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울특별시에 이어 경상남도에서도 학교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될 것인가. 학부모·교육시민단체들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5일 경남도청 민원실에 '경남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신청했다. 여영국 경남도의원(창원), 곽은숙 아이쿱생협 창원대표, 김미선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경남지부장, 김은숙 어린이책시민연대 대표가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로 나섰다.
경상남도는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신청'과 관련해 조만간 심의위원회를 열어 주민투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주민투표와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청구인 대표자 증면서 교부 여부 결정에는 2주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홍 도지사는 지난 4일 창녕을 방문한 자리에서 "급식은 경상남도가 아닌 경남도교육청 사무여서 경상남도를 상대로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없다"라며 "법률상으로도 무상급식은 예산 편성의 문제여서 주민투표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만약 경상남도가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하지 않으면 경남운동본부는 법원에 소송을 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급식 주민투표 여부 결정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 지원 정책, 주민투표로 결정하자"
이날 경남운동본부는 "경상남도는 학교급식지원조례에 따라 2008년부터 우수식품비 지원과 2011년부터 학교무상급식 식품비를 지원해 왔고, 이를 근거로 2014년 2월 17일 '학교무상급식 지원 합의서'를 체결했다"라고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학교무상급식 지원 합의서'를 보면 "지원 비율은 지방비 62.5%, 교육청 37.5%로 하고, 향후 학교 무상급식은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급식 식자재는 우선적으로 도내산 농수축산물 공급을 확대하기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경남운동본부는 "학부모와 시민 등 많은 도민들은 기자회견과 1인시위·집회 등을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무상급식 지원 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무상급식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았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학교 무상급식 지원 정책은 학생과 학부모, 생산자, 시민 등 수많은 도민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도지사가 독단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필요하다면 도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주민투표를 통해 학교 무상급식 지원 정책 이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남운동본부는 ▲ 2014년 2월 17일 경남도 행정부지사와 교육청 부교육감 간의 '학교 무상급식 지원 합의서' ▲ 2014년 9월 경남도가 교육청에 보낸 '학교급식지원 실태 모니터링 결과' 통보 ▲ 2014년 10월 경남도가 교육청에 보낸 '2015학년도 무상급식 지원 관련 사항 통보' ▲ 2014년 11월 경남도가 교육청에 보낸 '2015년 학교급식지원 도예산 지원 방침 변경 통보' 공문을 첨부했다.
경남운동본부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남도에 주민투표 발의 요청을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2월 4일까지 답변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돌아온 답변은 없었다"라면서 "오히려 홍 도지사는 창녕에서 열린 도정현황보고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대상 아니다' '교육청 사무이다'라면서 발뺌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학교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성사되려면 우선 경남도가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해야 한다. 청구인 대표자들은 증명서를 받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해당 지역 유권자 1/20 이상의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한다.
홍준표 도지사는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하지 않았다가 청구인 대표자들이 법원에 냈던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불교부 취소 소송'에서 패소(대법원 2014년 12월 24일 선고)한 뒤 지난해 12월 31일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했다.
올해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에는 총 1125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교육청 예산(487억 원)만 확보돼 있고, 경남도청과 시군청 지원금은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경남도교육청은 4월부터 유상급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급식 현장에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