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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플렉스 영화관 앞에 현재 상영 중인 영화가 걸려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앞에 현재 상영 중인 영화가 걸려 있다. ⓒ 이유진

한아무개(25, 여)씨는 일 주일에 한 번은 꼭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그러나 좌석을 고를 때마다 '손해 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씨가 선호하는 맨 뒷자리는 커플석으로 지정돼 있어 번번이 다른 좌석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커플석은 일반석보다 가격이 더 비쌀 뿐만 아니라 2인석을 묶어 팔기 때문에 혼자 온 고객이 커플석의 1인석만 살 수는 없다. 영화가 거의 매진돼 맨 앞 자리를 구매했을 때도 그는 별다른 할인을 받을 수 없었다. 스크린과 가까워 2시간 동안 영화를 보고 나자 목이 뻐근했지만 앞좌석이라는 이유로 할인을 해주지는 않았다.

과다 광고 상영, 매점 상품 폭리 등 영화관 '갑질'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청년유니온이 지난달 28일부터 대형 멀티플렉스에 대해 불만을 가진 시민·소비자들을 모아 영화관 개선 캠페인을 하고 있다.

포털 다음 아고라에 "영화관에 불만있는 시민·네티즌 다 모여라"의 이름으로 올라온 기획 토론에는 일 주일만에 112개의 의견이 게재됐다. 해당 페이지에는 영화관에 대한 시민들의 갖가지 불편 사항이 올라왔다.

시민들은 유료로 관람하는 영화에 상업 광고가 포함된 데 대해 가장 큰 불만을 표시했다. 한 누리꾼은 "내가 영화관에 가지 않는 이유는 광고(때문)"이라며 "내 돈 내고 불편한 좌석에 앉아 20분간 광고를 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빅3' 멀티플렉스들은 티켓에 표기된 상영 시작 시간 이후에도 10분 가량 광고를 상영한다. 상영 시작 시간 이전의 광고까지 포함하면 광고 시간은 20분이나 된다.

영화관의 매점에서 판매하는 식음료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다른 한 누리꾼은 "배보다 배꼽이 크다"며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과 음료수의 폭리가 너무 심해 애들과 영화를 한 편 보려면 가격(부담)이 장난이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실제 지난 3일 CGV 신촌아트레온점에서 만난 한 관람객도 "둘이서 영화 한 편 티켓을 끊고 팝콘 세트 하나를 시키면 3만 원이 넘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빅3 멀티플렉스 모두 '중' 크기의 팝콘은 4500원에, '대' 크기는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콜라의 경우에는 '중' 크기가 2000원, '대' 크기가 2500원이다. 팝콘·콜라 '소' 크기는 아예 판매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빅3 멀티플렉스의 '대' 크기 팝콘의 원가는 613원, '중' 크기 콜라의 원가는 600원이다. 각각 원가와 판매가의 차이가 약 8배, 3배에 달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또 팝콘과 콜라뿐 아니라 나초와 핫도그 등 '빅3' 멀티플렉스 영화관 내 매점 상품의 가격이 모두 같아 3사의 가격담합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극장 내 외부음식 반입이 허용되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매점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매점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 이유진

가장 일상적인 문화 소비에서 침해 당하고 있는 권리

영화관에서 만난 시민들은 다양한 영화에 대한 선택권이 박탈 당했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박예람(21, 남)씨는 "아트레온 독립영화관이었을 때부터 이곳(CGV 신촌아트레온점)을 찾았는데, 멀티플렉스로 바뀌고 나서 전보다 독립영화 상영이 비교적 줄었다"며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단독 독립영화관들이 대기업과 시장에 밀리면서 다양한 영화가 발전하기 힘든 환경이 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아무개(68, 여)씨도 "남편과도 종종 영화를 보러 오는데, 영화가 다양하지 못한 감이 있다"면서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가 많이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의 한 누리꾼 또한 "멀티플렉스를 시작할 때 뭐라고 했냐"며 "다양한 영화를 약속해놓고 9개 관중에 7개 관에서 같은 영화를 틀어주고 있는데 뭐가 그리 다양하냐"고 지적했다.

CGV는 전국 총 115개 지점 중 17개 지점에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을 두고 있다. CGV 신촌아트레온점은 그나마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4일 이 지점의 영화 시간표를 보면 그마저도 독립영화들의 설 곳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18개의 상영영화 중에서 독립·예술영화는 5개뿐이었다. 다른 멀티플렉스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롯데시네마는 총 97개 지점 중 7개 지점, 메가박스는 총 66개 지점 중 2개 지점에서만 별도의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이번 캠페인 참여한 시민들은 ▲ 멤버십 포인트 문제 ▲ 3D 안경 부당 판매 ▲ 음식물 반입 허용 고지 의무 해태 ▲ 위생 및 안전 문제 ▲ 1인당 좌석 규모 문제 ▲ 주차장 유료화, 주차료 현금 결재를 강요하는 문제 등을 불편한 사항으로 꼽았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이번 캠페인의 취지에 대해 "불공정한 부분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다같이 함께 찾아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멀티플렉스가 이윤을 과도하게 많이 가져가는 구조인데 그 이윤이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오지 않는 현 상황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는 대중문화인 영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권리를 침해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3개 단체는 오는 9일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시민들이 제기한 영화관의 횡포를 폭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에는 시민들과 민원 내기, 설문조사 결과 발표와 최악의 영화관 선정 등의 항의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또 단체들은 시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영화관의 각종 담합·폭리·불공정행위 의혹을 공정위에 신고하고, 국회 차원의 대응과 멀티플렉스에 직접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영화관#멀티플렉스#매점#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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