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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홀린 매혹의 경치. 실제로 보면 더 아름답다. 말을 잃을 정도로...
 나를 홀린 매혹의 경치. 실제로 보면 더 아름답다. 말을 잃을 정도로...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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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이상한 일이었다. 주자이거우(九寨沟)로 여행을 가는 건 계획에 전혀 없던 일이었다. 중국으로 떠날 때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싶어 오래된 가이드북을 하나 가져갔다. 심심할 때면 아무 페이지나 펼쳐 넘겨보고는 했다.

그러던 와중 아름다운 풍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라고 했다. 그 곳은 내가 거주하던 곳에서 기차를 네 시간 가량 타고 근처 도시로 간 후 다시 약 48시간을 기차를 타고, 또 한 번 버스로 10시간을 넘게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였다.

게다가 산 속에 위치하고 있어 날씨도 춥고 물도 얼어 겨울에는 구경하기 힘들다고 했다. 고민은 많았으나 결정은 빨랐다. 나는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을 향해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갑자기 떠나기로 마음 먹은 그곳... 험난한 여정의 시작

사진을 아무리 열심히 찍어도 실제 경관의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 했다.
 사진을 아무리 열심히 찍어도 실제 경관의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 했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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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가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혼자 가는 편이 중국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회화를 연습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당시 중국인 친구들이나 학교 선생님과의 의사소통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들이 외국인인 나를 배려하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말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학교를 벗어나 일반인들의 말을 알아듣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회화가 서툴다는 것이 오히려 혼자 떠나는 여행을 결심하는 데 큰 동기가 됐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전체여정은 넉넉잡아도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어야 했다. 그리고 근처 도시에서 잠깐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하고 당일 사천의 성도로 떠나는 기차를 탔어야 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오랜만인데 시내에서 밥 먹고 가라. 나 맛있는데 알아."

역 근처에서 밥을 먹자는 내게 현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던 친구는 시내로 가자고 했다. 시간을 얼추 계산해보니 그 정도면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밥을 먹고 식당 밖으로 나섰는데 이게 웬일, 폭우가 쏟아지는 게 아닌가? 그것도 11월에 말이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인 게 틀림없었다.

"여기 원래 자주 비가 와?"
"아니? 나 가을에 비오는 건 처음 봤는데?"

빗줄기는 더욱 더 거세졌다. 친구를 만나 시내로 오기 전 이미 기차역에서 표를 사둔 터라 미적거릴 시간이 없었다. 늦으면 나를 내버려둔 채 그 기차는 떠날 테니까. 우리는 그때부터 필사적으로 택시를 잡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무릎까지 빗물이 고여 버스며 택시는 모두 만차인 채로 더디게 움직였다. 30분을 넘게 쫄딱 비에 젖은 채로 손을 흔들어봤지만 우리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한 삼륜차가 우리 앞에 멈춰 섰다. 바퀴가 세 개인 이 차는 가까운 곳을 저렴하게 갈 때 이용하는 간이 운송시설에 가까웠다. 도로가 매우 미끄러운데다가 비가 멈추지 않아 시야확보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차를 탄다는 건 사고를 부르는 일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찬밥 더운 밥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우리는 흥정이랄 것도 없이 기사 아저씨가 부르는 데로 돈을 주기로 하고 탔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지만... 결국 예정은 꼬여버렸다

물론 여행을 떠나서도 가계부를 썼다. 수첩에 그 날 쓴 경비를 기록했다.
 물론 여행을 떠나서도 가계부를 썼다. 수첩에 그 날 쓴 경비를 기록했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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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속도를 낼 때마다 기우뚱거리고 빗물에 바퀴가 여러 번 미끄러지며 아슬아슬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차가 전복되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웨이시엔. 웨이시엔."

위험하다고 중국말로 몇 번을 외쳐도 기사 아저씨는 괜찮다고 했다. 오히려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내보였다. 하늘이 도운 건지 다행히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 짐이었다. 이미 가방 속의 옷가지는 모두 비에 쫄딱 젖었고 입고 있던 옷에서도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 상태로 약 48시간을 샤워도 하지 못 하고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목적지에 도착했다가는 감기로 고생할 게 뻔했다. 그보다도 그 꼴을 하고 여행을 시작할 자신이 없었다. 그때 망설이는 내게 친구가 말했다.

"우리 기숙사에서 옷 말리고 다음날 출발하는 건 어때?"

그 생고생을 하고 간신히 기차시간에 맞춰왔는데 예정에도 없는 이곳에서 하루를 머물게 될 줄이야. 결국 기차표는 100위안이나 깎인 채 환불을 했다.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나는 그녀를 따라나섰고 정말 예측불가의 날씨처럼 그곳에서의 여정은 며칠로 늘어나버렸다.


태그:#구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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