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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들의 선배들을 보내는 축하 공연 신은초에서는 1학년 어깨짝반 동생들이 노래와 율동으로 형들의 졸업을 축하는 공연으로 졸업식 여는 마당이 시작된다.
1학년들의 선배들을 보내는 축하 공연신은초에서는 1학년 어깨짝반 동생들이 노래와 율동으로 형들의 졸업을 축하는 공연으로 졸업식 여는 마당이 시작된다. ⓒ 김광철

13일은 서울의 대부분 초등학교의 졸업식과 종업식이 있는 날이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신은초등학교는 개교와 동시에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교육 주체들이 행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라는 교육 지향을 내세우고 있다. 신은초에서도 이날 146명의 6학년 어린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상장이 없는 졸업식

혁신학교인 서울 신은초등학교는 학교 행사와 교육 과정 운영에서 다른 학교와 많은 차별성을 가진 학교다. 특히 경쟁보다는 나누고 배려하는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키우는 학교로, 일제고사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주제 통합 방식의 프로젝트 학습과 배움의 공동체 학습 이론에 따라 협력하며 학습하는 활동을 주로 한다.

놀이와 체험, 공동체 활동을 중심으로 학교 운영을 하기 때문에 학급에는 반장 내지 회장 등 임원이 없다. 뿐만 아니라 담임이 가르친 내용을 수시로 평가하는 수행 평가 방식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따로 석차를 매기지 않는다. 졸업식 때도 상장을 한 장도 수여하지 않는다. 졸업생 한 명, 한 명이 단상에 올라가 교장 선생님께서 주는 졸업장을 받고 담임 선생님과 악수하며 헤어진다.

서울 신은초에서는 '어깨 짝반' 제도도 운영한다. 1학년과 6학년, 2학년과 5학년, 3학년과 4학년이 서로 한 반씩 짝이 되어 도움을 주고 받는 학급 운영 방식이다. 이번에 졸업하는 6학년들은 1학년과 짝반이 되어 바로 옆 교실을 사용하며 수시로 내왕하면서 도움을 주고 받고 소통했다. 1주일에 한 번, 형, 언니들이 동생네 반에 와서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6학년 반과 1학년 반이 같이 농사 체험을 하기도 하고, 음식 만들기 실습을 하면 서로 나눠 먹기도 한다.

1학년들의 졸업 축하 공연 '난 할 수 있어요' 노래와 율동으로 형들의 졸업 축하 공연의 시간을 잠깐 갖고 졸업식은 시작된다.
1학년들의 졸업 축하 공연'난 할 수 있어요' 노래와 율동으로 형들의 졸업 축하 공연의 시간을 잠깐 갖고 졸업식은 시작된다. ⓒ 김광철

그렇게 1년을 지내다 보니 형, 언니와 동생들 사이에 우애가 돈독해졌다. 졸업을 앞두고는 1학년 동생들은 6학년 선배들에게 졸업을 축하하는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하고, 작은 선물을 주기도 한다. 1학년 열매반에서는 졸업식 전날 미리 만들어 놓은 식혜와 함께 감사와 축하의 편지 등을 담아 어깨 짝반인 6학년 열매반 형, 언니들을 찾아가 그 동안의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졸업식장에서는 1학년 어린이들이 졸업 축하 공연과 더불어 학교에서 마련한 선물을 전달하면서 서로 끌어안고 섭섭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6학년을 맡고 있는 서정희 교사는 "6학년과 1학년이 바로 옆 교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6학년 선배들이 복도에서 마구 뛰거나 일탈하는 행동을 자제하고, 평소에 틈만나면 동생들을 챙겨주기 때문에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생겨나 생활 지도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다른 학교도 이런 제도를 널리 확산해 봤으면 하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전야제에서 졸업 의미 새겨

영광의 졸업장을 받고 한 명, 한 명의 어린이들이 단상에 올라가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고 담임선생님과 아쉬운 악수를 나눈다.
영광의 졸업장을 받고한 명, 한 명의 어린이들이 단상에 올라가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고 담임선생님과 아쉬운 악수를 나눈다. ⓒ 김광철

서울 신은초에서는 졸업식 때 상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졸업식에서 흔히 진행하는 형식적인 내용을 과감히 뺐다. 송사와 답사도 없고, 심지어는 졸업식 노래도 부르지 않고, 교가로 끝을 낸다. 대신 전야제 행사를 열어 졸업식 전날 밤 6학년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 학부모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 가지고 있는 끼를 발산하면서 졸업을 자축하는 행사를 가졌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조민서 어린이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떨린다. 중학교 가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할 생각을 하니 부담스럽다"는 솔직한 소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강호경 어린이는 "혁신 학교라서 체험 학습을 많이 하고, 공부, 공부 몰아세우지 않아서 좋았다. 영화도 찍고, 많이 놀 수 있었다. 아이들도 착하고, 선생님들도 다들 친절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활동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초록 동아리 활동과 목공 수업, 수학여행, 영화 만들기 체험, 리코더 등 음악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방과 후 활동이다"라고 말했다.

졸업식  전날 저녁 시간에 전야제을 열고 졿업식 전날 밤 전야제를 열어 졸업을 자축하는 다양한 공연 행사를 통하여 자신들의 끼를 발산한다.
졸업식 전날 저녁 시간에 전야제을 열고졿업식 전날 밤 전야제를 열어 졸업을 자축하는 다양한 공연 행사를 통하여 자신들의 끼를 발산한다. ⓒ 김광철



#신은초#졸업식#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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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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