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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의 신임 당 대표 문재인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의원이 지지해준 당원들에게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 새정치연합의 신임 당 대표 문재인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의원이 지지해준 당원들에게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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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은 관철됐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는 경선 초반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50%가 넘었고,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 조사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 문 대표는 이러한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대세론'을 선거의 주요 전략으로 펼쳤다. '국민에게 인기 있는 인물이 당 대표가 돼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박지원 후보는 '당권대권 분리론'으로 맞섰다. '인기 있는 사람은 대선에 나가고,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당 대표는 내가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또 다시 당내 '친노-비노' 대립구도와 맞물리면 상당한 영향을 발휘했지만 '대세론'을 뒤집지는 못했다. 문 대표는 최종 45.3%를 득표하며 강력한 도전자였던 박지원 후보에게 3.52%포인트 차 신승을 거뒀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열세가 점쳐졌던 대의원 투표는 45%대 42.5%로 오히려 앞섰고, 권리당원 투표 역시 39.9%대 45.7%로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반면 국민여론조사에서는 58%대 29.4%로 두 배 가까이 앞섰다. 다만 당원여론조사에서는 예상과 달리 43%대 44%로 밀렸다. 결과적으로 열세로 여겨졌던 '당심'에서 선전하고, 국민여론조사 등 '민심'에서는 압도한 것이 승리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과제는 '친노 프레임' 극복

경선이 한창인 도중에 한 재선 의원이 "우리 당원들은 전략적이어서, 유력한 대선 후보를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 대표의 당선을 점쳤다. 그의 말처럼 문 대표는 이제 당 대표이자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지위를 동시에 갖게 됐다. 마치 2012년 대선을 한 해 앞둔 2011년에 박근혜 당시 의원이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것과 유사하다. 그는 이후 불리한 정국에서 치러진 2012년 총선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고 대선후보가 됐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 대표 역시 이러한 '박근혜 공식'을 따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인 문 대표의 당선은 당의 일정한 지지율 상승을 일으키고, 경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대중적 지지'는 다시 당 혁신의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율을 계속 끌어 올린다면 2016년 총선은 문 대표에게 대선으로 가는 티켓이 될 수 있다. 문 후보 역시 경선 과정에서 '2016년 총선승리'를 가장 강조해 왔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소위 '친노 프레임'이다. 그는 당 대표 출마선언문에서 "필요하면 '친노 해체' 선언이라도 하겠다"고도 했다. 그만큼 이 문제가 문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김한길·안철수·박지원 등 비주류 인사들 사이에서 또다시 '친노 패권'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고, 경선 막판 여론조사 룰 논란으로 벌어진 상처를 추스르는 것이 가장 우선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계파 해소'의 관문은 당직 인선이다. 문 대표는 지난 5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표 취임 후 첫 인사에서 단언컨대 계파 계보의 'ㄱ'자도 안 나오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당선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당 인사와 공천은 사심 없고 공정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시 한 번 밝혔다. 계파를 뛰어 넘는 탕평인사를 예고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의 말처럼 "말보다는 실천"이다.

중도와 진보,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문 대표 체제의 새정치연합은 결국 이러한 계파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리고 박근혜 정부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에서 갈릴 전망이다. 문 후보 역시 이 두 가지를 수락연설에서 일성으로 외쳤다. 그는 "이 순간부터 우리 당은 분열을 버린다, 변화의 힘으로, 단합의 힘으로 위대한 진군을 시작했다"라며 "박근혜 정권에 경고한다, 민주주의·서민경제를 계속 파탄 낸다면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이라는 수위 높은 말은 외부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내부를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전면전' 역시 말로만은 결속을 가져 올 수 없다. 실제로 박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의제를 찾아야 한다. 그것과 동시에 '발목잡기'나 '떼쓰기'라는 악의적 프레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당장 공무원연금 개혁, 건강보험부과체계 개선, 법인세 정상화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이렇게 정부여당에 강경한 태도를 보임과 동시에 사상적 측면에서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9일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일정이다. 당선 이전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미리 잡아 놓은 일정이지만, 문 대표에게는 '중도'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통적 지지자들의 반발을 최소화 하면서 중도성향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문 대표는 이날 선출 직후 기자회견에서 "전직 대통령의 묘소 참배 여부를 놓고 국민들이 갈등하고 국론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분열과 갈등을 끝내겠다"라며 두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 의사를 분명히 했다. 2016년 총선까지 중도와 진보, 두 마리 토끼를 같이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집토끼 잃고 산토끼까지 놓치는 결과로 나오지 않으려면 전통적 지지자들을 충분히 설득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문 대표는 당장 4월 보궐 선거에서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다. 국민모임의 신당 추진 등 진보정당 사이에서 나오는 야권재편 논의도 풀어야 할 숙제로 던져졌다. 대세론이 꺾이지는 않았지만, 2위와 3.57%포인트 차이는 압도적 지지라고 할 수 없다. 두 달여 기간 동안 '탕평인사를 통한 갈등 봉합'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 등을 통해 당내 리더십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박근혜#박지원#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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