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콩이가 기분이 최고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음악에 맞춰 허리를 유연하게 움직이고 웨이브를 하는 것처럼 파도를 탄다. 으쓱으쓱 어깨를 들썩이다가 파르르 머리를 흔든다. 다시 두 손을 가슴에 모아 '귀욤' 얼굴을 하고 쑥스러운 듯 할아버지 품으로 파고든다.
기승을 부리던 추위도 한풀 꺾였다. 초겨울에는 겨우내 눈만 내릴 것 같더니 예상이 빗나갔다. 아이들과 눈사람 만들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 겨울이 지나가 버렸다. 조금 춥더라도 겨울을 즐길 걸 그랬다. '겨울'에게 미안하다.
손녀 콩콩이는 생후 22개월. 우리 나이로 세 살이다. 이제 몇 마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언니, 할므니' 정도다. 그리고 '안니' 밖에 모른다. 밥 먹자고 하면 '안니', 갖고 놀던 장난감도 달라고 하면 '안니'다.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싫다고만 한다.
새벽 날씨가 차갑다. 굳은 몸을 풀어줘야 한다.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으로 한 20분 정도 빠르게 걷기를 하고 숨이 가쁠 정도로 10분을 달린다. 온몸에 땀이 흐르고 몸도 한결 가볍다. 그리고 바벨, 덤벨 등으로 근육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하면 준비 완료, 딸 집으로 출근(?)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콩콩이는 아침밥을 먹고 잠깐 놀다가 잠이 들었다. 다시 간식을 먹고 잠이 들고, 먹을 것만 주면 만족이다. 보채지를 않는다. 친구들이 저런 손녀 같으면 다섯도 보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짬짬이 책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언니의 과자나 장난감을 보면 아예 독차지하려 한다. 하기야 어른도 욕심을 버리기가 싶지 않은데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말을 못하니까 울음으로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이럴 때는 들어줘서 안 된다고 하긴 했는데…….
잠깐 거실 정리하고 간식 먹이는가 했는데 콩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많은 손이 오가야 할 주부. 말이 주부이지 직장을 갖고 있어서 가사나 육아에 전념할 수도 없다. 저출산을 걱정하지만 대책이 만만치 않다.
콩이가 돌아왔다. 생기가 넘친다. 놀이터에 가자고 보챈다. 아직은 날씨가 차서 걱정이지만 눈사람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겨울을 보내고만 터라 조금만 놀아주기로 했다. 놀이터가 공허하다. 아이들이 없다. 콩이가 천방지축 뛰어다니고 콩콩이가 뒤따른다.
얼마 전 종영한 방송드라마의 주인공이 시상 소감에서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강심, 강재, 달봉은 바로 어렸을 때의 내 모습이다"라고 말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가족이 우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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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추는 콩콩이 콩콩이가 기분이 최고다. 웨이브 춤을 춘다. 귀욤 얼굴을 한다. 우리는 박수를 쳐서 장단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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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운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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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가 춤을 춘다. 우리는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