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처럼 나의 아침 퇴근길은 아내의 출근길 배웅으로 시작된다. 4일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길에서 아내를 만났고 곧 집에 갔더니 쉼터에 머물고 있던 두 사람이 경기도 양평의 한 버섯농장에 취직이 되어 떠날 준비 중이었다.
사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전에 도착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사업주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아직 청춘인 두 여성은 전날 함께 쉼터에서 지냈던 다른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한 것이다. 과거 함께 버섯농장에서 일했다는 한국인 반장님에게 부탁해서 양평까지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곧 모닝커피를 권하더니 가능하면 함께 가줄 것을 청한다.
피곤한 몸에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낯설은 걸음에 평온을 구하는 뜻을 알기에 그냥 뿌리치지 못했다. 차로 간다는 말에 그럼 차에서 자면 되니 함께 가자고 했다.
아침 9시가 지나 쉼터에서 출발했고 교통 흐름이 원활해서 40여분이 지나 하남 휴게소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간식을 함께 먹었다. 10시 50분쯤 두 여성이 일할 사업장에 도착했고 사업주에게 버섯종균장과 회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받았다. 현장에는 캄보디아인 남성들이 일하고 있었다. 이주민여성노동자는 처음 고용한다고 했다.
사실 아직 농업분야에서는 고용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도 많다. 겨울철이 되면 월급을 받지 못하고 방만 제공받는 경우도 있고, 식사만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 취업현장은 규모가 크고 해외시장에도 버섯을 수출하는 등 안정성을 갖춘 사업장이다. 이번에 취업한 여성들도 새로운 일터는 겨울철에도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지친 몸으로 돌아와 어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피곤한 상태에 휴식을 취했고 다음날 격일 근무를 마쳤다. 하지만 24일 아침 퇴근길에 나서며 아내와의 작은 이벤트를 계획했다.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채우고 믹스커피를 준비했다. 아내에게 매교 사거리에서 만나자며, 잠시 벤치에 앉아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보온병 뚜껑에 물을 따르고 커피를 탔다. 바쁜 시간이지만 우리 부부의 틈새 데이트는 행복했다.
그렇게 아내를 배웅하고 퇴근해서 집에 갔더니 아내는 맛있는 밥을 지어놓고 출근했다. 곧 아침밥을 챙겨 먹고 30분 정도 잠을 청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아내와 점심 때 만나 볼 일을 함께 보았다. 그리고 전날 새로 쉼터를 찾아온 두 명의 여성에게 수원역으로 오라고 했다. 처음 수원을 찾았다고 해서 수원역 주변의 지리를 알려주고 수원역 주변에 네팔인 가게와 식당을 안내해주었다. 역 주변 안내가 끝나고 주변에 이주민센터와 외국인복지센터를 소개했다.
걸어서 향교와 팔달구 가족여성센터를 지나 지동시장까지 걸었다. 퇴근하는 아내와 함께 만나 비로소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퇴근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찰나처럼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 수많은 틈새들이 우리 부부의 삶을 장식하고 있다.
봄날에 우리의 삶에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쉼터에 와서 친구가 되어 새로운 직장을 구해간 두 번째 팀이 떠나고 또 한 팀이 들어왔다. 신기하게 하루도 쉼터가 빈 적이 없다. 두 사람씩 취업해가고 또 들어오는 이런 순리는 또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 일인지 흥미롭게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