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대중 정당 창당'을 촉구한 '국민모임'과는 별도로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이 있다. 오는 22일 전국에서 모인 '활동가'들이 원탁 회의를 열고, 이후 권역별 순회 토론회를 거쳐 오는 3월 초께는 1000명 규모의 전국활동가대회를 연 뒤 오는 8~9월께 공식 창당을 선언할 계획이다. 아직 정확한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와 자영업자, 청년 세대 등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90%를 위한 서민 신당'이라고 부를 만하다.
"우리는 이념적으로 진보, 중도, 보수 구별하지 않아"1980년대부터 시민운동 쪽에서 활동하다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참모를 지냈던 윤석규 전 새정치 추진위 전략기획실장은 '90%를 위한 서민 신당' 창당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15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 전 실장은 "국민모임이 치고 나오기 전부터 민주노동당, 개혁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에서 활동한 사람들과 지역운동하던 사람들 등을 네트워킹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윤 전 실장이 진행하는 '네트워킹'은 조만간 '신당 창당'으로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그는 "오는 22일 신당 추진을 위한 원탁 회의에 60~70명이 모여 첫 번째 집담회를 여는데 여기에서 신당 추진 모임을 정식 구성할 계획이다"라며 "3월 초 1000명 규모의 전국활동가대회를 열기 전에 17개 시도 별로 지역 모임을 구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여러 지역에 흩어진 활동가들과 주로 논의하고 있다. 그 '활동가'들은 민주노동당, 개혁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새정치추진위 등에서 여러 가지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이기도 하고, 각 지역에서 지역운동이나 생활운동하던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긴 하지만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다. 다만 국민 모임에 합류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준비했던 것을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윤 전 실장은 "국민모임이 대중적 진보 정당을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는 전체가 진보 정당을 표방하면 지나치게 (참여 세력이) 협소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우리는 이념적으로 진보, 중도, 보수를 구별하지 않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진보, 중도에 갇히지 않는 '무지개연대'"라고도 표현했다.
윤 전 실장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개혁 과제를 잘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지, 새로운 당의 정체성을 중도니 진보니 얘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국민은 그런 것에 전혀 관심없다, 초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낙년 교수가 한국사회가 중산층이 줄어드는 '10 대 90의 사회'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는데 우리는 그 '90%의 서민'을 위한 당을 만들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치 경쟁이 약해지면 국민이 무력해진다
윤 전 실장은 지난해 연말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전 고문을 두 차례 만났다고 한다. 그는 "'국민모임' 구상은 얘기하지 않았지만 신당 창당 결심이 확고해 보였다"며 "하지만 저는 '맨 마지막에 탈당하시라'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그가 당시 정 전 고문에게 고언한 얘기는 이렇다.
"앞장서서 탈당하면 (정동영 고문의) 상징성 때문에 사람들이 신당의 색깔이나 지향에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정당 밖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하고 나중에 합류해 힘을 보태는 식이 좋겠다."당시 정 전 고문이 '친노 패권주의'를 강하게 비판하자 윤 전 실장은 "그것은 신당 창당 명분으로는 옹색하다, 그럼 비노정당을 만들자는 거냐? 친노와 비노로 갈라놓고 비노정당을 만들면 무조건 망한다고 본다"라고 반박했다. '친노패권주의'를 신당 창당의 전면에 부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 전 고문이 합류할 예정인 '국민모임'은 그 구성상 과거 민주화 운동 시기 '비지파'(비판적 지지파)와 '독후파'(독자 후보파)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능을 지적하며 '야당교체'를 주장하지만 윤 전 실장은 "야당 교체가 아니라 시스템 교체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특정 지역과 진영에 기반해 (한국 정치에서) 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영남과 범보수 진영, 새정치연합은 호남과 범진보 진영에서 각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이런 구조를 위협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까 변하지 않는다."윤 전 실장은 "양당 과두 지배 체제로 인해 많은 사람이 정치적으로 소외됐다"라며 "이렇게 자기를 대변해줄 정치 세력을 갖지 못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최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윤 전 실장은 "이것은 제3당이 출현함으로써, 즉 양당 과점 체제인 한국 정당 체제를 다당 체제로 바꾸어야 해결할 수 있다"라며 "미국 정치학자인 샤츠슈나이더가 '정치 활동에서 경쟁이 약해지면 국민이 무력해진다'라고 했듯이 범야 진영에서 경쟁이 생겨야 좋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호남의 야당 이탈 심각... 