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를 살해한 영상을 공개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IS는 1일 오전 5시(한국시각) 인터넷을 통해 인질을 살해한 영상을 공개하며 일본 정부를 비난했다.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내건 최종시한이 성과 없이 지난 후 이틀 만이다.
IS는 '일본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일본은 사악한 세력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어리석은 결정으로 '이슬람국가'의 힘과 권위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아베 총리, 우리는 너희들의 피에 굶주려 있으며 이 칼은 고토를 죽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당신의 국민은 어디에 있어도 살해된다"며 "일본의 악몽이 시작된다"고 위협했다.
고토로 추정되는 인질은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무릎을 꿇고 있으며, 그 옆에 검은 복면을 한 IS 대원이 영어로 일본 정부를 비난했다. 영상은 살해된 인질을 정지화면으로 보여주고 마무리된다.
IS는 지난달 20일 일본이 IS를 격퇴하려는 중동 국가들에 자금 원조를 했다는 이유로 일본인 유카와 하루나와 고토 등 2명을 내세워 몸값으로 2억 달러를 내놓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일본 정부가 몸값 요구를 거부하자 IS는 24일 유카와를 먼저 살해한 뒤 나머지 인질 고토를 내세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지난 2005년 요르단 수도 암만의 호텔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이라크 출신의 여성 테러범 사지다 알리샤위와 교환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요르단 정부는 지난해 IS 공습 작전에 참가했다가 전투기 추락으로 붙잡힌 요르단 공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와의 교환을 요구하며 협상이 틀어졌다. 결국 요르단 정부는 조종사의 생사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형수 알리샤위의 석방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IS는 예고한 대로 유카와에 이어 고토까지 일본인 인질 2명을 모두 살해했다. 하지만 요르단 정부가 생사 확인을 요구한 알카사스베 중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일본인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는 주로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분쟁 지역에서 난민들의 삶을 전해왔고, 지난해 10월 시리아의 IS 거점 지역으로 들어갔다가 실종된 후 인질로 붙잡혔다.
아베 총리 "포악하고 비열한 테러" 비난
일본 정부는 영상의 진위 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야마타니 에리코 일본 국가공안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과학경찰연구소에서 영상을 확인하고 있지만 인질이 살해된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며 사실상 영상이 진본임을 인정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즉각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아베 총리는 "포악하고 비열한 테러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테러리스트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그 죄를 갚아주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최선을 다해 대응했으나 유가족의 상심을 생각하면 할 말이 없다"며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도와준 국가들에 감사하며 앞으로 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IS에 의한 중동 난민을 지원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을 더욱 확충할 계획이고 이것이 테러에 굴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테러 퇴치를 위해 싸우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책임을 의연하게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아베 총리, 일본 국민과 함께 힘을 합쳐 테러와 맞설 것"이라며 "중동 지역과 세계의 번영을 촉진하려는 일본의 정부의 정책을 칭찬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