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해 참배했다. 야당은 그동안 두 전 대통령이 독재를 했다는 이유로 따로 참배하지 않았다. 문 대표의 참배는 전통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하면서도 중도개혁 성향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김대중,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순서로 참배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참배를 둘러싸고 계속 갈등하는 것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갈등을 끝내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두 분 대통령에 대해 과를 비판하는 국민이 많지만 공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며 "이런 평가의 차이는 결국 역사가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참배 의사를 묻는 질문에 "독재에 진정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말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그런 점을 의식한 문 대표는 이어 "사실 나는 진정한 국민 통합이 묘소 참배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진정한 국민통합은 역사의 가해자 측에서 지난 잘못에 대해서 반성하고, 국민과 피해자들을 위로해 그들도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그런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길로 가길 진심으로 촉구한다"라며 "지난 대선 때도 여러 번 촉구한 바 있는데,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일이 많았다,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민주정부 10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문 대표는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북의 지도자와 함께했던 6·15, 10·4 선언을 부정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 내부적으로는 국민통합을 해치고, 외부적으로는 남북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두 공동선언을 실천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통일대박'에 이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표의 이날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에는 당내 의견이 모이지 않아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와 송호창·윤후덕·김성곤 의원만 함께했다.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주승용·정청래·오영식 의원은 현충탑만 참배했고 전병헌·유승희 의원은 아예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문 대표는 현충원 방명록에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꿈꿉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