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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국민보도연맹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 툼>(빨갱이 무덤, 감독 구자환, 배급사 레드무비)이 극장 개봉을 위한 시민후원금 모금에 들어갔다.

<레드 툼>은 오는 6~7월 사이 일반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인데, 4월 말까지 후원금 3000만 원을 모을 예정이다. 이 다큐멘터리가 일반 극장에 내걸릴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을 끈다.

이 다큐멘터리는 1950년 한국전쟁 초기 이승만 정권에 의해 집단학살 당한 국민보도연맹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루고 있다. 당시 민간인들은 단지 인민군에 동조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 예비검속 당하고, 재판도 없이 산과 바다에서 집단 학살되었다.

 한국전쟁 전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 툼>이 극장 개봉을 앞두고 후원금을 모금한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한국전쟁 전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 툼>이 극장 개봉을 앞두고 후원금을 모금한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 구자환

이때부터 유행했던 말인 '골로 갔다'거나 '물 먹었다'는 지금도 쓰이고 있을 정도다. 이 말은 민간인들이 산으로 끌려가 죽임을 당한 것과 바다에 떼로 수장 당한 것을 표현한 것이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자는 23만~43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은 교과서는 물론 공교육에서도 다루지 않는다. 역사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조차 알지 못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아직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노무현정부 때 진실화해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집단학살 매장지에 대한 유해발굴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으나, 이것도 이명박정부 들어 중단되었다. 급기야 민간단체인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만들어져, 지난해 2월 경남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에서 1차 발굴했다. 이어 올해 2월 대전 산내면 골령골에서 유해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구자환 감독은 경남 마산, 진주, 창원, 거제, 통영, 밀양, 창녕 등 주요 민간인학살지 발굴현장과 유족들의 목소리를 취재해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이 작품은 2013년부터 각종 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다. 이 다큐는 2013년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을 받았고, 지난해 독립영화쇼케이스, 광주인권영화제, 인천인권영화제, 전주인권영화제에 초청받아 선보이기도 했다.

<자, 이제 댄스타임>의 조세영 감독은 이 다큐에 대해 "은폐된 무덤이 골골이 드러나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역사가 생생한 기억과 함께 육성으로 재현된다, 그들의 인터뷰는 각자 다르지만, 같은 곳을 향한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쌓일 때마다, 산천에 포개져 있는 죽은 자들의 뼈들이 몇 배로 늘어나는 듯하다"며 "카메라는 그렇게 구술의 역사가 되어, 오늘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그들을 학살한 이들은 누구인가? 왜 이들의 원통한 죽음에 사회는 여전히 침묵하는가? 죽은 자는 있으나, 죽인 자는 없는 세상, 그 뼈 무덤은 여전히 빨갱이 무덤인가?"라고 평가했다.

또 관객들은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무차별적인 민간인 학살"(붉은돼지), "이런 비인간적인 역사가 우리에게 있었다는 게 부끄럽지만 더 부끄러운 건 반백년이 지난 지금도 다 규명되고 보상받지 못했다는 점이다"(카티바), "그동안 감춰졌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흑역사, 영화 보는 내내 충격적이라 진짜 있었던 일인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드는 영화다, 1945~1950까지 감춰졌던 근현대사의 비극을 낱낱이 공개한 영화. 온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영화다"(qqor****)라는 반응을 보였다.

레드무비 측은 "영화 개봉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고, 극장 개봉 비용에는 약 3000만 원 가량이 소요되지만 빈손으로 영화를 만든 제게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라며 "그래서 뜻있는 시민들의 도움을 통해서라도 유족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영화 <레드 툼>이 이념적 문제로 묻힌 현대사의 질곡을 드러내고, 존중받아야 할 생명과 인권이라는 가치를 상실된 역사 속에서 되찾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구자환 감독은 "보도연맹 피해자들의 유해는 나무뿌리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세월이 많이 흘렀고, 이들의 유해가 자연으로 완전히 돌아가도록 내버려둔다면 우리 역시 후손에게 청산되지 못한 역사를 물려주는 것이 된다"며 "과거는 곧 오늘이자 미래다, 진정한 역사 청산은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레드 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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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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