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저 먼 갤럭시 어딘가에서, 그녀는
푸른 하늘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시간은 늘 중력의 지배를 받으니까.
흘러간 흔적들을 잠시 찾아 보았다.
청도 유천의 옛 거리.
오래된 극장이 반갑고, 낡은 정미소에
황토빛 물감이 흐른다.
정미소 피댓줄에 감겨있던 감성들.
함지박에 떡을 이고 오고갔던 손길들.
중앙소리사에서 흘러나오던 낡은 LP판의 올드송들.
지금도 그 소리는 흘러나오고 있다.
나는 낡은 극장의 문 앞을 두드린다.
수많은 인연과 이별이 묻어 있는 목문.
창문을 넘나들었던 사랑의 밀어들.
어쩌면 극장은 오늘도 영사기를 돌릴지도 모르겠다.
은하계 너머 지구라는 별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를 그리워하며.
시간은 중력의 지배를 받지.
사라짐은 안타깝지만
안타깝기에 그 사라짐을 추억하는 것이다.
구생당 한약방의 외벽에 스민 까만 돌들의 미소.
그 미소에 취해 나는 오늘도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우린 그 중력의 밑바닥을 헤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