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초 파란 새 싹 쏙쏙 물면 얼비치는 봄 정령들 괜스레 마음만 바빠지는 아침나절 - 이상옥의 디카시 <입춘 가까운 연못>입춘도 되기 전에 벌써 연못에는 수초가 새 촉을 틔웠다. 연못에 죽은 부레옥잠이 덮여 있었는데, 이상하게 파란 빛이 보여 걷어내고 보니 벌써 수초 새 촉이 고개를 내민 것이 아닌가. 아직 2월도 되지 않았는데, 봄은 벌써 문턱에 와 있었다.
얼마 전까지도 연못은 꽁꽁 얼어 있었다. 그런데 아침인데도 연못 얼음이 녹아서 맑은 물면에는 하늘이 담기고, 건물도 아름답게 얼비치고 있었다. 이게 다 봄의 정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검정고양이도 볕 쪼이는 입춘이 가까운 아침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검정고양이도 이날 아침에는 나를 경계하지도 않고 유유히 아침에 볕을 쪼이는 것이다. 시골집에 살면서 개를 마당에서 키우는데, 개의 배설물은 생태통(?)에 담아 썩으면 거름으로 활용한다. 음식물 찌꺼기도 따로 통에 담아서 개의 배설물과 함께 썩혀 역시 마당에 심은 소나무, 감나무, 무화과 등에게 거름으로 준다.
개 두 마리 배설물만 해도 마당의 나무들 거름으로 충분한 듯하다. 이웃에 사는 고양이는 음식물 찌꺼기를 노리고 매일 집으로 온다. 집 테라스에 음식물통을 두고 있는데, 밤이 되면 간혹 딸깍이는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면 불청객 고양이가 음식 찌꺼기를 훔쳐 먹는다고 내는 소리다.
야단을 치면 달아나지만 별로 겁을 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고양이와 나는 서로 익숙한 관계가 되고, 심하게 혼을 내지 않기 때문인지 나를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로도 보지 않는다. 이날 아침에는 나를 빤히 보면서도 도망가지 않고 유유히 볕을 쪼이는 것이다.
시골집이다 보니, 찾아오는 손님이라곤, 새나 고양이 정도다. 새는 반가운 손님이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도 자주 찾아오는 고양이와 서서히 정이 들어가는 중이다. 봄이 가까워지니 마음도 한결 너그러워지는 듯하다.
그런데 라이카만은 고양이만 오면 짖어댄다. 원래 라이카는 잘 짖는 개다. 내가 짖는 것을 싫어하는 걸 아는지 요즘은 가능한 짖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 같다. 타고난 본능을 주인을 위해 억제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찌 보면 안쓰럽다. 고양이가 음식물 찌꺼기를 훔쳐 먹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경고한다고 짖어댄다. 이것마저 못하게 하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
봄이 가깝다. 라이카도 고양이에게 나처럼 좀 더 너그러워 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곳이라도 평화롭고 조화로운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