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월 14일과 15일 이틀간 일본 시가현 오우미하치망시 히무레하치만구 신사에서 사기초 불 축제가 열렸습니다. 원래 일본에서 사기초는 정월 보름 무렵 새해를 맞이하면서 집 안팎에 만들어 놓은 새해맞이 꾸미개를 불에 태우는 것입니다. 원래 이곳에서도 음력 정월 보름 무렵 축제를 했으나 지금은 양력 3월 중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축제를 엽니다. 축제는 새로 시작하는 한 해 동안 건강과 행운,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불을 피운 뒤 불 주위를 돌면서 소리를 지르면서 불 둘레를 돕니다.
 사람들이 불을 피운 뒤 불 주위를 돌면서 소리를 지르면서 불 둘레를 돕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1월부터 시가현 오우미하치망시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주변 13개 마을 사람들은 각각 다시라고 하는 신 가마를 듭니다. 다시 신가마는 받침대, 어깨에 메는 부분, 꾸미개 따위 세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꾸미개 부분에는 12 간지에 따라서 그해 동물 모양을 콩, 미역, 다시마, 고추, 참깨 따위 농수산물로 만듭니다. 다시 신가마는 보통 30명 정도가 어깨에 메고 운반합니다.

14일 낮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든 다시 신가마를 메고 마을 중앙에 있는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앞마당으로 갑니다. 이 때 마을 사람들은 야레야레, 맞세맛세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이 말은 새해 봄을 맞이하고, 축복을 기원하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신 가마를 메고 마을 둘레를 도는 것은 우리나라의 지신밟기와 같습니다.

잔치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습니다. 오코노미야키, 다코야키, 군밤, 솜사탕 따위 먹거리, 놀거리가 장을 섰습니다.
 잔치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습니다. 오코노미야키, 다코야키, 군밤, 솜사탕 따위 먹거리, 놀거리가 장을 섰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지신밟기는 지신을 깨워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서 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전라도에서는 줄다리기를 하기 위해서 줄을 만들어 줄을 어깨에 메고 풍물을 앞세우고 마을을 한 바퀴 돈 다음 줄다리기를 벌입니다.  

14일 여러 마을에서 만든 다시 신가마는 마을 운영위원회와 신사 직원들이 심사를 하여 순위를 정합니다. 이 심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상금을 받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신가마를 메고 마을 둘레를 돌거나 신사로 이동합니다. 이때에도 야레야레, 맞세맛세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최근 여자들의 참여가 늘었습니다. 원래 남자들이 여장을 하고 참가했었습니다.
 최근 여자들의 참여가 늘었습니다. 원래 남자들이 여장을 하고 참가했었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15일 밤 8시 무렵에는 먼저 다섯 마을 신가마가 신사 앞마당에 모입니다. 이때에도 마을 사람들은 다시 신가마를 메고, 소리를 지르며 제자리에서 돌기도 하고, 신가마를 위 아래로 흔들기도 합니다. 원래 다시 신가마는 여장한 남자들이 어깨에 메고 운반합니다. 그러나 5 년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줄어들어 요즘은 남자 여자 구분 없이 모두 참가합니다.

밤 8시 무렵 다시 신가마가 한 곳에 모이면 마을 대표들이 신사 본전 앞에 가서 불씨를 받아옵니다. 불씨를 받는 횃불은 마을 주변 비와코 호수 주변에서 베어온 것을 묶어서 만들었습니다. 신사 구지가 복을 빌고 화로에 불을 붙여놓으면 갈대 횃불에 불씨를 받아서 가져다가 다시 신가마에 불을 붙입니다. 다시 신가마는 처음 5기를 한꺼번에 불태우고, 이어서 한 기씩 순서대로 불을 붙입니다.

다시 신가마에 불이 붙으면 마을 사람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불 둘레를 돕니다. 이때에도 마을 사람들은 야레야레, 맞세맛세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불이 다 꺼지면 마을 사람들은 신사 본전에 가서 복을 빌고, 신사 노무대에서 열리는 무녀의 축수를 받습니다. 이것으로 사기초 축제는 끝납니다.

시가현 오우미하치망시는 오사카에서 82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입니다. 그리고 축제가 열리는 곳은 오우미하치망역에서 4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사기초 축제가 열리는 이틀간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5만 명에서 7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축제를 여는 곳의 몇 배나 되는 사람들이 찾아와 열광을 합니다. 사람들은 사기초 불 축제를 구경하고 복을 빌기 위해서입니다.

사기초 불 축제의 시작과 끝에는 신사에서 복을 비는 의식을 행합니다.
 사기초 불 축제의 시작과 끝에는 신사에서 복을 비는 의식을 행합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참고 누리집> 오우미하치망 관광협회, http://www.omi8.com/annai/, 2015.3.16



태그:#오우미하치망, #사기초 불 축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