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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없이 살 수 있을까? 살 수 있다. 그러나 엄청나게 불편할 것이다. 가끔 TV에서 전기가 없는 산속에서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가 있다. 그들의 행복해 하는 모습이 좋긴 하지만 '저렇게 불편해서야 어찌 산단 말인가'하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나는 전등 5개와 스탠드 한 개를 밝히고 있다. 당연히 컴퓨터와 모니터도 전기로 연결되어 있다. 이젠 현대인에게 전기는 필수품이다. 모든 가전제품이 전기를 쓴다는 전제로 만들어지고 소비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져서 내 집 안방까지 오는지에 대하여는 지식이 거의 없다.

전기의 기원은 B.C. 600년경이다.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가 호박을 헝겊으로 문지르면 마찰 전기가 일어나 먼지 등이 달라붙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기의 영어 어원(Electricity)이 '호박(elektron)'이라는 뜻인 이유가 여기 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전기는 에디슨의 전구 발명으로 실생활로 들어와 우리와 끊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세상에는 '착한 전기'와 '나쁜 전기'가 있다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하승수 지음 / 한티재 펴냄 / 2015.01 / 8000원)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하승수 지음 / 한티재 펴냄 / 2015.01 / 8000원) ⓒ 한티재
전기의 기원이나 생산원리를 몰라도 우리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 재질이나 조립방법, 구조를 몰라도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과 같다. 전등이 나가면 갈아 끼울 정도의 실력만 있으면 밝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나와 같을 것이다. 여기 나와 같던 사람이 전기에 대하여 생각해 봐야 한다고 책을 써 들이민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 위원장이 그다. 그는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우리가 몰랐던 전기 이야기>를 통해 '착한 전기'와 '나쁜 전기'가 있다고 말한다. 이왕이면 착한 전기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감이다. '착한 전기'와 '나쁜 전기'가 있는 줄 모르면 당연히 그냥 전기를 쓰는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그러나 그런 게 있다면 당연히 '착한 전기'를 써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노동자를 착취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작업을 시키는 자동차 회사와 복지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노동자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며 생산하는 자동차 회사가 있다면, 어느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나? 자동차 질은 같다는 전제라면, 그리고 진정성을 가진 소비자라면 후자를 택하지 않을까.

전기도 마찬가지다.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전기, 원전의 위험 속에 우리를 빠뜨리지 않는 전기,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전기, 고압 송전탑을 세우고 송전탑 주변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지 않는 전기, 저자는 이런 전기를 '착한 전기'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나는 전기에 문외한이었다"고 고백한다. "전기공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전기에 관련된 일을 해 본 것도 아니다"라며 책의 서두를 연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며, 2012년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던 70대 농민의 죽음을 보며, 밀양을 지나는 765kV의 송전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건 '나쁜 전기' 때문이다.

그는 직접 뛰어들어 '착한 전기'를 생산하고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결실 중 하나가 이 책이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인 한국, 전기의 원전 생산비율이 30%에 육박하는 한국, 이는 모두 '나쁜 전기'의 다른 모습들이다. 저자는 정부와 전기 전문가라는 이들이 모두 엉터리이고 거짓말쟁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전기를 들여다보았더니 그렇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가만있을 사람은 없다.

정부-전기 전문가-대기업의 검은 커넥션

저자는 <프레시안>에 쓴 칼럼에서,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이 책은 지난 3년 동안 대한민국의 전력정책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민들을 속여서 불필요한 발전소와 송전선들을 대량으로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와 대기업의 커넥션, 그리고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의 그럴싸한 거짓말, '나쁜 전기'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원전이나 송전탑을 안 지으면 전력난이 온다는 것은 완전한 허구이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돈을 벌게 하기 위해 쓸데없는 발전소와 송전탑을 짓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다. 경남 밀양에서 문제가 된 765kV 송전선의 경우에는 대한민국에는 맞지 않은 송전선을 들여온 것이 문제의 근본이다. 그리고 발전소를 한 곳에 몰아 짓는 바람에 전력계통이 불안정해지고, 그것 때문에 또 다른 송전선을 건설하고 있다." - 본문 13쪽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원전시설을 늘리겠다고 한다. 송전탑 또한 더 건설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원전 마피아'란 말을 알고 있다. 바로 그 '원전 마피아'란 단어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작금 MB정부 시절의 4대강 사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렇도록 문제가 발생할 4대강 사업을 정부가 밀어붙인 이유가 뭘까. 지금도 지난 정부의 관계자들이 그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전기정책과 4대강 사업은 같은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 돈이다. 이런 사업으로 돈을 챙기는 사람이나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돌아가는 것 같고, 돈이 돌아야 정치가 되는 것 같다. 저자의 "원전은 막대한 이권사업이고, 이권사업을 옹호해야만 자리나 돈이 생기기 때문"이란 말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책은 동양파워(주)가 '6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게 됐는데, 동양그룹이 위기를 맞으며 그 권리를 4310억 원을 받고 포스코에너지(주)에 넘겼다는 사실에서 이권의 진면목을 찾는다. 얼마나 돈이 되는 장사이기에 사업권을 넘기는 데만도 동양파워(주) 주식의 7배가 넘는 가격에 이를 인수하느냐는 거다.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사업에. 저자의 주장에 그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책은 정부와 대기업, 전문가와 정부, 전문가와 대기업의 검은 커넥션이 아니면 불가능한 전력정책을 꼬집는다. 몇 가지만 내가 이해한 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수요도 없는 지역 몇 군데 원전이나 화력발전소를 몰아 짓고(중앙집권식), 고압송전선이 지나는 주민들을 병들게 만드는 송전정책 ▲ 민자 발전이란 허울로 대기업에 전기 사업을 몰아주고 발전을 하지 않아도 용량요금을 정부가 물어주는 특혜정책 ▲ 전기정책을 마련하는 전문가 그룹(위원회 등)의 비민주적 운영형태 ▲ 몇몇 대기업에 발전설비 건설이나 운영을 몰아주는 대기업 특혜정책 ▲ 전기요금을 3.7% 더 걷어 '원전이 안전하다'는 등의 거짓 선전을 하는 원전홍보정책 ▲ 산업용전기의 원가이하 공급정책 등이다.

그럼, '착한 전기'를 위해 어떻게 할까?

이 글에 책의 주장을 다 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분명한 것은 자동차는 질이 같다면 양심적이고 좋은 회사 것을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전기는 그럴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나쁜 전기'도 쓸 수밖에 없다. 전기와 우리의 삶은 이제 떼어놓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 '나쁜 전기'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나쁜 전기'를 만들지 말고 '착한 전기'를 만들라고 정부에, 관계된 이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책을 썼고 녹색당을 만들고 정치로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이 원전폐쇄를 결정한 것도 녹색당이 정치를 하게 돼 가능한 일이란 거다. 저자는 '착한 전기'를 위해 '탈핵-탈석탄화력-탈송전탑' 등 여섯 가지를 제안한다.

'착한 전기'가 생산되는 대한민국, 참 기대되는 희망이다. 책을 읽으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고 말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책을 읽은 후 천장에 박혀있는 전등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그 누구의 눈물도 흘리지 않고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착한 양심들이 더욱 큰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하승수 지음 / 한티재 펴냄 / 2015.01 / 8000원)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 - 우리가 몰랐던 전기 이야기

하승수 지음, 한티재(2015)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하승수#녹색당#원전#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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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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