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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링턴(Harrington)에 온 관광객이 낚시터에서 얻은 생선을 들고 즐거워한다. 시골 인심은 아직 살아있다.
 해링턴(Harrington)에 온 관광객이 낚시터에서 얻은 생선을 들고 즐거워한다. 시골 인심은 아직 살아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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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인이 말하기를 호주에 사는 즐거움의 하나는 '골낚'의 삶이란다. 호주에서는 한국에 비해 골프와 바다 낚시를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기에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호주에는 시골에도 골프장이 많다. 내가 사는 근처만 해도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골프장이 5개나 있다. 시골이라 쉽게 예약할 수 있고 사람도 많지 않아 천천히 즐기며 칠 수 있다.

특히, 이사 온 동네가 골프장을 중심으로 조성된 동네라 골프장을 수시로 찾는다. 시드니에서처럼 한국말로 함께 떠들 수 있는 친구가 없는 아쉬움은 있으나 호주 노인과 함께 골프를 치는 재미도 있다.

쉽지 않은 한국 이름을 기억하며 만날 때마다 불러주는 사람, 동양인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해 하는 사람 혹은 시골에 사는 사람 특유의 친절함으로 무엇인가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요즈음은 빅토리아 주에서 따뜻한 곳을 찾아 8개월 전에 이곳에 정착했다는 사람과 파트너가 되어 매주 골프를 즐긴다.

골프가 끝나고 맥주 한 잔 앞에 놓고 파트너와 이야기를 나눈다. 낚시 이야기가 나왔다. 낚시를 무척 즐긴다고 하며 낚시꾼 특유의 과장을 섞어가며 고기 잡은 이야기가 대단하다. 낚시 잘되는 곳을 물으니 몇 군데 장소와 함께 낚시터의 장단점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골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되새기며 나름대로 낚시 갈 계획을 세운다. 일단, 골프 파트너가 가르쳐준 포스터(Forster)에 있는 낚시점에 들린다. 사십쯤 되어 보이는 주인이 낚시 가게를 지키고 있다. 새로 이사 왔는데 낚시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자신도 시드니에서 7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 왔다고 하며 친절하게 대한다. 주인의 조언을 들으며 낚시 도구를 준비한다.        

해링턴, 큰 강과 바다가 만나는 동네

날짜를 잡아 고기가 잘 잡힌다는 해링턴(Harrington)이라는 동네를 향해 떠난다. 사실 낚시를 위해서만 가는 것은 아니다. 해링턴은 매닝(Manning River)이라는 큰 강과 만나는 바닷가에 있는 좋은 동네라는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드라이브도 하면서 동네 구경도 할 겸해서 30분 조금 더 걸리는 곳을 낚시 핑계로 찾아본다.

마을에 들어서니 새로 조성된 주거 단지와 동네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제법 큰 쇼핑센터가 있다. 골프장도 있다. 골프장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 본다. 리조트 스타일 골프장이 주위 풍경과 어울린다. 옆에는 고급스럽게 보이는 커다란 아이리시 식당이 있다. 누군가 이 식당 음식과 분위기가 좋다고 했는데, 나중에 이곳에서 골프 치며 식사도 할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잠시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낚시터로 향한다.         

긴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사람도 많지만 산책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긴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사람도 많지만 산책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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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중심에 들어서니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낚시터가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방파제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이 즐비하다. 나도 낚싯대를 들고 방파제를 걷는다. 낚시를 끝내고 가는 사람마다 물고기가 가득한 통을 들고 나온다. 나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적당한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던지니 금방 입질이 온다. 한두 번 놓친 후 도미(Bream)를 잡아 올린다. 힘이 세다. 그러나 잡을 수 있는 25cm인 규정보다 약간 작다. 가지고 간 미끼를 다 쓸 때까지 잡고 놓아주기를 반복한 끝에 규정보다 큰 도미 두 마리 잡는 것으로 만족하며 낚싯대를 접는다.

잡은 도미를 방파제에서 비늘도 벗기며 내장을 걸러내고 있는데 어디서 생선 냄새를 맡고 왔는지 커다란 문어가 사람이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온다. 징그러운 것을 참으며 칼로 찌르고 돌로 치는 사투(?) 끝에 간신히 낚시 통에 넣는다. 문어를 향한 나의 잔인함에 나도 놀랜다. 꽤 크다. 2kg는 족히 넘을 것이라고 아내가 이야기한다. 난생처음 잡은 문어와 도미 두 마리를 들고 집으로 향한다.

서투른 솜씨로 도미는 회를 뜨고 문어는 데친다. 문어 다리 두 개를 썰고 생선회를 접시에 놓으니 풍성하다. 초고추장에 찍어 잘게 썬 문어 다리를 입에 넣는다. 잘못 요리해서인지 아니면 문어가 커서인지 조금 질기다. 그래도 싱싱한 맛이 입안을 즐겁게 한다.     

저녁을 끝내고 시드니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하며 '골낚'의 시골 삶을 자랑삼아 이야기했더니 친구가 한마디한다.

"앞으로 골프와 낚시만 하며 살 거요?"

소크라테스가 말했던가?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난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정답 없는 질문에 잠시 빠져본다.


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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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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