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이 입춘(立春)이다. 모두들 '입춘대길'이라고 하는데, 박근혜는 이제 봄날이 다 갔기에 '입춘막길'이다. 이제 우리한테는 봄날인데,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함께 힘을 모으자."3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열린 "민생·민주 회복을 위해"라는 제목의 '운동본부 추진을 위한 경남토론회'에 참석했던 김영만 6·15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가 강조한 말이다.
(가칭)민주수호경남운동본부 제안자들이 제안해 마련된 토론회였다. 석영철 전 경남도의원의 진행으로 2시간 가량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석 전 의원은 "지역연대 활동의 반성과 평가 속에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고 밝혔다.
성명현 경남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지금 대한민국은 이명박 5년, 박근혜 2년을 거치면서 이룩한 민주화성과가 물거품이 되고 87년체제가 붕괴되었으며 유신시대로 되돌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위기가 심화되어 서민의 생활이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위기의 고통을 서민에게 전가하는 반서민정책으로 민중의 생활고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의 지지율이 폭락하고 여권 내 갈등이 증폭되며 민주의 투쟁이 터져 나옴으로써 박근혜 정권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고,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지르며, 소득에 구분 없이 전계층에서 부정평가가 높다"며 "새누리당 지지율이 박근혜 지지율보다 높게 나옴에 따라 당청간의 역(힘)관계가 변화된다"고 밝혔다.
그는 "당·청 갈등, 친박(박근혜)·비박 갈등, 친박·친이(이명박) 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고 그것으로 인해 레임덕의 가능성이 높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에 반대하는 민주수호와 민생회복을 위해 투쟁하는 경남 각계각층의 연대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천천히 가더라도 신뢰회복이 우선"토론에서 운동권 진영의 신뢰 회복 문제가 지적되었다. 여영국 경남도의원(노동당)은 "오늘 자리에 참석한 게 부담스럽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지만 과연 시민들은 운동권이나 진보진영을 신뢰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운동가와 조직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1987년부터 운동을 이끌어 왔던 세대들은 대부분 물러난 상황에서 지도력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통합진보당 세력들은 갑갑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함께 분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은 눈앞이 급하다고 서둘러 갈 일은 아니다"며 "지역에서 함께 해야 한다는 정서는 이전보다 훨씬 강하다, 조직을 만들고 운동을 한 게 시절이 좋을 때가 아니라 어려울 때였다, 조금씩 천천히 가더라도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선임 금속노조 경남지부 수석부위원장은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그동안 선거 때마다 서로 갈라져 있었는데, 현재 8기 집행부부터 통합해서 꾸렸다. 현장은 무너져 가는데 통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이 하면서 더 신뢰가 깊어졌다"며 "신뢰회복은 가만히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어려운 현안을 두고 같이 고생하며 투쟁할 때 신뢰가 쌓이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투쟁이 산적해 있다, 실력있게 대규모로 모여서 판을 만들어야 신뢰회복이 된다, 현재 노동법 개악 투쟁이 절박하다, 지역에서라도 힘을 모아 함께 투쟁해야 한다, 그것과 함께 반박근혜 투쟁의 열기를 모아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유묵 마산창원진해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많은 연대기구들이 있었는데 과연 무엇을 했는가, 일정기간 원탁회의 같은 모임을 하다가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운동본부 구성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정세 판단을 잘해야 한다, 반박근혜 정서가 높다보니 집권세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여전하고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던 박근혜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당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며 "박근혜 지지율 20%대는 우리한테 봄날이다, 대중 열기를 모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천기 전 경남도의원은 지난 1월 16일, 23일, 30일 저녁마다 창원에서 열렸던 "박근혜 2년, 나라꼴이 엉망이다. 민생·민주수호 경남대행진"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금요일마다 세차례 거리행진했는데, 시민들 반응은 이전과 다르다, 하면 할수록 박수를 받고 젊은 사람들은 대오에 함께 하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민 세금이 오르고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누군가는 떠들어 주기를 바란다"며 "수많은 연대기구가 있었지만, 이런 시민들의 요구를 담을 수 있는 운동본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희 전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MB(이명박)정권부터 지속되고 있는 반민주, 반민생, 반생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현재 운동 조직은 흩어져 있고 신뢰와 지도력은 깨졌다고 이야기를 한다"며 "지역의 힘을 다시 모아야 한다, 그러나 늘 해오던 투쟁기구 하나를 더 만드는 것으로는 안 된다, 당분간 느슨한 형태로 있다가 민생민주회복을 위해 모든 정파가 다 힘을 모으기 위해 몇 차례 대화를 더 나누자"고 말했다.
오랫동안 민주화운동 등을 해온 김영만 공동대표는 "민주민생 회복을 하기 전에 우리끼리 신뢰 회복부터 해야 할 것 같다,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을 한 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가운데 내 자신부터 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상임대표는 "어쨌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지도력 있는 조직이 하는 게 아니라 조직을 만들어 지도력을 세우면 된다"며 "저는 그동안 운동해 오면서 진보연합에도, 진보정당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만들려는 연대조직이 통합진보당 들러리 서려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한테 봄날이 왔다, 우리가 봄날을 맞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우리한테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그것이 민주파괴 문제든 세금 문제든 말이다, 어떤 문제든 간에 앞장 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준비되지 않으면 헛고생이다, 과거 부마항쟁 때도 그랬다, 지금 다 크게 모여 보자는 것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유재구 사무처장과 김광신 정책실장,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 등도 참석했다.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앞으로 비슷한 형태의 모임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또 오는 11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는 민주진보진영 '신년하례식'이 열리는데, 이날에도 다양한 논의들을 해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