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2일 오후 5시 57분]"유승민 원내대표가 매일 청와대와 연락하겠다고 해서 내가 옆에 있던 이완구 (전 원내)대표가 보는 데서 (어디 잘 되는지) '한 번 해봐라'고 말했던 것 기억나나?(웃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저희는 최소한 어제와 오늘은 계속 (연락)했다. 어제 공항에서도 만났고, 가급적 매일 하도록 노력하겠다. 매 시간이라도 좋다."(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원내대표가 되면서 매일 청와대와 대화하겠다라고 약속했는데 이 실장이 오셔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호탕한 웃음도 끊이지 않았다. 국회 당 대표실로 예방을 온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난 자리였다.
하지만 김 대표의 농담 속에는 '뼈'가 있었다. 김 대표가 밝힌 이 실장에 대한 큰 기대감 속에는 '불통'으로 비판 받았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 체제의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은근한 불만이 엿보였다. 이날 만남의 화두도 당청 간 '소통 강화'였다.
김 대표는 먼저 "흔히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에는 장고 끝에 홈런을 쳐서 저희들 맘이 좀 푸근하다"라고 덕담을 했다.
이병기 만난 김무성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원조 멤버"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경선 캠프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인연도 빼놓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 실장은 저와 유승민 원내대표와 이회창 총재 대통령 만들기 때부터 같은 식구로 일했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캠프에서도 원조 멤버였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감개무량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임기 3년이 남은 시점에 당 대표, 원내대표, 청와대 비서실장이 과거 훌륭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도원결의 했던 그런 심정으로 박근혜 정권을 반드시 성공한 정권으로 만들 수 있게 적극 협조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 정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일을 잘 풀어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실장도 그동안의 일방통행식 당청 관계에 대한 당 안팎의 불만과 비판을 의식한 듯 청와대의 '더 낮은 자세'와 '소통' 노력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그동안 소통을 안 했다는 게 아니라 여러분 보기에 다소 오해도 있는 것 같은데, 오해를 풀고 좀 더 긴밀한 당청 간 소통에 대해 상의 드리려고 왔다"라며 "더 낮은 자세로 당청 간 조화가 잘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비서실이 대통령을 충심으로 모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의를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른 어느 곳보다 당이 민의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당이 모아주는 민의를 가감 없이 전해서 좋은 정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이 실장과 정치적 동지의식 남달라"유승민 원내대표도 이 실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친근감을 나타냈다. 유 원내대표는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을 이끌던 야당 시절에 이 실장을 처음으로 뵙고 이후 정치적으로 같은 길을 걸어왔다는 동지의식이 남다르다, 이 실장께서도 그러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3년차가 시작됐는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실장과 김 대표, 제가 진정한 소통을 통해 박근혜 정부도 성공하고 새누리당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을 같이 찾아가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 원내대표는 지난 달 27일 이 실장 임명에 대해 유감을 나타낸 것에 대해 "국정원장을 너무 훌륭하게 잘 했는데 너무 (임기가) 짧아서 한 말씀 했는데 별로 섭섭하지 않으시죠?"라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공무원연금 개편안과 경제관련 법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면서 "임기 5년 중 반이 채 지나지 않았다. 아직 시간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저희들 노력 여하에 따라 집권 초 약속했던 공약을 시행할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충실한 심부름꾼이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이 실장은 고위 당·정·청 회의 정례화 필요성에 대해 뜻을 모았다. 이 비서실장은 예방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대표 및 원내대표,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석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 대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경제관료들이 옳은 것만은 아니다"
한편 이 실장은 새누리당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표는 이 실장에게 "소통을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고 이 실장은 "낮은 자세로 대통령을 보필하고 국민 여론을 들어 소통하겠다"라고 화답했다.
이 실장은 "야당에 자주 연락을 드리겠다"라며 "마지막 자리라고 생각하고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관련 법안을 놓고는 잠시 신경전도 있었다. 이 실장이 "경제 문제가 크니 야당도 도와달라"라고 하자 문 대표는 "경제 관료들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부동산 3법이 부동산을 살리는 법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전월세 대책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라며 "앞으로 경제관료들의 개발시대 논리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야당 말에도 귀를 기울여달라"라고 주문했다.
문 대표는 또 "남북 관계와 안보·경제 분야 등은 초당적 협력을 위해 대통령과 청와대가 야당 대표에 설명하고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고 이 실장은 "필요하면 그렇게 하겠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