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
2011년 3월 11일에 나는 동경에 있었다. 그날도 아침을 먹고, 가와구치시에서 전철을 타고 동경에 있는 학교로 등교하였다. 동경의 지하철은 한국보다 2배 많은데 인구가 2배 이상이니 지옥철이라 부를 만했다. 아버지는 내가 중학교 때부터는 역사를 배우는 것을 알고 있어서 동경에 있는 한국학교로 나를 입학시켰다.
당시, 13일은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우리가족 모두가 필리핀으로 떠나는 날이어서 11일이 일본에서 마지막으로 등교하는 날이었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종례시간 때에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미세한 흔들림이 느껴졌다.
대수롭지 않게 옆 친구에게 "지진이 나나 봐"라고 말했는데 그 친구는 흔들림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약 2분 후에 건물은 엄청나게 흔들렸다. 우리는 평소 연습한데로 책상 밑으로 숨었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운동장으로 나왔다.
11년간 일본에 살면서 한두 달에 한 번씩은 진도 3~5사이의 지진을 경험했지만, 진도 7 이상은 처음이었다. 운동장에 모여 있던 우리들은 집에 전화했지만, 핸드폰은 연결되지 않았다. 나는 학교에서 하염없이 부모님을 기다렸다. 집이 가까운 친구들은 귀가했지만,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나는 버스가 다닐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으로부터 오늘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까운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밤늦게 어머니와 통화가 되었고, 12일 새벽에 어머니가 오셔서 집에 올 수 있었다. 진도 7이상의 대지진 이외에도 진도 4~5사이의 여진이 계속 일어났다. 이러다가 일본이 바다에 가라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2011년 3월 13일 오전 하네다 공항으로 이동하여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동경의 풍경은 평온하였지만,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해서 발생된 재앙은 지금도 온 인류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인간은 핵을 제어할 수 있는가?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가 났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2011년 3월 12일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전력이 차단되어 냉각수의 공급이 중단된 후쿠시마 원전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었다.
국제원자력사상평가척도에 대한 잠정적인 상태 레벨 7로 최악에 상황으로 평가되었다. 일본은 지진이 잦아서인지 안전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국가다. 국민의 안전 의식 수준도 높고 아부나이(위험하다)병이 있을 정도로 입에 달고 사는 민족인데 원전이 폭발할 때까지 대처를 못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특별기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7개의 수수께끼 – NHK 과학문화부 기자, 프로듀서, 디렉터 등 6명이 집필'에 의하면 동경 전력 후쿠시마 제 1원자력 발전 사고에서 3년 반이 지난 2014년 9월 11일, 사고 대응 지휘를 했던 요시다 마사오 전 소장이 정부의 사고조사 검증위원회의 질문에 응답한 기록, 이른바 요시다 조서가 공개되었다.
이 조서의 핵심은 멜트 다운된 1호기가 수소폭발을 일으킴으로써 수습작업이 후퇴해 그 후 3호기의 수소폭발, 2호기의 방사성 물질의 대량 방출로 연쇄적으로 악화되어 갔는데 왜 1호기의 멜트 다운을 막지 못했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그 열쇠는 IC(비상용 복수기)에 대한 대응 부실로 밝혀졌는데 일본이 원전을 도입한 지 40여 년 동안 한 번도 이상을 일으킨 적이 없었으며 동작을 시켜본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이 계산한 원전의 2, 3중의 안전장치와 전력장치가 한 번에 무용지물이 되는 확률은 약 1억 분의 1이라고 한다. 이 확률로 인해 후쿠시마는 폐허의 땅이 되었고, 50조 원의 경제적 피해와 많은 주민들이 고향을 버려야 했으며 인근과 주변에 있던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은 갑상선 암을 일으키는 등 2차, 3차 재앙이 계속되고 있는 진행형 문제이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고 인류의 문제로 봐야 하며 과연 '인간은 핵을 제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답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성 1호기 재가동 결정을 책임질 수 있는가?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전은 1억분의 1의 확률도 간과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었다. 한 번의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진행형 피해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훈으로 캐나다에서는 이미 절반의 원전을 폐쇄시키는 중이고,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원전을 안전한 방법으로 해체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원전 전력 의존도가 약 26%로 아주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2년도에 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를 재가동 시킨다고 결정했다.
월성 1호기 재가동을 위한 투자비용과 캐나다의 월성 1호기와 수명이 비슷한 젠틸리 2호기 재가동을 위한 투자비용의 차이는 한국 국민에 큰 불안감을 주고 있다. 젠틸리 2호기를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약 4조 원 정도의 금액이 투자가 되어야 하므로 재가동을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월성 1호기는 재가동 투자비용 5600억 원을 책정하여 가동 준비를 하였다. 어떻게 비슷한 시기에 폐기된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한 비용이 약 8배 차이가 날 수 있단 말인가?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면 1년에 4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난다고 하는데, 노후 원전을 경제적인 이익 때문에 재가동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 점검을 실시하여 '계속 운전'을 승인했는데 수명이 다한 원자력을 재가동하기 위해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안전을 등안시하고 경제적인 논리를 앞세운 것이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억분의 1의 확률을 통제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한 것일까? 이 확률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한반도에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가 일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600조 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와 최대 85만명이 암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뿐만 아니라 진행형 피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