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돌 지나고 나니 살 만했나 보다. 이전까지는 생각 없던 둘째를 바라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둘째를 임신했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는 모르는 것과 궁금한 것이 많아, 집 근처 도서관에서 임신, 태교, 출산을 다룬 '598번대'의 책들을 잔뜩 빌려다 읽고는 했다. 하지만 둘째를 임신한 지금은 임신과 출산을 한 번 경험했다는 이유로 '598번대' 책들을 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처음 아이를 품었던 그때의 마음으로 다시 찾아 읽는 책들이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생각난 책이 바로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나의 가장 밑바닥을 마주하는 일' (여는 글)여는 글부터 남다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아이를 기르는 지금 이 순간까지 끊임없이 엄마를 자극하고 괴롭힌다. '태아가 잘 크고 있을까?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세상의 수많은 엄마들이 두려움 속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두려움과 싸우며 아이를 키워나간다. 그런 엄마들에게 이 책은 잔잔하면서도 평화로운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출산"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대부분 태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출산의 과정과 원리에 대해서는 알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본문 중)저자는 병원이 산모에게 어떤 것을 해주는가가 아니라, 어떤 것들을 하지 않는가를 중요시했기에 첫째를 조산원에서 낳았다. 뒤이어 둘째와 셋째를 출산할 때는 자연주의 출산의 황홀한 순간을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가정 분만으로 아이를 낳았다.
출산을 전적으로 병원에 맡기는 산모는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두렵기 마련이다. 아기가 나오는 순간과 과정은 전적으로 의사와 간호사에게 맡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모와 태아가 출산의 주체가 되는 자연주의 출산을 하면 산모와 아기의 선택과 의지로 좀 더 편안하고 평화로운 출산을 할 수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병원에서 분만하는 산모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도 르봐이예 박사의 철학을 따라 폭력 없는 출산이라 불리는 '인권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를 찾으면, 더욱 편안하고 존중받는 분위기에서 건강한 출산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아기에게 수유할 때의 몸과 마음가짐도 돌아보게 한다. 엄마들은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때 조리원에서 '셀프 수유(젖병을 수건으로 받쳐놓는 등의 조치로 신생아 스스로 수유하게 하는 방법)를 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유할 때 아기와 눈을 맞추어 주고, 심장에 아기를 맞대어 교감하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던 엄마들이 차츰 지루함과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수유할 때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저자는 수유하는 순간만큼은 정성을 다해 아기를 안고 따스한 눈길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엄마가 수유를 힘겨운 '일'로 여겨 아기에게 줄 수 있는 애착을 먼저 뿌리치고서, 나중에야 아이의 심성을 기르겠다고 각종 프로그램에 돈을 쏟아 부으며 애쓰지 않기를 이야기한다. 기자 또한 둘째가 태어나면 모유 수유하면서 TED 강연 영상을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수유하는 그 순간을 정말 행복하고 귀하게 여기리라 마음을 고쳐 본다.
아이 키우는 데 정말로 필요한 것"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와 몇 시간을 함께 지내는가보다 아이와 있는 시간을 얼마나 행복하게 여기는가가 아닐까." (본문 중)'전업맘이냐, 워킹맘이냐'라는 엄청난 선택의 기로에서 엄마들은 기본적으로 아이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떠올린다. 저자는 정말 중요한 것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그 시간의 질임을 강조하며 워킹맘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특히 밥 먹는 일에 대한 저자의 마음가짐과 행동은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아이들 아빠가 늦게 퇴근하는 날이라도 대충 넘어가는 일 없이 늘 정성스럽고 반듯하게 밥상을 차린다. 밥을 먹는 것처럼 날마다 변함없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일들이 아이들의 내면에 가장 많은 인상으로 남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매 끼니 밥상에서 정성스러운 대접을 받고 자란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을 당당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여유를 베풀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엄마라서 다행이다"삶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간다. 뒤로 가거나, 제자리에서 도무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라면 그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자라는 시간이다." (본문 중)여자에게는 육아하는 시간이 그렇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는데, 육아의 시계는 '국방부 시계'에 견줄 만큼 더디게 간다. 주구장창 아이랑 집에서 지지고 볶다가 모처럼 마음먹고 외출하면, 잘 차려입은 예쁘고 젊은 아가씨들이 왜 이렇게 눈에 띄는지... 놀아주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하는 일상적인 것들이 무한 반복하는 그 시간 속에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정말 중요한 것들이 느리게 자라는 시간이다. 아이는 양육자의 사랑을 느끼며 세상의 따스함을 알아가고, 엄마는 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헌신과 인내와 사랑을 매일매일 몸과 마음에 새겨나간다.
엄마가 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엄마가 아니었을 때는 몰랐던 것을, 엄마가 되고 조금씩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그리고 다시 엄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책을 돌아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덧붙이는 글 | <두려움 없이 없마 되기> / 신순화 씀 / 민들레 펴냄 / 2012.01.10 발간 / 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