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는 과연 성공될 수 있을까? 홍준표 경남지사는 주민투표 요건을 갖추더라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건물을 '서부청사'로 리모델링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서명운동을 해도 안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다.
우선 주민투표가 성사되려면 오는 6월 28일까지 유권자 1/20(14만여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고,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전체 유권자의 1/3 이상이 투표해야 한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1/20 이상의 서명을 받고, 1/3 이상이 투표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추진 경남운동본부'는 11일 오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주민투표운동 성공을 위한 원탁회의"를 열고 결의를 모았다. 청구인대표자인 최세현 전 진주환경연합 공동의장의 사회로, 강수동 민주노총 진주지부장이 발제하고 토론을 벌였다.
강수동 "서명 제대로 못 받으면 우사칠갑"
강수동 대표는 "서명운동은 오는 6월 28일까지이지만, 이미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시작되었기에 설 명절을 지나고 나면 두 달이 지나가게 된다"며 "만약에 제대로 서명을 받지 못한다면 경남의 진보개혁세력은 우사칠갑할 것이고, 더 이상 홍준표 지사한테 아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긴장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생결단으로 나서야 한다, 상반기에 여러 가지 현안이 있을 것이지만 홍 지사에 반대하는 개인이나 단체들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홍 지사와 소리 없는 전쟁이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2013년에는 경남도청 방송철탑에도 올라가고 시끄러우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사실 진주의료원 사태가 시간이 지나면서 동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홍 지사가 이런 계산을 해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하지 않고 소송까지 가면서 시간을 끌었던 것 같다, 다시 도청 철탑에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남도청 서부청사와 관련해 강 대표는 "처음에 홍 지사는 현재의 경남도청을 팔아 진주에 서부청사를 짓겠다고 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뒤에도 별개라고 했다, 그런데 홍 지사는 말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며 "홍 지사는 의료원을 폐업하면서 강성 귀족노조라 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보수층이 싫어하는 이미지를 계속 주장하면서 고도의 계산된 정치선동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국회 무시'라는 지적도 했다. 강 대표는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해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재개원을 권고했는데 홍 지사는 따르지 않아 국회를 무시했다, 그런데도 국회가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한심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진주의료원 용도변경(종합의료기관→공공청사) 승인을 미루다가 해주었다. 이와 관련해 강 대표는 "처음에 복지부는 승인해 주지 않고 있다가 '보건' 기능이란 말을 끼워넣어 승인해 주었고, 그것은 진주시보건소 이전을 조건으로 달았다"며 "우리는 복지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을 것으로 보았는데 순진했다, 복지부 장관 또한 새누리당이다"고 말했다.
홍 지사가 밝힌 "진주의료원 폐업 이유는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그는 "홍 지사는 진주가 의료공급 과잉이라 했지만 복지부는 서부경남의 경우 노인인구 다수 등으로 의료취약계층이 많아 응급의료취약지구라 했다, 현재 진주의료원 주변에는 혁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서면서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진주의료원에 일했던 직원들에 대해, 그는 "폐업 당시 230여 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폐업 이후 주홍글씨가 새겨진 채 길거리로 내몰렸고, 진주에서는 블랙리스트처럼 마치 죄지은 사람인양 되어 있다"며 "조합원들은 이전에는 노조를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홍 지사가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진주의료원이 운영될 때 경남도는 한 해 12억 원 정도 지원했다, 그런데 강제폐업 뒤 사용된 직접적인 예산만 50억 원이고,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4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됐다"며 "이는 진주의료원을 수십년 지원 가능한 비용으로 엄청난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진주에서 거리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14만 명 이상 서명을 받으면 우리가 홍 지사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다, 그러면 홍 지사가 궁지에 몰릴 것이고 얼마나 갑갑하겠느냐"며 "주민투표운동은 '반홍준표 투쟁'이고 '반새누리당 투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전에 '착한 적자' 이야기만 했지 그 뒤에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말했다.
강수동 대표는 "홍 지사가 진주에 설치하겠다고 하는 서부청사는 진주의료원이 아니라도 장소가 많다"고, "주민투표 성사 요건이 되는데도 홍 지사가 하지 않으면 법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민투표에 예산에 많이 든다면 예산이 들기 전에 홍 지사가 방안을 내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은 청구인대표자와 수임자가 될 수 없지만 서명은 할 수 있다, 경남도청 안에서도 홍 지사를 싫어하는 공무원이 있을테니 들어가서 받을 것"이라며 "진주의료원 재개원이라는 희망을 갖고, 반드시 이길 수 있자는 자신감을 갖고 신나고 보람차게 하자"고 호소했다. 강수동 대표는 공무원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한 해직공무원이다.
"서명용지 쌓여 가면 홍준표 지사는 더 불안"원탁회의 참가자들도 결의를 높였다. 최세현 전 의장은 "매일 서명용지가 쌓여 가면 재미가 있을 것이다, 중간에 집계해서 발표도 할 것"이라며 "거리에서 서명을 받아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현재를 넘지 못하면 내일은 없다, 경남에서 홍 지사를 한번이라도 꺾지 않으면 진보나 우리의 삶 자체를 이야기 할 수 없다, 주민투표는 가장 낮게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권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진주의료원 재개원 없이 공공의료 확대강화는 없다,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강순중 진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다른 지역보다 진주에서 적극 나설 것이고 죽기 살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신수현 정의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본가가 진주의료원 인근인데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민들은 의외로 홍 지사의 논리에 빠져 있다"고, 채진석 조직국장은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한데 어떻게 파고들 것인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정희 전 사천시의원은 "오늘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열린 발족기자회견 때 보니까 공무원과 청원경비에다 경찰까지 많이 동원되었더라, 그같은 사실은 이 의제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끌고 온 게 큰 성과다"며 "함께 힘을 모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오 전농 부경연맹 의장은 "오늘 경남도청에 보니 경찰까지 많이 배치되어 있더라, 가진자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홍 지사도 우리가 시작을 하면 한다는 사람들로 알고 있을 것이기에 속으로는 불안할 것이다, 우리가 서명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의 가슴에는 돌이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홍 지사가 예산지원 중단한 무상급식과 관련한 주민투표도 요구해 놓았고, 아직 경남도가 결정을 하지 않았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하면 같이 서명을 받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진주의료원 주민투표가 성사되지 않으면 무상급식 주민투표도 안된다, 적극 결집해야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