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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수정 추기경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열린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평화나눔연구소 개소기념 평화토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열린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평화나눔연구소 개소기념 평화토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경색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서 현재의 긴장과 대립국면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확대되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이 24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 산하 평화나눔연구소 개소 기념으로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토크'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런 목소리의 저변에는 진정성을 갖고 대화하게 되면 점차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화해와 평화의 길에 들어설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평화는 진정한 대화로 시작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평화, 진정한 대화에서 시작... 국제종교계와의 연대 활용할 수도"

이명박 정부 이후 현재까지 7년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돼 있는 상황에서, 한국 천주교의 실질적 대표자인 염 추기경이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인 그는 또 "지난해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구나 하면서 개성공단을 갔다 왔는데, 그 이후 자연스럽게 관련 소식에 관심이 간다"며 "개성공단이 처한 지금의 어려운 처지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한반도의 현재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성공단은 북측 노동자 임금규정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염 추기경은 지난해 5월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입주기업과 공단내 병원 등을 둘러봤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남과 북이 함께 화합하는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아픔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염 추기경은 이어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중에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면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한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한 강론을 상기했다.

염 추기경은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 종교인들은 북한과의 화해와 일치 그리고 평화를 위해 진심으로 그들의 잘못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습니까? 그보다 먼저 우리의 잘못을 돌아보고 그들에게 용서를 청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라며 종교인들이 먼저 대북 화해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 "남과 북이 연대의식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중간 다리를 놓는 일에 종교인들이 사명을 가졌으면 좋겠다. 필요하면 국제 종교계와의 연대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근에 이뤄진 쿠바와 미국의 국교정상화에 교황청이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소식에 저희들은 희망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와 남북 사이의 연대의식이 확대될 수 있도록 종교인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일본과도 대화하는데 형제라면서 왜 대화를 안 하나"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사진 왼쪽 두번째부터)와 법륜 스님, 최창무 대주교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열린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평화나눔연구소 개소기념 평화토크'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 구현에 필요한 종교인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사진 왼쪽 두번째부터)와 법륜 스님, 최창무 대주교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열린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평화나눔연구소 개소기념 평화토크'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 구현에 필요한 종교인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유성호

염 추기경의 연설에 이어 각각 개신교, 불교, 천주교에서 남북 화해를 위해 활동해온 경동교회 박종화 담임목사,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광주대교구장을 역임한 최창무 대주교가 '분단 70년, 한반도 평화와 종교의 소명-한반도 평화 진단과 해법, 그리고 종교인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평화토크'를 진행했다. 사회는 평화나눔연구소 소장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북한 사람들을 돕자는 것은 인도주의가 기본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기도 하다. 북에 갔을 때 '일용할 양식'이 없으니까 아무 얘기도 못하겠더라. 퍼준다느니 뭐니 하지 말고  배고프니 주는 걸로 하자."- 박종화 목사

"일제 강점기를 겪었고 (일본이) 과거사 반성도 부족하지만, (우리는) 일본과 수교하고 교류하면서 이익을 나누고 있다. 한국전쟁 때 중국은 우리에게 큰 피해를 줬지만, 지금 한중교역량이 한미와 한일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과 일본에는 이렇게 관용적인데 북한에는 왜 그렇게 못하나. 전쟁 피난민들의 아픔을 이해하지만 70년이 지난 지금 이걸 뛰어넘어야 한다."- 법륜스님

"6·25 전쟁을 겪은 사람은 8%밖에 안 남았는데, 지금 모두가 총들고 싸우고 있는 것처럼 갈등하고 있다. 안보라는 유령의 이데올로기가 남한 사람들을 옥죄고 있다. 어린 애가 물가에 가면 '누구집 애냐'고 묻기 전에 구하는 게 인간의 도리다. 중국, 일본과도 대화하는데 형제라면서 왜 대화를 안 하나. 남북 간에는 대화와 협력밖에 없다."- 최창무 대주교

이처럼 이들은 북한에 대한 지원과 남북화해를 적극 주문했다. 정부에 대한 조언과 비판도 잊지 않았다. 박 목사는 "통일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평화를 담보한 통일이 돼야 한다"며 "우선순위상 먼저 평화를 말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평화롭게 살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힘 없는 쪽이 손 드는 게 통일"이라며 "남한이 자신이 있고 민주적이라면 결국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통일 강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법륜 스님은 "지금까지는 분단 하에서도 성장과 번영이 가능했지만, 현재의 국제 상황으로 보면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며 "북은 체제 붕괴 위기에, 남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통일만이 해법인데, 남북 양쪽 다 뚜렷한 국가 비전을 못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중 강대국의 하위변수가 돼 끌려다니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창무 대주교는 "우리 내부에는 종북과 종미만 살아 있고, 연대의식을 좀 먹는 의식이 지배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한때는 이웃(일본)을 경제동물이라고 했는데, 통일비용이니 분단비용이니 하면서 너무 타산적이 됐다. 대박이라는 단어가 걱정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남북화해를 위해 종교인들이 적극 나서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법륜 스님은 "정부 간에는 갈등하더라도, 아사자가 나오고 아이들이 굶어죽는 일이 생기면 종교인들은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면서 "지난 7년간 남북관계와 대북지원이 막혀 있는데, 종교인들이 호소해보고 안 되면 그냥 (대북지원을) 해버리면 안 되겠나. 나중에 좀 (감옥) 살다 나오더라도 말이다"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또 "종교를 믿는 것은 보통 사람들보다는 선한 사람이 되자는 것인데, 최소한 종교인들이 누구 때려 죽이자, 미워하자고 앞장서는 일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보통 사람들보다도 더 북한에 미움을 나타내는 종교인들이 있는데, 거기에 우리(종교인들)의 약점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대주교도 "종교인들 먼저 반통일적인 언행을 하지 말고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다해야 한다"면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화 목사는 "정부가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을 구분하고, 민간에서 할 일을 종교가 힘을 합쳐서 해 나가자"며 "정부는 민간을 물가에 내놓은 애들처럼 보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민간이 더 낫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 "용서·화해 힘 믿는 종교인, 정부의 조심스러운 태도와 달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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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목사 "통일, 모든 어려움 극복할 만병통치약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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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성장 한계' 남한, '체제 갈등' 북한에 통일만이 유일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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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대주교#박종화 목사#법륜 스님#최창무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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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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