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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차 타고 있던 아저씨가 우리가 종이를 흔드는 거 보고 손 흔들었어. 이렇게 종이 들고 응원구호 외치면서 사람들에게 세월호 사건을 알려주면 되는 거지?"
"응. 모르던 사람들이랑 까먹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잊지 말라고 말해주면 우리 오늘 여기 온 거 성공적인 거야."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국승원(10)군과 장성윤(10)군은 세월호 1주기 추모 도보행진에 나섰다. 비가 내리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도서관 선생님을 따라 도보행진에 참여하게 됐다.

국승원군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가르쳐 줬는데 뭔지 더 궁금해서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두 학생을 데리고 온 이승희(50)씨는 "도서관에서 아이들한테 세월호 사건에 대해 말해주면 무서워하면서도 계속 질문을 한다"며 "아이들이 살아야 할 나라인 만큼 세월호에 대해 알아야 하니까 행진에 데리고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노란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선체인양', '진상규명'이라는 피켓을 들고 8km를 걸었다.

도보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행신역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선체인양'을 외치고 있다
 도보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행신역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선체인양'을 외치고 있다
ⓒ 송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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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들이 1박 2일 행진을 한 가운데 고양시에서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추모하는 도보행진이 열렸다.

5일 오후 1시 '고양시 세월호 1주기 집행위원회' 주최로 열린 '노랗게 피어나라' 행사에는 시민 250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고양시 행신역에서 일산 문화광장까지 3시간 가량 도보행진하며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즉각 인양을 호소했다.

참가한 시민들은 ▲ 세월호 인양하라 ▲ 정부시행령 폐기하라 ▲ 실종자를 가족품으로, 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오후 4시께 경기도 일산 미관광장에 도착한 시민들은 행사 참여 소감 발언과 노란 현수막 함께 걸기, 세월호1주기 추모주간문화제 행사를 이어갔다.

'집순이'였던 엄마들, 세월호 이후 변했다

'노랗게 피어나라'에 참여한 시민들이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노랗게 피어나라'에 참여한 시민들이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 송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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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정아 '노랗게 피어나라' 공동집행위원장은 "참사 이후 광화문에서 서명을 받고 도시락을 나르던 주부들이 이번 행사에 주체적으로 나서면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한 비율이 70% 이상은 된다"고 설명했다.

박소정(40)씨의 둘째 딸 전혜원(15)양은 엄마가 세월호 이후엔 뉴스를 보고 정치인들을 향해 욕하는 게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전양은 "엄마가 '나라가 변한 게 없다'며 아빠랑 이야기 하는데 그런 엄마아빠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다"며 "1년이 다 돼가는데 진실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의심만 늘어났다"고 말했다.

박씨는 "원래 나도 애들 학교일 아니면 신경 안 쓰고 살던 사람인데 세월호 이후로 변했다"며 "4월 16일 이후 정부의 행태를 보고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 같이 온 엄마들 중 누구는 '집순이'였고 누구는 자기 가족밖에 모르는 엄마들이었다"라며 "근데 자식 가진 입장에서 유가족들을 보면, 다른 건 몰라도 부모들한테 자식들 품으로 돌아가게 해줘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온 최정분(49)씨도 "안전한 나라에서 아들이랑 같이 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며 "그런 바람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도보행진이라는 작은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아들인 김용(15)군도 "세월호 이후 1년 동안 변한 게 없는 거 같다"며 "엄마가 오자고 해서 왔지만 이런 행사에 참여하고 나면 국가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들을 데리고 온 성미경(37)씨도 "정부가 유족의 요구를 무시한 채 시행령을 만든 것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에 색깔론을 입히거나 그만 좀 하라고 하지만 주변 엄마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악의적인 말은 인터넷 댓글로만 봤지 실제로 주변에 자식 있는 엄마들은 하나같이 아직까지도 안쓰러워 한다"고 덧붙였다.

일산 문화 광장에서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일산 문화 광장에서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 송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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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문화 광장에 도착한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한 시민의 소감발언을 듣고 있다
 일산 문화 광장에 도착한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한 시민의 소감발언을 듣고 있다
ⓒ 송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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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께 일산 문화광장에 도착한 행진단. 참여 시민들의 소감 발언과 추모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오후 6시쯤 광장 곳곳에 세월호 선체 인양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노란 현수막 걸기' 행사로 마무리됐다.

소감 발언에서 이정아 공동집행위원장은 "안전한 나라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이 참사와 그 뒤에 벌어지고 있는 더 황당한 일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오늘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은 억울한 죽음만을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위해 함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도 노란색 긴 현수막 위에 매직으로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싶어요', '세월호 꺼내주세요', '세월호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썼다.

행사 마지막 순서로 시민들은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는 아홉 명의 실종자가 있습니다. 세월호 인양이 꼭 필요합니다', '제발 유가족이 되게 해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통곡 세월호 인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등 세월호 인양과 안전 사회를 요구하는 현수막 780개를 광장 곳곳에 달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도보행진을 지켜보는 시민들도 도보행진단을 향해 응원을 건냈다. 아이들이 교통통제로 멈춰있는 운전자들을 향해 '이젠 돈보다 생명입니다', '정부시행령 폐기하라', '진상규명'이라 쓰여있는 피켓을 흔들자 자가용, 버스를 타고 있던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줬다.

행신역 근처를 지나가다 도보행진단을 본 김정숙(59)씨는 "세월호 이후 오히려 안전사건사고나 비리는 더 많아진 것 같다"며 "유가족들이 대부분의 시민들은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화정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시위행렬을 본 윤수경(40)씨도 "도보행진 하는 사람들이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는데 멈칫했다"며 "나부터 벌써 무뎌진 것 같았는데 이런 도보행진보고 다시 그날을 떠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보행진에 이어 일산 문화광장에서도 시민들의 관심은 계속됐다. 도보행진 참가자들의 소감 발언을 듣고 있던 이주현(19)양은 "1년 전에는 동갑인 친구들 일이라 세월호 이야기 를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친구들이랑 세월호 이야기를 거의 안 한다"며 "아직 1년밖에 안 지났는데 까먹었다가 또 이런 행사를 보면 무서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강은비(19)양도 "빨리 유가족이 원하는 대로 배를 인양했음 좋겠다"며 "1년이 지났는데도 법 하나 제대로 못 만들어 유가족분들이 삭발식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세월호1주기, #고양시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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