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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2시경 서울역 2층 대합실 옆에 마련된 TV 모니터 앞에는 60~70대 남성 4명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TV 모니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9.7%까지 내려갔다는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이재천(63·용산구)씨는 옆 사람에게 "나도 박근혜를 지지했지만 요새 국민은 뒷전이다"라며 "(정윤회) 문건 파동이나 서민 증세 같은 것들을 보면 신물이 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7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29.7%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26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역대 최저치인 30.1%를 기록한 지 불과 하루 만에 30%선이 무너진 것이다. 각종 매체는 이를 보도하며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무너졌다'고 평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50·60대에서의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다. 50대 지지율은 52.5%에서 44.2%로 8.3%p 떨어졌고, 60세 이상은 65.5%에서 57.9%로 7.6%p 하락했다. 50·60대의 민심은 정말 박 대통령에게서 돌아선 것일까. 실제 시민들의 말을 들어보기 위해 종로구 탑골공원과 강남구 압구정역을 찾았다.

[돌아선 종로 50·60대 민심] 10명 중 6명은 "마음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정말 무너진 것일까? 28일 오후 종로 탑골공원 인근에서 50·60대 노인들을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정말 무너진 것일까? 28일 오후 종로 탑골공원 인근에서 50·60대 노인들을 만났다. ⓒ 이유진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9도였다. 이 때문인지 종로 탑골공원에는 8명 내외의 중장년층만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인터뷰 요청에 '정치 얘기는 안 한다'며 빠르게 지나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공원 한쪽 조각상 앞에 앉아 있던 백발의 노인 정아무개(75, 서대문구)씨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지지율이 떨어진 건 이미 기정사실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이) 한 일이 있으니 (지지율이) 떨어지는 거지. 원래는 대선공약에서 노인들에게 20만 원씩 준다고도 하고, 복지도 강조하고... '아, 우리같은 노인들도 막걸리 값은 받을 수 있겠다' 생각해서 뽑았지. 근데 지금 그거 지키지 않았잖아. 오히려 서민들 세금만 걷고 부자 증세는 안 하잖아. 예전에는 어쩌다 개천에서 용이라도 났다지만, 이제는 절대 안 돼. 부익부 빈익빈 차이가 너무 커졌어. 우리야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노인네들이지만 후세는 더 힘들어 질 거라고 봐... (지지율이) 더 떨어져야 돼."

이춘기(69, 성북구)씨도 "경제 살린다고 해서 뽑았더니 이런 불황은 살다 살다 처음 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내가 서울에서 60년이 넘게 살았지만 이렇게 불황인 적은 없었어. 내 직업이 용달 운전해서 시장에 물건 배달하는 건데, 장사가 안 되니까 일이 없어, 요새. 시장 상인들도 장사가 안 되니까 다 놀아. 임대료 못 내서 쫓겨나는 사람도 많아지고."

이씨는 박 대통령에 실망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에 인적 쇄신을 하지 않고 그냥 용서해버리는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후보라 잘할 것 같아서"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양경혜(75, 동작구)씨 역시 "국가를 잘 운영하라는 국민 뜻을 무시했다"며 박 대통령을 질책했다.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해 "자기 사람만 쓰는 독단적인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또 "나 같은 경우 사업이 망한 이후 아르바이트가 생기면 간간히 일하는 신세가 됐다"며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다들 살기 힘들다고 한다"고 말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중장년층 10명 중 6명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맞는 것 같다'고 답했지만, 3명의 시민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아무개(58, 서대문구)씨는 "새누리당이 그래도 믿을 만해서 박근혜를 뽑았다"며 "지지율이 하락했는지 잘 체감되지 않는다, 야당도 별 게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씨 외에 다른 두 시민도 공통적으로 "(국정 운영을) 그냥 보통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들은 지난 대선 때 각각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서' '뽑을 사람이 없어서'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한다. 그 중 한 시민은 "그래도 담뱃세 같은 서민 증세는 싫다"며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 같지만 (박 대통령이) 고집이 있어 이 기조를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시민들 중 유일하게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하고 있다'고 응답한 배아무개(59, 용산구)씨는 "여자 힘으로 정말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고 박 대통령을 지지하게 됐다"는 배씨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으면 복지 규모가 더 커서 세수 부족이 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판이 쉽지, 정치를 직접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강남 노년층도 지지 균열] "이렇게 소통이 안 될 줄 몰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정말 무너진 것일까? 28일 오후 강남 압구정역 현대백화점 지하 출입구에서 50·60대 노인들을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정말 무너진 것일까? 28일 오후 강남 압구정역 현대백화점 지하 출입구에서 50·60대 노인들을 만났다. ⓒ 이진혁

같은 날 오후 7시, 강남 압구정역 현대백화점 지하 출입구는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노년층의 출입이 잦았다. 베레모를 쓴 노신사는 케이크상자를 들고 백화점 문 밖으로 나섰다. 입구 근처에 있는 초콜릿 매장에는 모피코트를 입은 할머니 두 분이 선물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쇼핑을 하는 노인들에게 대선 때와 비교해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 변화 여부를 물었다.

압구정에 거주하는 문아무개(74)씨는 "대통령? 할 말이 너무 많아, 따라와"라며 기자를 데리고 백화점 지하 1층에 위치한 VIP 라운지로 들어갔다. 문씨는 "대선 때 박근혜를 찍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소통이 안 될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문씨는 또 "정치에서는 다수의 의견이 한 사람의 의견보다 더 옳다"며 "그런데 박 대통령은 자기 고집이 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동네(압구정) 같은 경우, 이명박이 살인을 저질러도 지지를 하는 곳이다"라며 "하지만 여기 사람들도 최근 박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인과 쇼핑을 마치고 나온 임아무개(66)씨는 박 대통령에 대해 "무식하다"며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씨는 "아직 나는 새누리당 지지자이지만,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문제의 원천은 박 대통령이 솔직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며 "이번 연말정산 문제도 거짓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아무개(65)씨 역시 '거짓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증세 없는 복지도 결국 거짓말이었다"며 "거짓말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연말정산 때 터졌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인사'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비선조직을 건드리지 않고 국민의 지지를 얻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걸어가던 강아무개(69)씨는 "500만 흡연자의 인권이 유린됐다"며 주변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강씨는 "담뱃값 인상이나 흡연 장소 제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흡연자들을 내몬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강남 노년층의 '콘크리트 지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곽문순(73)씨는 "박 대통령은 욕심이 없다"며 "가족 문제도 없고, 본인도 깨끗하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저하에 대해서는 "아직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진심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아무개(81)씨는 "(박 대통령이) 특히 외교를 잘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여성 대통령이라 인식이 안 좋아서 지지도가 낮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아무개(76)씨는 "참 운이 안 좋은 대통령"이라며 동정표를 던졌다. 김씨는 "현재 사건들은 대통령이 컨트롤 할 수 없는 문제"라며 "박 대통령은 언제나 노력하기에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복희(75)씨는 "언제나 바뀌는 게 지지도이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면서 "박 대통령이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 대통령이 된 거 밀어주는 게 국가 장래에 좋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진혁, 이유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21기 인턴기자입니다.



#박근혜 지지율#박근혜대통령#탑골공원#압구정동#콘크리트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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