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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 유성호
'망신주기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25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전 중수부장은 지난 24일 이같이 말하면서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가 박연차로부터 회갑선물로 1억 원짜리 수입 명품 시계 2개를 받았지만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건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소환 조사를 받은 다음날이다. 같은 종류의 명품시계에 대해 사진과 자세한 기사를 싣는 등 많은 언론사들이 이를 대서특필했고 이로부터 10일 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해 서거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조사 때 노 전 대통령은 '논두렁'은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문제가 불거진 뒤 (권양숙씨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며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중수부장은 또 "(언론까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정보원의 당시 행태는 빨대 정도가 아니라 공작 수준에 가깝다"고도 했다. '빨대'는 내부정보를 익명으로 제공하는 취재원을 뜻한다.

'논두렁 시계' 보도 당시 노 전 대통령측은 그런 진술을 한 바 없다고 밝혔고, 당시 검찰은 "'나쁜 빨대'를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밝혔는데, 국정원 개입 사실을 확인했고 근거도 확보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시 국정원장은 현재 트위터·SNS 대선개입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원세훈 전 원장이다.

"사건 맡은 것 자체가 불행...내 진로도, 가족도 고통"

이 전 중수부장은 "그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내겐 불행이었다, 이후 내 진로도 틀어지고 가족들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사표를 내고 검찰을 나왔다. '논두렁 시계' 보도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신에게 노 전 대통령 죽음의 책임론이 제기돼 온 게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수사내용을 과장하고 왜곡해 언론에 제공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잘못된 내용을 전하게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중대범죄행위"라며 "관련 상임위를 긴급 소집해 이 문제를 철저히 가리고 관련 사실을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 역시 "봉하 마을 논두렁에 버렸다는 명품 시계는 국정원에 의해 조작된 언론 흘리기였다"라며 "논두렁이란 곳은 봉하마을이 아닌 도곡동 국정원의 논두렁이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천인공노할 국정원의 만행을 규탄하며, 노 전 대통령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인규#논두렁시계#노무현#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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