우클릭 문제가 아니다"이어 윤 전 실장은 "다당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합의 민주주의가 되어야 하고, 이것(다당체제와 합의 민주주의)이 되기 위해서는 소선거구제가 아니라 지금보다 비례대표가 더 많이 늘어나거나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필요하다"라며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복수 체제(다당체제)로 가고 이를 선거구제 개편 작업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3당의 등장으로 다당체제를 만들고, 선거구제를 개편해 다당 체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 선거구제 하에서는 양당제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영미계 국가들이 양당제인 이유는 단순 다수제를 채택하고 있어서다. 선거구제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당을 만들어도 양당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거기에 빨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 그동안 야당이 가지고 있던 독점적 지위가 지금 워낙 한계에 달해서 그것을 균열낼 새로운 선택이나 대안을 만들면 제3신당이 성립할 수 있다. 그것을 가지고 선거구제를 개편하고, 궁극적으로는 항구적인 다당제로 가야 한다."또한 윤 전 실장은 "지금 야당이 우클릭해서 국민한테 지지받지 못하는 게 아니다"라며 "우클릭, 좌클릭의 문제, 노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클릭이 문제라면 새정치연합 후보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왜 순천·곡성에서 당선됐나?"라며 "전통적인 야당 지지자들이 야당 지지를 철회하는 이유는 우클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실장은 "오히려 야당이 마땅히 대변해야 할 사람들, 즉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세대, 자영업자 등을 충분하게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며 "특히 새정치연합의 기반이 호남이지만 호남의 야당 이탈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몇 개월간 갤럽 조사를 보면 무당파가 새정치연합 지지층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안철수 신당이 등장하기 전보다 심하다. 호남에서 야당 지지율이 35%~40%를 왔다 갔다 하는데 무당파가 35% 넘었다. 호남에서조차 야당이 전통적인 지지자들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진보정당, 2004년 영향력 회복한 적 한 번도 없어"
이어 윤 전 실장은 "새정치연합이 특정 지역과 진영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시스템에 균열이 안 오면 새정치연합의 쇄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것을 사람이 나쁘다거나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전 실장은 "새정치연합이 호남과 범진보 진영에서 갖고 있는 독점적 지위가 흔들려야만 새정치연합도 변할 수 있다"면서 "그래야 신당은 신당대로 성립하고, 새정치연합 개혁파는 개혁파대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008년 80여 석을 얻은 때를 제외하고 지난 10여 년 간 100석 안팎을 얻었다. 그러니 쇄신할 동기가 없다. 외국에서는 총선에서 전석을 잃어버리고 소멸하는 경우도 있다. 국민 심판이 즉시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특정 진영과 지역 안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아무리 못해도 평균 지지율이 20%대고, 선거 때 가면 찍어준다. 그 메커니즘에 근본적인 변화가 와야 한다. 그래야 새정치연합도 변할 수 있다."문제는 진보 정당조차도 지금의 양당 과점 체제에 균열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윤 전 실장은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면서) 가졌던 힘이 진보 정당의 최대치였다"며 "한 번도 그 때의 영향력을 회복한 적이 없다"고 진단했다.
윤 전 실장은 "진보 정당일수록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훨씬 더 유연하게 움직였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이념적 원칙에 얽매였다"며 "그런 진보 정당으로 양당 체제를 바꾸기는 역부족이다"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이 주요 정치 플레이어로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양당이 원내 교섭 단체를 독점하는 과두 지배 체제가 계속 유지돼왔다는 것이다.
"노무현-문국현-안철수 등 특정 인물에 의존하면 실패"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진보 정당까지 포함한 '제3신당들'은 거의 모두 실패했다. 윤 전 실장은 "그것들을 무조건 실패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 야권 통합으로 돌아갔다고 해야 하지 연구하고 있다"며 "야당을 날리고 우리가 전체를 주도하는 판이 될 수 있겠다고 하는 것도 지나친 자신감이다"라고 말했다.
윤 전 실장은 "창당 과정을 다르게 설정하고, 당원이 당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고, 현재 정치적 대변자를 갖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세대, 자영업자 등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정책을 추진해서 밀고 나간다면 신당이 설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고 본다"라며 '신당 낙관론'을 폈다.
이어 윤 전 실장은 "문국현의 창조한국당, 안철수의 새정치 추진위처럼 특정 인물의 인기에 의존해서는 오래 갈 수 없다"며 "열린우리당도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주도한 것처럼 얘기되지만, '노무현'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가능했고, 개혁당은 유시민 개인 프로젝트로 끝나 버렸다"라고 지적했다.
