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배수진을 쳤다. 16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라며 총력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새누리당은 본회의가 한 차례 연기된 지난 12일 이후 이미 여러 번 유승민 원내대표 명의의 '총동원령'을 내렸다.
돌 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 듯 집안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당 지도부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변수가 있다. '반란표'가 발생할 가능성이다. 임명동의안 투표가 익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 악화에 따라 민심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소신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완구 인준 반대' 시사한 이재오... 반란표 나오나징후도 있다. 당내 비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 구심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후보자 인준 반대를 시사하는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대의(大義)와 소리(小利)가 충돌할 때 군자(君子)는 대의를 택하고, 소인(小人)은 소리를 택한다,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대의를 택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여론을 무시한 채 당론 표결을 강행하려는 방침에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반란표의 규모다. 현재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 의석 158석 중 비리혐의로 구속된 송광호·조현룡 의원과 이 후보자 본인을 제외한 155명이 본회의 참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은 전직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제외하면 본회의에서 표결 가능한 의원수는 291명이다. 여야가 모두 임명동의안 표결에 참석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최소 146명이 찬성해야 임명동의안은 통과된다. 찬성 당론에도 불구하고 10명 이상이 이탈할 경우 '총리 낙마'라는 최악의 사태가 생길 수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겉으로는 표결 결과를 자신하는 표정이다. 만에 하나 총리 낙마 사태가 발생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 우려에 휘말리면서 여당이 자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당내 의원들이 공유하고 있어 '반란표'가 나온다고 해도 극소수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일은 여야 간 합의한 의사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라며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야당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야당에)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반대하시는 분들이 들어와서 반대표를 던지면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자신했다. 조 수석부대표는 원내부대표단을 총동원해 상임위별, 지역별로 소속 의원들을 일대 일로 접촉하는 등 끝까지 표단속을 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을 겨냥한 여론전도 병행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총리 인준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야당의 총리 인준 거부는 인적 쇄신을 방해하고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이율 배반이다, 야당은 당당히 표결에 임해 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본회의 참석해? 말아?' 고심 중인 새정치연합새정치연합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본회의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여론을 등에 업고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는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또 본회의 개회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저지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야당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16일 본회의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는 안이다.
이 경우 새누리당에서 반란표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지역 여론을 살필 수밖에 없는 충청 출신 의원들이나 이 후보자와의 개인적 친소 관계가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부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인준안 통과에 대한 책임론과 반란표를 둘러싼 내부 후폭풍에,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대표 체제가 시작부터 험로에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때문에 야당에서는 본회의에 참석하되 이 후보자 인준 반대 뜻만 밝힌 후 집단 퇴장하는 방안, 본회의에 아예 불참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손쉽게 임명동의안 처리에 성공은 하겠지만, 여당이 야당 반대에도 단독 처리하는 모양새가 정치적으로 가장 부담이 적은 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여론조사' 카드를 둘러싼 당 안팎의 비판이 커지면서, 본회의에서 참석해 야당의 반대 뜻을 표결을 통해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이날 저녁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16일 의원총회를 통해 최종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이완구 청문회에서 거짓 해명"... 자진 사퇴 압박특히 새정치연합은 이 후보자가 재산신고 누락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는 등 임명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부적격 여론 확산에 나섰다.
진성준 의원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지난 2002년 타워팰리스 구입 당시 재산신고 누락 의혹이 불거지자 '정정신고 했다'라고 한 해명이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국회 사무처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이 후보자가 당시 재산 신고를 정정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했더니 '정정사항 없었음'이라는 답변이 왔다"라며 "(이 후보자가)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의원은 "재산신고를 누락하는 이유는 출처가 수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떼기 자금 중 일부라 신고를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라며 "이런 중대한 의혹에 거짓 답변을 한 이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도 "이완구 후보자는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도 낙제로 판명났다, 새누리당이 임명동의를 밀어붙인들 국정동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라며 "이제 이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