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두 번째 진보교육감인 조희연 교육감이 또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고승덕 후보의 영주권 의혹에 대해 문제제기했던 것에 선거법을 적용해, 지난해 12월 3일 소위 허위사실유포죄로 기소된 것이다. 고 후보에 대한 의혹해명 요구는 선거기간 중에 이미 주의 경고로 끝난 일이고 심지어 경찰조차 무혐의 의견을 냈다는 사실을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날 기소되었다는 사실도 거론하고 싶지 않다. 법을 위반했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다.
알다시피 서울은 이미 첫 진보교육감의 낙마와 전혀 반대 성향의 보수교육감 당선으로 커다란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보궐로 당선된 후임교육감은 전임교육감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서울 교육을 통째로 흔들어댔다.
그 한가운데 내가 근무하는 혁신학교가 있었다. 표적감사와 끼워 맞추기식 평가, 일방적인 예산 60% 감축 등으로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졌던 혁신학교 죽이기 정책은 4년간의 지정기간을 보장받고 학교교육을 되살리기 위해 헌신하던 이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안겨주었다. 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혁신학교 확대 폐지를 표방한 후임교육감의 정책으로 인해 모처럼 맞이한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잃게 될까 노심초사했었다.
온갖 왜곡된 논거를 동원해 혁신학교를 깎아내리고 비판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던 교육청에 맞서 혁신학교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면서 시련의 시기를 간신히 벗어나 이제 다시 혁신학교를 제대로 성공시킬 수 있겠다는 안도의 한숨을 채 내쉬기도 전에 또 다시 재판을 받고 있는 교육감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적용된 선거법 250조 2항은 유죄판결이 나면 무조건 당선무효가 되고 말 조항이란다.
자사고 재지정 취소나 평교사 장학관 임용권 행사에 대한 교육부의 딴지걸기 같은 것만으로도 서울교육은, 아니 진보교육감들은 충분히 힘들다. 진보교육감을 정면으로 반대하던 보수교육감 시기를 직접 겪은 서울 1000만 시민들이 다시 진보교육감을 선택했다. 서울시민의 교육에 대한 의지가 이보다 더 명확하게 표명된 것이 어디 또 있을까? 그러니 조희연교육감을 무리수를 두어 재판정에 세우는 일은 1000만 서울시민의 민의를 부정하는 것이요, 우리 아이들의 교육권을 흔드는 일이다.
검찰이야 밑져야 본전이란 심산일 수도 있겠다. 잘되면 유죄로 진보교육감 시대의 심장인 서울의 진보교육감을 중도 하차시킬 수 있고, 못 되도 재판의 압박감으로 진보교육감의 운신의 폭을 줄여 위축시킬 수 있고, 시민들한테는 선출직 교육감에 대한 피로감을 퍼뜨려 교육감직선제 폐지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을 테니 최소 일석삼조의 계산법은 나오는가 보다.
법으로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이런 식으로 훼손되는 걸 보고 있자니 아이들에게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이 생기는 걸 금할 수가 없다.
서울교육감의 기소와 재판으로 인해 서울시민들이 지지한 교육혁신정책들은 탄력을 잃게 될 것이고, 그것이 지체되는 만큼 사회적비용은 낭비될 수밖에 없다. 교육감의 안정적 직무이행 불가로 인해 아이들이 겪게 될 정책상의 혼란은 또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러나 그보다도 더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너무도 다르게만 돌아가는 이 현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교사인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미 검찰로부터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대한민국 검찰은 너희들이 믿고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법집행기관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 이제 유무죄를 다투고 엄정한 심판을 내리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제발 대한민국 사법부는 너희가 기댈 수 있는 정의의 보루라는 이야기만이라도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할 수 있도록 되었으면 좋겠다.
"선생님, 우리 학교 혁신학교 더 이상 못하게 되요?"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어오던 아이들의 얼굴을 또 다시 봐야 되는 상황이 오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 학교 학생이 혁신학교를 경험하면서 쓴 글의 일부를 소개하며 이글을 마치고자 한다.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교육, 우리가 아이들에게 베풀어야 할 교육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 그것을 흔드는 일이 아이들에게 어떤 상처를 남길 것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와 달리 혁신학교라는 것은 신기했습니다. 우선 장점은 학습을 하는 것이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것입니다. …모둠 수업을 진행하면서, 잘하는 친구들이 잘난 체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토론하여 잘하는 친구들이 뒤쳐진 학생들을 도와줘서 서로의 멘토가 되어줍니다. 그래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자존감 또한 높아지게 됩니다. 또한 일반학교와 달리 자율적입니다. … 이런 좋은 경험이 많은 학교들에게 실행되어졌으면 합니다. 혁신학교는 저에겐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이 뒤에서 뒷받침해주고, 오로지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의견을 반영하여 이끌어 나가는 진정한 학교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