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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는 진짜 선생님이 되었다. 사실, 내가 초등 임용고시를 통과하고 선생님이 된 것은 작년 3월이다. 그러나 '남자 선생님'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학교에 부족한 체육 전담 교사 자리를 맡게 되었다. 회식을 갈 때마다, 선배 교사들을 만날 때마다 '저 담임하고 싶어요!'를 외쳐대니 신규 교사의 아우성에 질색이 되셨는지 나에게 꿈에도 그리던 담임선생님 명찰을 주었다.

아, 그런데 막상 '담임하고 싶어요!', '담임하고 싶어요!'를 외쳐 대서 담임선생님 명찰을 받긴 받았는데, 이 명찰을 보고 교실에 있자니 눈앞이 깜깜했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교육대학교에서 많은 이론들을 배웠고, 10주간의 교육 실습도 받았으며 임용고시도 통과했다.

심지어 체육 전담 교사이긴 하지만, 1년간 학교에서 근무한 엄연한 교사였다. 그러나 담임으로서의 스트레스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뭘 먼저 해야 할까?', '아, 빠뜨리는 건 없나?' 이 두 가지 생각이 온통 내 머리를 어지럽혔다.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지에 대한 판단도 잘 서지 않아

곧 채워질 비어있는 자리 (글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이미지 입니다.)
 곧 채워질 비어있는 자리 (글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이미지 입니다.)
ⓒ 고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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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가 뭘 모르고 있는 건지를 모르겠어요."

아주 정확한 나의 심정이었다. 난 내가 뭘 모르고 있는지를 몰랐다. 당연히 선배 선생님께 묻지도 못했다. '뭘 안 했는지, 뭘 했는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내가 처리하는 일들도 뒤죽박죽이었다. 이걸 막 만들다가 갑자기 저게 생각나면 뛰어가서 그걸 하고, 그걸 하다가 또 '아 저거 만들고 있었지?'하고 또 뛰어가고.

비효율적이고 비체계적인 작업들이 계속되었다. 뭔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선배 교사나 인터넷을 통해서 듣고 받는 자료들도 많았지만,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에 대한 판단도 잘 서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간은 야속하게도 3월 2일로 빠르게 나아갔다. 3월 1일, 나는 정말 초긴장상태였다. 공휴일이고 나발이고 나는 오전부터 학교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사실, 너무 긴장한 상태라서 무언가를 하긴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컴퓨터를 보던 내 눈의 시선을 들어 아이들 책상을 보면 더 긴장이 되었다. 내일이면 내 눈 앞에 보이는 교실에 아이들이 가득차게 되는 것이었다. 혼자 있어도 이리 긴장되는데, 스물여섯 방울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받자니 더 긴장이 되었던 것이다.

드디어 3월 2일. 교실 앞문을 당당하게 열고 아주 자연스럽게 (적어도 내 생각엔 그랬다.) 선생님 의자에 앉았다. 차마 눈은 못 마주쳤다. 아이들에게 긴장을 들킬까봐서 말이다. 미리, 아이들이 앉아 있을 위치를 적어준 덕분에 다들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조금 섬뜩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때, 그 침묵을 깨는 한 마디가 나를 향했다.

"선생님. 선생님이 진짜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에요?"
"어어... 그럼!"

아이의 다소 사나운 말투에 괜히 기가 죽었다. '내가 싫은가? 아니 어떻게 첫인상만 보고 내가 싫다는 거지?' 하지만 이내 환호가 터졌다. 우리 반 선생님이 남자라서 공부를 안 시킬 것 같다는 둥, 체육을 많이 할 것 같아서 좋다라는 둥, 자유시간이 많을 것 같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이유들 투성이었지만, 아무튼 다들 기뻐보였다.

일단, 다행이다.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2월 내내 거울을 보면서 웃는 연습을 했던 터라 방실방실 웃으며 아이들에게 설레는 첫인사를 건넸다.

"만나서 반가워요, 여러분. 선생님 이름을 아는 친구도 있고, 모르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 저는 오늘부터 여러분의 담임선생님이 된 고!상!훈! 선생님입니다."

덧붙이는 글 | 2015년 3월 2일부터 시작된 신규교사의 생존기를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태그:#선생님,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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