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중동 순방에 나선 아베 총리는 1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했다. 아베 총리는 부인 아키에 여사와 기념관을 둘러본 뒤 무릎을 꿇고 헌화했다.
야드 바셈 기념관은 세계 2차 대전에서 나치 정권에 학살된 유대인 600만 명을 추모하며 홀로코스트 관련 자료를 전시한 이스라엘의 국립 시설이다. 일본 총리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9년 만이다.
아베 총리는 기념관 연설에서 "올해 전후(태평양전쟁) 70주년을 맞이해 전쟁이나 학살 등의 비극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고, 일본이 세계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공헌하겠다는 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베 총리는 "특정 민족을 차별하고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인간을 얼마나 잔혹하게 만드는지 배울 수 있었다"며 "홀로코스트가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글귀를 히브리어와 일본어로 읽었다.
또한 2차 대전 때 유대인 난민들에게 일본 비자를 발급해 목숨을 구해주며 '일본의 쉰들러'라고 평가받은 스기하라 지우네를 거론하며 "그의 용기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고, 부인 아키에 여사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시 리투아니아 주재 일본 영사 스기하라는 전쟁 동맹이던 독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6천여 명에게 일본 비자를 발급해 미국으로의 망명을 도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수많은 유대인의 목숨을 구한 공을 기려 스기하라에게 지난 1969년 훈장을 수여했다.
홀로코스트 슬퍼하면서 위안부나 난징 대학살 언급 안해전후 70주년이 되는 올해 첫 순방지로 중동을 선택한 아베 총리의 홀로코스트 기념관 방문은 일본의 평화주의를 강조하며, 침략 전쟁을 부정하고 국수주의를 의심받는 역사관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3월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도 나치에 희생된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 안네 프랑크 박물관을 방문하는 등 서방에 일본의 평화주의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홀로코스트의 비극과 나치 정권의 잔혹함을 강조하면서도 일본군 위안부나 난징 대학살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엉뚱한 곳에서 전쟁을 반성하는 '이중적인 역사관'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중동 순방에서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을 방문한 아베 총리는 오는 20일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넘어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을 촉구할 전망이다.
이 같은 아베 총리의 광폭 행보는 결국 적극적 평화주의를 통해 '보통국가'가 되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고, 더 나아가 일본의 숙원인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