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18 기념재단이 출범한 지 만 20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임원 출신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1월 25일 취임한 차명석 제12대 이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5·18 기념재단에서 사무처장과 상임이사 등을 거쳤다.

지난 22일 오후 광주에서 만난 차 이사장은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말로 내부 임원 출신 첫 이사장으로 취임한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5·18 기념재단이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으니 해결사 노릇 하라고 나를 추천하신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말한 '안팎의 어려움' 중 가장 큰 현안은 '5·18 기록관' 문제다. 현재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5·18 관련 기록물'을 관리·전시하고 활용하는 5·18 기록관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 인가를 두고 광주광역시와 5·18 기념재단이 대립하고 있다.

차 이사장은 "5·18 기록관 관리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 문제를 떠나 우선 광주광역시의 불통 행정과 일부 공무원들의 음모론적 행태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5·18 기록관, 운영 주체 선정 공론화 과정 없었다" 

 5·18기념재단이 출범한지 만 20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임원 출신인 차명석이 이사장이 취임했다.
5·18기념재단이 출범한지 만 20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임원 출신인 차명석이 이사장이 취임했다. ⓒ 이주빈

"애초부터 광주광역시가 5·18 기록관 관리 주체를 자처했다면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광주광역시는 전임 시장인 강운태 시장 때 두 번이나 5·18 기록관의 관리를 민간 위탁으로 하겠다고 약속했고, 현 윤장현 시장도 취임 초기에 약속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지난 1월 26일 광주광역시 직제개편안에 '5·18 기록관'을 슬쩍 집어넣었다. 공무원들을 위한 자리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설령 관이 즉 광주시가 5·18 기록관을 운영하더라도 민간에게 관리를 위탁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닌 광주에서 5·18 기록관의 운영 주체를 선정하는 이토록 중요한 사안을 두고 공론화 과정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는 명백한 광주시의 책임이다."

하지만 광주시는 "5·18 기록물은 공공 기록물이기 때문에 '공공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간 위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차 이사장은 "5·18 기록물이 공공 기록물인가"라고 되묻는다.

"5·18 기록물이 공공 기록물인가 아니면 역사 기록물인가? 당연히 우리의 시각은 5·18 기록물은 공공 기록물의 성격도 있지만 역사 기록물로서의 성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합천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을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지 않듯이 역사기록물을 지자체 관리하는 것은 아니잖나.

역사 기록물은 수집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교육 등 활용이 더 중요하다. 20년 넘게 이 문제만 고민하고 연구하고 자료를 만들어온 5·18 기념재단과 전남대 5·18 연구소 등이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관이 이런 일까지 하겠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5·18에 대한 폄훼, 정부 차원의 강력 대응 필요"

이와 관련 광주시민단체협의회와 광주진보연대, 광주여성단체연합 등 광주 지역 시민 사회는 지난 10일 공동 성명을 내고 "광주시가 기록관 개관에만 열을 올린 나머지 기록과 운영 주체와 방식 등에 관해서는 5월 단체나 시민 사회 등과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광주시는 직제 개편안 처리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기록관 운영에 관한 논의를 지역 사회와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이사장은 또 "(광주시가) 5·18 기록관을 시·군·구에서 생산하는 영구 보존 기록물까지 취급하는 지방 기록물 관리 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국내에 유례가 없는 것"이라며 "광주시가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설치 및 운영 조례'에서 민간 위탁 운영을 명시했던 것이 밝혀지자 행정 편의 주의적이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차명석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국가 공식 기념일인 5·18에 대한 폄훼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대응이 강력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아울러 그는 국회에 계류 중인 '반인륜 범죄 및 민주화운동을 부인하는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제정안' 등 5·18 왜곡 대응 관련 3개 법률의 제정 및 개정을 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5.18기록관#5.18기념재단#차명석#유네스코#광주광역시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