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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얼마나 줄까요?  적당히 주세요.
 물은 얼마나 줄까요? 적당히 주세요.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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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공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농사를 할 땐 반드시 여러가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내 밭의 환경과 작물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감각을 길러야 한다. 작물에 물 주기도 그 중 하나인데, 이 감각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작물의 곁순과 성장순을 관리하는 것으로 영양과 생식성장을 조절할 수 있다.[관련기사:키우거나 자르거나... '선택'해야 하는 농사]  그리고, 물과 양분을 조절하는것도 중요하다. 물은 작물의 성장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너무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다. "얼마만큼 줄까요?"라고 물을 때 "적당히"라는 말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작물마다 차이가 있고, 농사 짓는 흙마다 물을 줘야 하는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작물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과 손길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따라서 정확하게 계량된 수치를 제시할 수도 없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오랫동안 농사를 짓던 밭은 떠나 낯선 환경과 흙에서 농사를 짓게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일 것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내 경험으로 보면, 물과 양분은 넘치는 것보다 조금 부족한 것이 작물성장에 유리하다. 그러나 물을 많이 필요한 때에는 충분히 주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중단해야 한다. 그 때를 아는 감각이 중요하지만, 그것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만 몸으로 인지할 수 있다.

뿌리가 활착될 때의 수분공급은 아주 중요하다. 물을 얼마나 줘야하냐고 물었을 때 '적당히'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앞서 밝혔듯 작물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구마나 들깨(모종)와 같은 작물은 비가 올 때를 기다렸다가 심어야 활착이 잘 된다. 작물은 어느 정도의 적당한 조건을 조성해주면,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적응하기 위한 몸살을 겪으며 살아난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활착을 한 다음이다. 스스로 물과 양분을 찾아낼 수 있는 단계에서 너무 지나칠 정도로 보살피면, 작물이 연약해진다. 잦은 물주기와 많은 양분은, 작물이 흙 속으로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다. 표토층에 물과 양분이 모여있으면, 작물은 힘들게 뿌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표토층에 양분이 많으면 뿌리는 깊이 내려가지 않고 옆으로 자란다
 표토층에 양분이 많으면 뿌리는 깊이 내려가지 않고 옆으로 자란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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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줘야 건강하다

그리고 잦은 물주기와 많은 양분은 작물을 웃자라게 한다. 크지만 연약한 작물을 만드는 것이다. 햇볕을 통한 광합성이 부족해도 그렇다. 웃자람은 영양과 생식성장의 불균형을 가져와 작물의 품질이 안 좋아지고, 수확량도 적어진다. 잎채소의 경우 잎은 크지만 탄력이 없어지고, 과채류의 줄기는 가늘고 길어져서 열매가 부실하게 맺힌다.

크기는 작더라도 탱탱한 탄력이 느껴지는 잎채소가 영양이 높고 맛있다. 또 줄기가 굵고 짧은 과채류의 열매가 탱탱하고 튼실하다. 농사에 성공하려면, 작물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양분과 물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감각이 필요하다.

과채류는 뿌리가 활착한 다음에는 웃자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줄기는 굵게, 마디는 짧게 키우려면 물을 중단하거나 조금씩 주는 것이 좋다. 텃밭에서 많이 키우는 고추와 토마토를 예로 들어보자. 두 작물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고온건조한 기후를 좋아한다.

고추는 방아다리가 생기고 꽃이 필 무렵에 물을 많이주면 결실이 좋다
 고추는 방아다리가 생기고 꽃이 필 무렵에 물을 많이주면 결실이 좋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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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는 뿌리가 활착을 한 다음에, 방아다리가 생길 때까지는 일부러 물을 주지 않아야 웃자람을 막을 수 있고,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있게 해준다. 기후와 토양의 상태에 따라서 달라져야겠지만, 대부분의 작물은 물과 양분이 부족하면 뿌리를 깊고 넓게 키워 양분과 물을 찾아 나선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다.

그러나 스스로 찾아나설 수 있을 때, 자주 많은 물을 주게 되면 뿌리 발육은 늦어지고, 줄기는 가늘고 길어져 튼실한 열매를 맺지 못한다. 또한 부실한 성장은 영양장애와 병충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Y자 형태로 줄기가 벌어지는 방아다리가 생기고 꽃이 필 무렵에는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첫 열매를 일찍 따줘야 하는것처럼, 너무 늦지 않게 물을 충분히 주는 것이 좋다. 물이 부족하지 않아야 많은 꽃이 피고, 열매가 튼실하다. 두 번째 방아다리가 생길 무렵까지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주면 되는데, 이때 비가 내리면 이보다 더 좋은 것도 없다.

토마토는 열매에 많은 수분이 있어 물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풍선 터지듯이, 껍질이 갈라지는 '열과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성장속도가 빠른 토마토는 웃자람을 예방하기 위해서 밑거름을 적게 주는 것이 좋다. 성장과정에서 부족한 양분은 웃거름으로 보충을 해준다. 특히, 품질이 떨어지고 배꼽썩음병의 원인이 되는 칼슘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분과다로 터진 토마토(왼쪽),칼슘결핍의 배꼽썩음병 토마토(오른쪽)
 수분과다로 터진 토마토(왼쪽),칼슘결핍의 배꼽썩음병 토마토(오른쪽)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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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첫 화방이 생기는 때에 맞춰서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고, 비가 올 무렵이나 장마철에는 물을 중단한다. 토마토는 동시에 꽃이 피고 지면서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다. 이때는 양분이 부족하여 영양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생육상태에 따라서 웃거름으로 액비를 뿌려준다.

사람의 삶과 작물이 살아가는 자연생태계를 보면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되지 않도록 욕심내지 않고, 조절을 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은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순리를 따르고, 농사는 자연의 순리를 따라갈 때, 지속가능성의 희망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화방(花房): 꽃이 피어있는 모듬을 말하는 것으로, 첫번째 꽃모듬은 1화방, 두번째는 2화방,3화방....., 이라고 한다



태그:#방아다리, #활착, #뿌리, #물주기, #열과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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