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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운동의 모태인 '목요회'는 지난 1월 29일 오후 7시 인천 답동성당에서 교수 생활을 마감하는 최원식 교수를 초대해 정년기념강연을 진행했다.
 인천시민운동의 모태인 '목요회'는 지난 1월 29일 오후 7시 인천 답동성당에서 교수 생활을 마감하는 최원식 교수를 초대해 정년기념강연을 진행했다.
ⓒ 김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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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이후 민주화의 길을 밟아왔지만, 민주정부들이 박정희 개발 독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넘어선 모델을 개발하지 못한, 나태와 무능이 오늘날 난국의 핵심이다."

2월 말 정년퇴임하는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최원식 교수는 지난 1월 29일 저녁 인천 답동성당에서 열린 '목요회' 강연에서 "4·16 세월호 사태는 3·11 동일본대지진처럼 근본적 대책이 요구되는 변곡점(變曲點)"이라면서 "개발독재 모델로부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경제적 불황 등은 어지간한 처방으로는 벗어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1987년 체제로 혁명과 쿠데타가 동시폐기됐다'는 박성민 정치컨설턴트의 말('선거제도 개편, 지금이 기회다', 관련 내용 보기)을 소개한 최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계속될 경우 혁명이 불가피할 수도 있겠지만, 혁명은 가능한 한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근대('모더니티')가 성숙하지 않은 사회가 사회주의로 넘어가면서 나타난 부작용을 소련이 여실히 보여준 바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 노동당의 모태가 된 '페이비안 클럽'(Fabian Club)이 중요한 참조처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1884년 당시 막스주의자들에게 변절자란 비난을 산 페이비안 클럽은 혁명 대신 의회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들이 내세운 '지루한 성공'이란 말을 좋아한다고 밝힌 최 교수는 "전략적으로 후퇴하더라도 천천히, 착실하게 그리고 마지막 성공으로 가는 기초를 닦아나가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페이비언 클럽에 대해 재평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혁·진보 진영은 우리 사회의 대전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최 교수는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합리적인 보수세력를 껴안지 않으면 힘들다는 게 그의 입론이다.

최 교수는 "우선 보수와 수구를 구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선 보수가 수구에 끌려 다니고 있는 형국"이라며 "합리적 보수가 있어야 진보도 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수를 견인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합리적 보수로 꼽았다. 현 정부의 개국공신인 동시에 야권 일각에서도 당 리모델링의 적임자로 꼽혔지만, 공교롭게도 두 곳에서 모두 '팽'을 당했다.

우리 사회가 개혁 과제를 외면했을 때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최 교수는 "김영삼 정부 당시 언론, 대학, 종교 등 3대 분야는 개혁에서 비켜갔었다"라면서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지금 '보복'을 당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 당시 그는 "언론이 살아 있었다면 저런 회사(청해진해운)가 백주에 나다닐 수 있을까"라며 언론의 참회와 재건을 촉구한 바 있다('지금은 야만의 시간을 직시할 때', 관련 내용 보기).

중국의 사상가 후스(胡適)의 '대담한 가설, 소심(치밀)한 고증'을 자신의 학문 지침으로 삼았다고 밝힌 최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사회의 난국을 돌파할 대담한 상상이 필요하고, 그 상상을 구체화할 수 있는 치밀한 대책과 실천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1977년 계명대 국문과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영남대를 거쳐 1982년 인하대 교수로 부임한 최원식 교수는 38년 간의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달 말 퇴임한다. <창작과비평>의 편집위원과 주간을 역임한 최 교수는 민족문학론과 동아시아론을 화두로 던졌고, 인문학뿐 아니라 사회과학 등 분야에까지 방법론적 성찰을 제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태그:#최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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