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재신임한 데 따른 후폭풍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인 대구·경북 지역과 50대 응답자의 지지율 하락 추세가 뚜렷했다. 신년 기자회견 후 여권 일각조차 "국민 인식과 차이가 있다"고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수첩파동'까지 벌어진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여권 일각의 인적쇄신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답한 것은 전체 응답자의 35%에 불과했다.
이는 전주 대비 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취임 후 최저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55%에 달했다. 이는 전주 대비 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취임 후 최고치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지지층 중 66%가 박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섰지만 무당파의 이탈이 컸다. 지지정당이 없는 응답자 중 15%만이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무당파 응답자 중 68%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갤럽'은 "이번 주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50대에서 처음으로 긍정률(43%)보다 부정률(50%)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면서 "연말을 지나며 긍정률 회복세를 보였던 대구·경북과 대전·세종·충청 지역도 지난해 12월 셋째 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다시 하락했다"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셋째 주 정례조사 당시 37%밖에 되지 않았다.
무당파의 이탈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지지기반에서도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는 셈이다.
화 부른 '불통' 신년 기자회견... '문고리 3인방' 교체 불가는 '잘못한 일'이 같은 지지율 하락은 박 대통령의 '불통' 신년 기자회견 탓으로 보인다.
직무수행 부정평가자 548명은 부정평가 이유로 ▲ 소통 미흡(19%) ▲ 인사 문제(13%) ▲ 공약 실천 미흡 및 입장 변경(11%) ▲ 국정운영 미원활(9%) 등을 꼽았다. 소통 미흡과 인사 문제는 박 대통령의 인적쇄신 요구 거부와 연결된다.
'한국갤럽'이 정례조사와 함께 진행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평가 조사 결과도 이와 일치한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이나 방식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좋게 생각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가 "좋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좋았다"는 답변은 전체의 28%에 그쳤다. 이는 1년 전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 당시 응답과 정반대되는 결과다. 당시엔 "좋았다"는 응답이 43%에 달했고 "좋지 않았다"는 의견은 25%에 그쳤다.
특히 응답자들은 부정평가 이유로 ▲ 소통부족·국민이 원하는 답 없음(14%) ▲ 솔직하지 못함·성의 없음(9%) ▲ 각본대로 말함(9%) ▲ 실현 가능성 없음(8%) ▲ 일방적 주장·독단적(8%) ▲ 책임감 부족·남 탓·변명(7%)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한국갤럽'은 "대체로 정책 방향에 대한 불만보다 대통령의 태도나 소통 스타일에 대한 답답함, 청와대 문건 의혹과 인적쇄신 관련 입장에 공감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문고리 3인방'을 교체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서도 "잘못한 일"이라는 답변이 48%에 달했다. "잘 한 일"이라고 답한 것은 전체 응답자의 30%였다. 무엇보다 60대를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잘못한 일"이라는 시각이 50% 내외로 우세했다.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됐던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우세였다. "정윤회씨의 국정개입이 사실일 것이라고 보나,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사실일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2%였다.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답한 이는 전체의 23%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갤럽'은 "대통령 기자회견 전인 지난주보다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8%포인트 늘어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의혹 완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주로 새누리당의 지지층의 변화"라면서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에서 국정개입설을 사실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라고 분석했다.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 여론도 변하지 않았다.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체 응답자의 44%였고 그럴 필요 없다는 답변은 전체의 37%였다. 대통령 기자회견 전인 지난주 같은 조사에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체의 46%였고 그럴 필요 없다는 답변은 35%였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대상을 상대로 전화조사원 인터뷰를 진행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