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16일 목포에서 실탄이 장전된 총기를 지니고 탈영한 것으로 알려진 사병이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됐다는 지난 24일의 보도는 매우 씁쓸하게 다가왔다. 군이 조금만 신경 썼다면 젊은 목숨이 희생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임 병장 사건과 윤 일병 사건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더 부각되는 것이겠지. 한해 150여 명의 군인이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어. 그런데 1년에 몇 건 알려지지 않잖아. 묻히는 사건ˑ사고들이 얼마나 많겠어. 군이 쉬쉬 덮는 바람에 그간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말이야."목포 김 일병 사고 소식을 보며 "갈수록 군대 사건·사고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더니 한 지인이 이처럼 말한다. 정말 군대 사건ˑ사고가 그렇게 많은 걸까?
군대 사건 사고,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김종대 : 한국전쟁 이후로 전쟁이 없는 상태에서 (군대에서) 사망한 사람이 지금까지 6만여 명입니다.임태훈 : 국방부는 제발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표현을 안 썼으면 좋겠습니다. 병사들이 하는 일도, 그들이 대접받는 내용도 결코 신성하지 않습니다.김종대 : ...유력자 자제는 전방으로 가더라도 연대나 사단 본부에서 근무하게 합니다. 청탁이 없어도 빼줄 때가 많습니다. 천안함 피격 사건 때 우리 장병 마흔여섯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들 중에 대기업의 부장급 이상, 대학교수 이상, 고위 공무원 부모를 둔 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 청년은 왜 군대 가서 돌아오지 못했나>중에서군사안보전문가 김종대씨와 군 관련 인권 운동가 임태훈씨, 두 사람이 쓴 <그 청년은 왜? 군대 가서 돌아오지 못했나>는 우리의 군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대담 형식으로 들려주는 책이다. 정확히 말하면 군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주요 주제다.
처음엔 지인의 '한 해에 약 150명의 현역 군인이 사망한다'는 말을 선뜻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두 전문가가 쓴 책에도 정전 후 6만 명이나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군 의문사 규명 관련' 책에서도 같은 통계를 봤다. 지인의 말대로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군대에서 정말 많은 사건·사고들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의 군대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난다는 걸까? 사건이나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전문가들이나 관련 부처 등에서 이런저런 대책을 세운다고 말들이 많던데, 그럼에도 왜 그렇게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걸까? 임 병장과 윤 일병 사건·사고의 바탕인 폭력과 왕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임태훈 : 수용소처럼 운영하는 그린 캠프도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수용소입니다. 내무실 앞뒤 출입문을 밖에서 쇠줄로 묶은 후 자물쇠로 잠가 놓습니다. 열쇠는 내무실을 관리하는 상사가 목에 걸고 있고요. (중략) 이런 환경에서는 멀쩡한 사람이 들어가도 노이로제에 걸리거니와 멘토 역할(기자 주 : 입소한 병사를 3분 혹은 5분 단위로 감시하며 책임지는 기간 병사)을 하는 병사들도 하나같이 얼마 못 버티고 다 나옵니다. 이 수용소 같은 환경에서 관리를 받던 병사 한 명은 국군수도병원에 진료 받으러 갔다가 6층에서 투신자살을 했습니다.김종대 : 일부 그린캠프는 진짜 무허가 기도원이나 정신병원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린캠프를 운용해도 군대에서 연간 100여 명의 자살자가 발생합니다. 근본적으로 그린캠프는 만들지 말아야 했습니다.-<그 청년은 왜 군대 가서 돌아오지 못했나>중에서책의 일부에서는 군대 안에 자라고 있는 극단적 폭력의 실태와 원인들, 징집의 문제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병사를 격리하는 그린캠프와 문제를 일으킨 병사를 감금하는 영창의 근본적 문제점 등을 짚어봄으로써 폭력이나 왕따 등 군대에서 반인권적인 문화가 이어져 내려올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2부에서는 윤 일병 사망 사건과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과 관계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오 대위 사건으로 대표되는 여군들이 당하는 성폭력 실태, 군대에서 차별받는 성 소수자들의 실태를 조명함으로써 군대에서의 인권침해 피해자들의 생생한 사례들을 짚어본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군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 즉 대안을 제시한다.
강한 군대 강조하다 병든 우리 군대김종대 : 참여정부 시절에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병영 문화 개선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실제로 전방의 6군단은 그대로 실행했습니다. 병영 생활 행동 강령이 병사 사이의 서열화, 지시, 명령을 배제하고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목적에 충실했지요. (중략)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병사끼리 존댓말을 금지시키고, 예절을 강화하고, 휴가 시에도 경례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시 명령 통제 관계로 선후임 관계를 예전으로 되돌리라고 문서도 내려 보냈습니다. 말하자면 '편한 군대'는 필요 없고 '강한 군대'가 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가장 잘 따른 5군단인데, 당시 군단장이 지금 새누리당 의원입니다. 과거 억압적인 병영 질서로 돌아간 5군단과 병영 생활 행동 강령을 준수한 6군단은 서로 인접한 군단입니다. 5군단에서는 사건과 사고가 무수하게 터졌습니다. 반면 정두근 중장이 지휘한 6군단은 전 군인이 사건·사고로 신음할 때도 그 부대만큼은 건강했습니다. (중략) 최근 제가 만난 정두근 예비역 중장은 "윤 일병 사건에 이명박 정부 초기 군 수뇌부는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그 청년은 왜 군대 가서 돌아오지 못했나>중에서.최근의 군대 사건·사고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게도 있다?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사실이라 처음에는 좀 의외였으나, 책을 좀 더 읽어나가며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오랫동안 관련 일을 해온 전문가인데다, 근거를 제시하며 워낙 여러 문제와 관련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아들을 군대에 뒀던 엄마의 심정으로 아직도 이와 같다면, 그래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면, 어서 바로잡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옮겨본다. 내 아들처럼 군 생활을 무난하게 보내고 사회로 건강하게 돌아오는 아들이 많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 중에는 '이런 이야기들을 이렇게 대놓고 쓸 수 있나?' 의문이 들었을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이제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들로서는 알래야 알 수 없는 군대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군대 혹은 군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많은 사실을 두 사람이 충실히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입대하기 전까지 어떤 계급이 있고, 그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군과 관련해 아는 것이 없던 내게 아들의 입대는 참 많은 것을 알게 했다. 동시에 많은 관심을 갖게 했다. 내 아들은 전역했지만, 여전히 나는 군 문제에 관심이 많다. 또 다른 아들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아직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서야 "대한민국 아들이면 누구나 군대에 가야 한다. 누구나 참으니 너도 힘들어도 참아라"는 말이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 군대에 아들, 딸을 보냈거나, 보낼 예정인 부모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그 청년은 왜 군대 가서 돌아오지 못했나>(김종대ˑ임태훈)/ 나무와숲 / 2014-12-18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