윤 전 실장은 "새로운 당의 열기가 바닥에 축적돼 만들어진 정당이 아니라 특정 인물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도 문국현당이나 안철수당과 마찬가지였다"라며 "우리는 명사정당이 아닌 풀뿌리 정당으로 간다"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리더십에 의존해서 신당 창당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명망가가 깃발 들고 '나를 따르라'는, 위에서 아래로 가는 창당 방식은 과거 DJ 때로 족하다. 그때는 워낙 엄혹한 시절이라 그런 식으로 기동성있는 창당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개적인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바닥에서 위로 올라가는 창당 과정(방식)이 중요하다." 다만 윤 전 실장은 "천정배 전 의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등과 대화하고 있다"라며 "이런 분들이 신당 창당에 참여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민 후보든 특정 후보 지원 방식이든 4월 재보선 적극 참여"특히 오는 4월 재보궐 선거와 관련, 윤 전 실장은 "그때까지 창당 작업이 완료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시민 후보든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방식이든 참여를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윤 전 실장은 "4월 재보궐 선거 이전에 '국민모임'과 대화하는 자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라며 "새정치연합과는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겠지만 '국민모임'이나 정의당과 후보단일화를 위해 힘을 모으는 일이 있을 수는 있다"고 '연합정치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이어 윤 전 실장은 "4월 재보궐선거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광주 서구는 신당 쪽에서 지지하는 시민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천정배 전 의원이 광주 서구에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윤 전 실장은 "천정배 전 의원은 호남 정치가 한국 개혁 세력의 진지로서 역할해왔는데 그것을 잃어버려서 회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광주 서구에서 '천정배' 이름으로 다른 좋은 후보를 당선시켜야 '포스트 DJ'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합류 가능성에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윤 전 실장은 "안 의원과는 독립적으로 신당 창당을 진행하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의 창업자인데 안 의원이 당을 깨고 나오겠느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신당문제와 관련해 안 의원과 교류하는 일은 없다"라며 "안 의원이 (정치적) 술수를 부리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전 실장은 서울-안산 YMCA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소비자연대, 환경사회단체협의회 등을 거쳐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 시민사회국장을 지냈다. 이어 노무현 민주당 상임고문 정책특보, 경선본부 상황실장, 후보 비서실 정책팀장과 비서실 부실장 등을 맡아 노 후보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지만 청와대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후 안산열린정책사회연구소장으로 활동하다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이후 원내기획실장을 맡았다. 지난 2007년 대선(대통합민주신당) 당시에는 천정배 후보 캠프 전략기획본부장과 정동영 대선후보 기획특보로 활동하다가 안철수 의원이 주도했던 새정치추진위에 합류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당한 이후에는 '90%를 위한 서민신당' 창당을 고민해오고 있다.
[인터뷰록] "안철수는 정당 정치에 부정적이고 소극적" |
"제1야당은 내부 문제도 많지만 그것보다는 독과점적인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독과점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야당은 기득권을 누리고 지키는 쪽으로 가게 돼 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니까 공천에 사활을 건다. 개혁적으로 공천한다고 하지만 다른 경쟁자들이 없어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공천을 따낸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의원이 얘기하는 오픈프라이머리는 개악이다. 미국의 경우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는 주에서 현역 의원 교체율은 4% 정도에 불과하다.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제도다. 유럽의 정당들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찾아볼 수 없다. 지역 여론 조사 등을 통해 현역 의원 30%는 물갈이해서 신진 인사를 내보내는 개혁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바깥에 위협적인 존재가 등장하지 않으면 새정치연합은 그런 개혁적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정당정치에 좀 부정적이고 소극적이었다. 윤여준 전 장관이나 김성식 전 의원은 독자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안 의원이 소극적이었다. 한국의 대통령제에서는 정당끼리 후보를 내서 대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선 후보 개인이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안 의원이 감히 정당도 없이 대선에 출마하려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은 바람직하지도, 정상적이지도 않다. 정당을 통해 훈련된, 가치를 공유한 세력이 집권해야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은 대통령이 되는 순간 소수 측근과 관료들이 중심이 돼 국정을 운영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기 때 정치인들을 많이 기용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친박계도 소외시키고 있다. 당은 법률을 통과시킬 때만 필요한 것이다. 이게 현실인데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현실이 안 의원에게 그렇게(정당정치에 부정적이게) 판단하게 했다. 정당 없어도 대통령만 되면 국정은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당 정치가 약화되면 한국 정치가 약화된다'는 최장집 교수의 의견에 동감한다. 정당 자체에는 좋은 사람만 모이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섞이는 것인데 안 의원에게는 지나치게 부정적인 측면만 인식돼 있는 것 같다.
지난 2013년 여름엔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를 다시 검토하는 내부토론이 있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는 안 의원이 대선 때 공약한 것이었다. 제가 '그 약속을 철회하고 선회해야 한다'고 발제했다. 최 교수는 지론이니까 제 발제에 동의했지만 안 의원은 완강하게 반대했다. 최 교수는 제 발제가 옳다고 생각했지만 안 의원에게 프리 핸드(free hand, 재량권)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럴 만큼 안 의원이 정당의 의미를 충분하게 생각하거나 고민하고 있지 않았다."
"제3의 대안 정당이 출현하면 새누리당이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 범여권에서도 신당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의 경우 DJ와 노무현 이후 야권을 이끌어갈 만한 리더가 없다. 억지로 하나로 묶어놔 계파 보스들이 나눠 먹고 있다. 그게 한계에 부딪혔다. 여권도 박근혜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그런 리더가 없어진다. 박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앞으로 몇 가지 정치적 계기가 있다. 원내대표 선거가 있고, 친이계에서 개헌을 드라이브하고 있고, 반대로 친박계에서는 4대강 사업을 가지고 MB, 친이계와 충돌할 수 있다. 그렇게 충돌하는 힘이 세진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무성-유승민 연합 세력이 승리하면 당내에서 친박계는 주도권을 상실할 것이다. 홍문종-이주영 등 친박계가 이긴다면 김무성 대표는 껍데기가 된다. 그런 과정이 누적되고, 총선이 다가오면 공천이 불확실해지는 세력이 비상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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