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추위와 바람을 막기 위해 옷을 두껍게 입고 목도리를 꽁꽁동여 매는 추운 겨울철에는 무더웠던 여름철이 생각나고, 반대로 여름철에는 시원한 가을이나 눈쌓인 겨울을 상상하게 되는 것처럼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추운 겨울철에 따뜻하게 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해보다가, 지난 여름에 방문했던 고수동굴이 떠올랐다. 충북 단양군 고수리에 위치한 고수동굴은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84년도에 최초로 방문했고, 21살때인 1992년도에 두 번째로 방문 그리고 2014년도 8월에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이다.
어린시절 영주에서 자랐던 우리 형제들은 소백산을 경계로 있는 단양까지 부모님과 함께 버스를 타고 죽령고개를 넘어 단양으로 이동했고, 멀미가 심했던 난 단양에 도착할 때까지 꽤나 괴로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자동차로 편하게 이동하지만 어릴적엔 단양터미널에 내려서 고수동굴까지는 다시금 걷거나 버스를 타고 가야만 했고 그때는 근교의 관광지에 구경가는 것조차도 큰 일 중에 하나였다.
흐렸던 날로 기억되는데 어릴적에 처음으로 갔을 당시 고수동굴은 미지의 세계와 조우한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어두컴컴한 동굴 입구는 웬지 들어갔다가는 영영 되돌아 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어릴적에 즐겨 읽었던 <톰소여의 모험>처럼 굉장한 모험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 형제가 어릴적에 구경했던 고수동굴에 아들과 딸과 조카인 현아가 함께 하니 기분이 새로웠다.
고수동굴은 1976년 9월에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256호로 지정받았고 국내에서 가장 화려하고 가치 있는 문화재 동굴이라고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1973년도에 종합학술조사 때 동굴 속과 입구 부근에서 뗀 석기가 발견되었고 선사시대에 주거지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현재 이 동굴을 공개해 관광동굴 코스로 이용하고 있는 구간은 약 600m이다. 동굴 안쪽 용수골에 이르는 지역은 동굴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출입통제구역으로 설정되 제한적으로 구경할 수 있다. 혹자는 고수동굴의 경관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인 미국 버지니아주의 루레이동굴에 비견하고 있을 정도로 화려하고 가치있는 문화재 동굴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에 갔을 때는 어릴적과는 전혀 색다른 느낌이었고 꽤나 오랜시간을 동굴에서 머물렀다. 총 연장 1700m 길이인 고수동굴은 수직 높이만 해도 50m가량 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동굴내부 곳곳을 관람하며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아기자기한 체험을 새롭게 해 볼 수 있었다.
고수동굴 내부가 이토록 넓은 곳이었는지 새삼 느낄 수가 있었는데 회전식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길의 아래를 내려다 보니 까마득할 정도로 높아 아찔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우리말고도 관광객들이 많아서 천천히 주변의 경관을 감상하며 걷다보니 이곳저곳에서 탄성을 자아내는 소리가 동굴내부에 울려 퍼졌다.
즉석 기념사진을 촬영해 주는 사진사가 있어서 우리 가족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잠시 쉬어 갔다. 하루종일 동굴 내부에서 일하는 사진사의 일터가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아이들도 신기해 하며 즉석 사진이 나오는 과정을 들여다 보았다. 한장에 만 원하는 사진치고는 크기가 작은편이었지만, 그래도 멋진 배경을 바탕으로 한 사진은 꽤 괜찮았다.
동굴 내부는 동굴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관계로 행여나 플래시 카메라로 동굴내부 촬영은 그다지 쉽지만은 않은 곳이란 생각도 들게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대로 고수동굴은 석회암지대에 발달한 카르스트지형이다. 탄산이 함유된 지하수가 석회암 동굴 내부를 녹여 형성된 동굴 내부의 공동지역에는 종유석, 석순, 석주 등과 종유폭포 그리고 유석경관이 화려하게 발달되어 있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가는 곳곳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 연신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고수동굴 내부를 1시간 가량 걸려 탐험하고 나오니, 입구와는 한참 동떨어진 곳으로 나오게 되었고 미지의 세계에서 노닐다 빛이 가득한 원래의 세상으로 되돌아 온 기분이 든다.
지난 밤에 우리 형제 가족은 고수동굴 위쪽에 위치한 천동동굴 인근의 민박집에서 1박을 했던지라 고수동굴 관람을 마지막으로 모두들 각자의 삶터로 헤어졌다.
동굴은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비·바람·천둥번개로 부터 보호해주고 맹수들로 부터 안전을 보장받게 해주는 주거지로서의 기능을 해온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연중 일정한 동굴 내부의 기온이 추운 겨울에도 추위를 이겨내고 보다 안락한 시간을 보내게 해주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겨울에 더욱 따뜻한 기운을 들게하고, 생명이 살아 숨쉬는 듯한 수려한 단양
고수동굴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멋진 추억을 남겨 보시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