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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2일 오후 8시 44분]

박초롱씨와의 첫 만남은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52기가 시작된 지난 8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였다. 새로운 배움에 대해 들떠 있는 27명의 표정들 사이에 약간은 상기된 표정의 박씨가 앉아있었다.

본사에서의 첫 번째 강의가 끝나고 우리는 드디어 강화도 시민기자 학교로 출발했다. 이번 오마이뉴스 52기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기자를 꿈꾸고 있는 대학생에서부터 초등학교 선생님, 오마이뉴스 전 직원이었다가 현재는 벤처기업 CEO로 활동 중인 분까지 매우 다양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박초롱씨는 유독 주목을 끌었다. 박씨는 바로 일주일 전, 지난 2일까지 '당진시대'라는 지역지의 기자였다. 박씨는 현재 퇴직기자이다. 강화도 시민기자 학교에서 이뤄진 첫 번째 순서인 자기소개 시간에 박씨는 자신을 퇴직기자라고 밝히며 울먹였다. 퇴직기자인 박초롱씨는 왜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52기에 참여하게 됐을까?

짧은 1년간의 기자 생활 가운데 찾아온 슬럼프, 그리고 퇴직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52기 퇴소 후 박초롱씨가 오기만 수료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52기 퇴소 후 박초롱씨가 오기만 수료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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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역지는 작은 단체에요. 그러다보니 저는 처음부터 저희 매체에 대해 가족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고 있던 상황이었죠."

박씨는 1년간의 짧은 기자 생활에서 찾아온 슬럼프에 대해, 기존의 박씨가 회사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가족적인 분위기가 무너진 것을 큰 이유로 꼽았다.

박씨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하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회사가 저의 개인적 발전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박씨는 퇴직을 결심했다.

박씨는 결정적인 퇴직 이유에 대해서 "슬럼프 도중 퇴직을 결정하게 된 것은 사실"이며 "회사와 내가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즉 박씨가 본 당시의 회사는 자신을 기자로서 더 발전시켜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할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박씨는 2015년 1월 2일, 짧고도 길었던 1년 1개월간의 첫 번째 기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미련을 버리기 위해 참여... 그리고 퇴직기자의 강연을 듣다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둘쨋 날인 1월 9일, 박상규 전 오마이뉴스 기자의 강연이 끝난 뒤 박초롱씨와 박상규 전 오마이뉴스 기자가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둘쨋 날인 1월 9일, 박상규 전 오마이뉴스 기자의 강연이 끝난 뒤 박초롱씨와 박상규 전 오마이뉴스 기자가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 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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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오기만을 통해 기자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버리고 싶었어요."

박초롱씨는 오기만 참여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기자가 되고 싶어'서나, '시사적 글쓰기'를 잘 쓰고 싶어서 오기만에 참여하는 다른 수강생들과는 사뭇 다른 참여 동기였다. '기자'와의 깔끔한 이별을 위해 오게 된 오기만에서, 박씨는 본인과 마찬가지로 오마이뉴스에서 퇴직한 지 일주일 된 박상규 기자의 강연을 듣게 된 것이다.

박상규 기자는 9일, 오기만 52기의 둘째 날에 '현장취재, 승부는 여기서 난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박초롱씨는 박상규 기자의 강연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밝히며 "박상규 기자처럼 기자라는 직업을 즐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언급했다.

또한 10년의 기자 생활을 퇴직한 박상규 전 오마이뉴스 기자를 언급하며 "제가 겪은 슬럼프는 매우 힘들었다"면서도 "1년 만에 기자 생활을 포기하기엔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비록 박씨는 아직 빠른 시간 내에 기자 생활을 다시 시작할 계획은 없다. 하지만 박씨는 기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오기만 첫날의 그가 더 이상 아니었다. 박씨는 오기만을 통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박씨는 오기만 52기가 끝날 무렵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박씨는 이제 여유롭게 책도 읽고 여행을 다니는 등의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의 언젠가 다시 돌아갈 기자 생활에 대한 준비를 할 계획이다.

중앙으로 쏠리는 대신 '다양한 목소리' 내기를...

박씨는 짧고도 길었던 1년간의 기자 생활을 경험한 선배기자로서, 기자를 꿈꾸는 오기만의 현재, 미래의 수강생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박씨는 대부분의 기자 지망생들이 중앙 언론으로 모이는 현상을 비판했다.

"언론인은 민주주의를 향한 다양한 목소리를 나타내는 장본인"이라고 밝히며, "그러한 언론인들이, 즉 우리부터가 중앙 언론에 목을 매면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라고 당부했다. '다양한 목소리'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기억하고 있는 박씨를 하루 빨리 기자로 다시 만나기 바란다.


태그:#오연호의 기자만들기,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52기,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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