이다.
영역별 특강과 또 다른 프로그램들까지 마련
캠프는 논술의 기초부터 실전 논술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캠프는 크게 인문반(인문사회계열)과 자연반(수리과학계열)으로 운영되었다. 인문반의 경우 '모의논술 쓰기→해설 강의→분임별 대면 첨삭→다시 쓰기'의 과정이다. 자연반은 '모의문제 답안작성하기→해설 강의→분임별 토의→교사 대면 첨삭'의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논술교육지원단 소속 교사 50여 명은 세 팀으로(인문·수리·과학) 구성되어 있다. 현장에서 수능모의고사 출제 및 검토위원, 논술 자료집 발간, 논술 교사 동아리 등의 활동을 다년간 해 온 경험과 역량이 풍부한 교사들이다.
지도교사의 일대일의 첨삭지도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장 도움이 된 부분으로 꼽았다. 자신이 작성한 답안지에 논리적 오류와 서술상의 고쳐야 할 점을 알려주기 때문에 만족도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지도교사 입장에서는 가장 힘든 일이다. 한 지도교사는 "한명 한명의 답안지를 채점하고, 첨삭을 하고 일대일로 다시 글의 문제점을 고치고 개선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은 논술캠프에서 가장 버거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인문 논술의 경향과 답안 작성 요령'(서진관 교사), '2016 대입 전형 분석과 대비 전략'(서진관·이재근 교사), '단어 선택, 무장 쓰기'(박종준 교사), '2016학년도 인문계 수리논술 대비전략(조동석 교사), '물리 중심의 과학논술 특강'(김성태 교사)등의 강의도 진행되었다. '선배와의 대화'(인문반), '수학 골든벨'(자연반)등의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선배와의 대화'는 논술캠프를 거쳐 명문 대학에 진학한 대학생들이 직접 멘토로 나서서 자신의 대입 논술 준비 경험담을 들려준다"며 "멘토로 나선 대학생에게 예비고3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져 예정된 시간(1시간 40분)을 넘기고 진행될 만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였다.
'수학 골든벨' 현장으로 향하니 학생들이 소규모 분임을 통해 친구들과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있었다. 학생들은 분임별로 토의하면서 여러 풀이과정을 접하게 된다. 같은 방에서 3박4일을 지내는 학생들은 어느새 '절친'이 되어 있었다. 서로의 답안에 대해 밤을 새우며 토론하고 평가하고 자연스레 서로를 돕고 도와주고 있었다.
참가 학생,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계속 준비할 것"
302호 학생 중 한명이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예비 고3학생인 이아무개 학생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학교에서 혼자 왔다고 했는데 처음 보는 친구들과 어색하지는 않았요?"원래 우리학교에서 2명이었는데 그 학생이 사정이 있어서 참석 못하고 저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첫날 보자마자 그냥 친해진 것 같아요. 다른 학교여도 같은 학년이라서 어색한 것 없이 지금은 굉장히 친해졌어요."
- 캠프에 참가해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별로 기대하고 오지 않았는데 논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준비하고 온 게 없어서 모의논술이나 기출문제 제대로 적어내지 못했는데 선생님들이 성심성의껏 채점해 주십니다.
해설 강의가 있고 첨삭하면서 선생님이 개별적으로 가르쳐주고 그때 모르는 것 바로 질문하고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방 친구들 한 것 보면 제가 부족한 점을 알 수 있었어요. 밤에 같이 누워서 잠들 때까지 이야기 할 수 있고…."
- 일정이 밤 늦게까지 계속되어 힘들지는 않나요?"저는 논술에 대해 준비한 게 없었습니다. 캠프가 시작하고 첫날 수리논술 모의문제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문제는 풀더라도 어떻게 정리하면서 작성해야 하는지 그저 막막했습니다. 특강을 들으면서 지쳐서 잠이 오기도 했습니다. 하루가 끝나면 좀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내일이 마지막 날이고 퇴소식인 게 신기합니다.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가버려서,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 딱 하루라도 더 했으면 합니다."
- 학교로 돌아가서 논술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논술캠프가 끝나도 학교 돌아가면 제가 목표한 대학에 맞춰서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할 계획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논술준비 같이 하고 싶습니다."
교사들도 보람 느껴... "준비하면서 배우는 게 더 많다"
기자는 8일과 9일 양일간 논술캠프의 특강을 청강하고 모의논술쓰기 수업도 잠시나마 볼 수 있었다. 주로 자연반 선생님들이었다. 다음은 그 때 만난 선생님들의 논술캠프에 대한 말들이다.
"논술캠프에 10번도 더 왔습니다. 할 때마다 힘들고, 이제는 안 와 야지 합니다. 선생님들이 계속 바뀌지만 계속 오시는 분들은 오시거든요. 이제는 여기 오면 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또 하게 되더라고요. 애들 보면 눈이 살아있어요. 수업만 시작하면 힘든 건 잊어버립니다. 답안지 채점하면서 첨삭하기 힘들지만, 일단 시작하면 학생들이 어떤 생각으로 문제를 풀었는지 뭘 잘 모르는지 보입니다.'이걸 이렇게 하면 되는데' 하고 도와주고 싶어지잖아요. 캠프에 들어오면 언제 끝나나? 하면서 오지만 오면 벌써 끝났나 합니다. 자부심까지는 아니어도 보람이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제 하계캠프가 없어졌으니까 아마 내년이 되면 또 오지 않을까 합니다." - 오석봉 교사"(수업준비는) 우리가 다 만듭니다. 직접 문제를 만들기도 하지만 기출문제도 모으고 자료수집하고 하면 논술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지금은 또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 과학논술은 어려웠는데, 교육과정에 벗어나는 것을 출제 못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최근에는 교과서에 있는 문제가 출제되니까 아무래도 전 보다는 쉬워졌지요. 학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논술문제가 쉬워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 김성태 교사"논술캠프 특강 준비하는 데 한 달은 걸린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 시간까지 하면 더 될지도 모릅니다. 본격적으로 자료수집하고 경향파악하고 문제 선정하고 하는 데는 열흘정도 되지만…. 논술캠프는 솔직히 부담스럽지만 하고 나면 뿌듯합니다.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준비하면서 제가 배우는 게 더 많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 조동석 교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산광역시 교육청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