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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과 강제노동 철폐를 주장하며 사측에 대화를 촉구하는 노조원들
▲ 민주노총 강원본부 동양시멘트 불법파견과 강제노동 철폐를 주장하며 사측에 대화를 촉구하는 노조원들
ⓒ 민주노총 강원본부 동양시멘트 동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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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국내 최초 시멘트 회사인 동양 시멘트의 위장도급 등 불법적 고용 관계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 13일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 강원본부 동양시멘트 동일지부장(지부장 최창동)에게 보낸 진정사건 처리결과 회신을 통해, "동양시멘트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모두 위장도급이기 때문에 근무를 시작한 날로부터 동양시멘트 정규직이라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중부고용노동청 태백지청은 동양시멘트 사내하청 업체인 두성기업과 동일의 노동자들이 제기한 진정 사건의 결과를 통지하며, "동일, 두성기업 근로자들과 동양시멘트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있다고 판단된다"며 "동양시멘트에 두 기업의 근로자들과 근로계약 체결 등 직접고용을 위한 제반 조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는 노동자와 회사가 맺은 계약의 형태와 상관없이 이미 회사가 실질적으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상태로 보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판단을 근거로 두 사내하청 업체 노동자 240여 명은 동양시멘트한테 자신들이 이미 이 회사의 정규직 노동자임을 주장할 수 있으며, 입사 뒤 정규직 노동자와 차별받은 임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동양시멘트 사내하청회사인 동일은 22년, 두성은 17년간 석회석 광산의 채굴 및 운반에 관한 노무도급을 수행하며 동양 시멘트 제조 업무를 해왔다. 두 회사는 동양시멘트 사무실과 장비를 무상사용하고, 독자 장비와 업무수행의 독자성 없이 원청으로부터 노동시간, 연장근로, 작업량, 작업방법, 순서, 타작업장 지원 등을 직접 전달 받아 왔다. 심지어 동양은 하청업체 노동자의 격려금이나 성과급의 지급대상, 지급액, 지급일자 및 회계처리방법까지 직접 시달해 왔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2008년 대법원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위장도급 판결을 준용하여 하청업체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고용노동부 최초로 "위장도급" 인정

고용노동부는 "동일㈜, (유)두성기업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과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결하여 동양시멘트㈜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을 만큼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동양시멘트(주는 실질적으로 동일㈜, (유)두성기업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직접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결정하였다"고 판정하였다.

고용노동부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을 넘어 '위장도급' 판정을 내린 것은 사상 처음이다. 고용노동부는 2004년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 127개 사내하청업체 1만 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도 하청업체가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있다며 '위장도급'은 인정하지 않았고, 현대차가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 명령을 했기 때문에 '파견근로'만을 인정했다.

2008년 7월 10일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은 현대미포조선의 사내하청업체인 용인기업 노동자 30명이 현대미포조선의 노동자임은 확인해 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용인기업 노동자들은 현대미포조선이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고 판결했다.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은 이 판결문에서 판시한 대로 동양시멘트의 도급업체인 두성과 동일이 업무수행의 독자성과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원청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했다.

고용노동부가 이처럼 사내하청 노동자와 원청 사이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이번 고용노동부의 판정은 시멘트업계 전반이 불법파견을 넘어 위장도급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시켜 주었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위장도급이 만연한 중소 제조업체 전반에 대한 근로감독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동양시멘트, #비정규직, #위장도급, #불법파견,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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