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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교육청, 교사 7인, 전문가 2인이 함께 만든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표지.
 전북교육청, 교사 7인, 전문가 2인이 함께 만든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표지.
ⓒ 전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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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과 교사, 전문가가 힘을 합쳐 국내 최초로 학교 교육용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를 만들었다.

전북지역 교사 7명이 참여해 제작한 이 교재는 '핵으로부터 벗어남'을 의미하는 '탈핵'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그대로 사용했다. 인류 전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핵 발전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만들어 쓰자는 '탈핵'의 의미를 교재에 그대로 살리려는 저자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전북교육청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에 후쿠시마를 포함한 넓은 지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 버렸다. 탈핵 교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속 불가능한 사회로 만들 수밖에 없는 핵 발전 대신 진짜 안전하고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발전 방식이 무엇인지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교사와 전문가가 공동으로 만들어... 토론 주제로 적극 활용"

이 탈핵 교재는 지난 2013년 9월 전교조 전북지부와 전북환경단체의 제안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그해 말 교육자료 개발을 위한 협의와 실무팀을 구성하고, 작년 1월 27일에는 1차 교육자료개발위원회가 열리며 교재 발간 작업에 들어갔다. 도내 교사 7명과 관련 전문가 2명이 공동 작업을 해 만들었고, 이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김익중 동국대 의과대 교수 등 전문가 3명의 감수를 받아 완성했다.

탈핵 교재는 전북 도내 모든 초·중·고 학교에 배포되며, 전북교육청 직속 기관과 산하 교육지원청에도 배부된다. 이 교재는 각 학교에서 수업 보조교재로 활용되며 도내 관련 교사를 대상으로 3월 중순경에 연수도 실시한다.

전북교육청은 "이 교재를 여러 교과 수업에서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다"면서 탈핵 교재 활용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핵 발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논란거리들은 국어나 사회 수업에서 토론 주제로 활용하고, 핵 발전의 과학적, 기술적 쟁점에 관한 내용들은 과학 과목과 기술·가정 과목의 주제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탈핵 교재,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전북교육청이 발간한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는 핵 발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발전 방식이 아니라 위험하고 비경제적이며 반환경적인 발전 방식임을 알려준다.

발간 작업에 함께한 김영진 탈핵교재 집필위원장(군산영광여고) 교사는 "핵 발전이 안전하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으며 살고 있고,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 홍보 자료나 광고, 교과서 등에서 핵 발전의 긍정적인 면만을 보여 주거나 관련된 사실을 왜곡하고 부풀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교재가 핵 발전의 사실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위원장은 "미래 세대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학생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건강한 삶을 가꾸어 가게 해야 한다"면서 "이번 작업이 시발점이 되어 타 시·도교육청에서도 핵 발전 정책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 전반을 이해하고 안전한 미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탈핵 교육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탈핵 교재 집필인의 변 - 군산영광여고 김영진
"교사들은 조금 덜 비인간적이고 조금 더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일에 용기 있게 나서야만 합니다. 사실 잘못을 바로잡는 일에 윤리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하워드 진,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에서

체르노빌을 경험하고도 후쿠시마를 보고도 대한민국 교실에서는 '핵'을 공부하지 않는다. '핵발전'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런 디스토피아를 보고 어떻게 침묵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게 학교는 '현실'에서 너무 멀다. 우리 교육이 짙은 무채색을 띠고 있는 이유는 학교가 아이들과 그들의 사회를 절연시키는 일에 몰두하기 때문이리라.

거개의 교실에서 '현실'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부수적이거나 아예 '공부' 목록에서 제외돼 있다. 그러나 현실이 거세된 교실에서 '삶'을 위한 교육은 가능한가. 현재의 삶을 도려낸 교육이 바라는 인간상은 어떤 모습일까. '현실은 불순한 것'. 우리 교육은 이런 묵시적 계약 속에 아이들을 가능한 한 현실에서 격리시키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현실을 건너뛰거나 무시하는 교육이 교육이기는 한 것인가. 현실을 감추거나 무시하는 교육은 또 누구를 위한 교육이란 말인가.

경험을 통해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우리의 현실은 교육의 부재를 말해 주고 있다. 언제 한번 제대로 자기가 사는 세상의 속살을 본 적이 없고, 또 배워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를 학교는 걱정해야 한다. 이런 공부를 해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그 많은 세월 헛공부했다는 자괴감을 느낄 때, 가르치라는 대로 가르쳤다고 변명이나 해 대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초 학교 교육용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가 닿으려는 노력의 소산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탈핵 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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