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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꽃에도 철쭉의 주요 독성인 그라야노톡신이 들어있어 이 꽃에 민감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그라야노톡신은 사약재료로 쓰이던 투구꽃의 독성인 아코니틴과 특성이 비슷하다고 한다(도봉산 포대능선에서. 2010.5)
진달래꽃에도 철쭉의 주요 독성인 그라야노톡신이 들어있어 이 꽃에 민감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그라야노톡신은 사약재료로 쓰이던 투구꽃의 독성인 아코니틴과 특성이 비슷하다고 한다(도봉산 포대능선에서. 2010.5) ⓒ 김현자

"야, 달맞이꽃 무지 많이 피었다. ○○엄마가 알려줘서 지난해에 저거 잔뜩 뽑아 효소 만들었다. 달맞이꽃이 몸에 좋다는 것은 잘 알지? 내려갈 때 조금 뽑을까? 너도 한 번 만들어봐."

봄이 무르익으며 나물을 채취하는 등산객이 자주 보인다. 해마다 봄이면 흔히 보는 풍경이다. 지난해 4월 말, 북한산 산행을 하는데 여자 등산객 둘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어라? 4월에 웬 달맞이꽃?'하며 그들이 반가워하는 꽃을 보니 4월 중순 무렵부터 피기 시작해 여름 내내 피는 애기똥풀이었다.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책표지.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책표지. ⓒ 문학동네
그녀들에게 "달맞이꽃은 여름에 피니 아마도 지난해 이즈음 채취해 담갔다면 그건 애기똥풀"이라는 말과 함께, 옛날 푸세식 화장실을 쓸 때 애기똥풀을 잘라다 그곳에 던져두면 구더기가 죽을 정도로 독성을 가진 식물이라고 알려줬다.

그랬더니 자존심이 상했는지 되레 화를 낸다. "식물을 잘 아는 사람이 알려줬다"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당신이 무슨 참견이냐?'는 눈치다.

애기똥풀은 지방에 따라서는 연한 순을 삶아 우려낸 뒤 나물로 먹는다. 또 간장질환 치료를 위해 애기똥풀을 그늘에 말려두고 달여 차처럼 마시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구황식물로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독성이 강해 애기똥풀을 함부로 먹으면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혼수상태에까지 이른다. 과거에는 유액을 극약으로 썼다고 한다.-<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에서

이처럼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오지랖 넓은 참견을 하는 이유는 국립공원에서 산나물과 같은 생물 자원 채취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처럼 유독성 식물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채취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나하고 무슨 상관이람' 싶어 그냥 지나치려는 순간, '잘못 알고 먹어 위험해 질 수 도 있다'는 아찔한 생각에 발을 멈추고 그들이 뜯는 나물을 나도 모르게 살펴보게 된다.

4월 즈음 산행을 하다 보면 앉은부채잎을 취나물로 잘못 알고 채취하는 사람도 종종 보게 된다. 앉은부채잎이 크기 때문인지 3년 전에는 곰취라고 좋아라 하며 뜯는 부부도 봤다. 그런데 필자가 아는 한 그들이 곰취라고 뜯었던 북한산 그 구간에는 곰취는커녕 취나물도 없었다. 게다가 앉은부채는 유독성 식물이다. 예전에는 묵나물로 먹었다고 하지만 말이다.

유독성 식물인데도 묵나물로 먹었던 식물의 조리법을 보면 '데친 후 오랫동안 물에 담가 독성을 제거해야 한다'거나, '데친 후 말려 먹는 묵나물로 먹어야만 한다'와 같은 특별한 손질법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산에서 자라는 나물이니 몸에 좋다고 생각하거나 약효에만 주목한 나머지 독성을 무시해 위험한 사고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지레 짐작해보곤 한다.

흔히 먹는 봄나물... 독성 유무 확인 잘해야

원추리는 나물로 많이 먹지만 고사리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데치지 않고 섭취할 경우 유독성분으로 인해 식중독 증세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 예로 2007년에는 인천시의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22명이 점심을 먹고 나서 복통과 울렁거림을 호소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2009년에는 경기 성남시의 대형 쇼핑몰 직원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직원 700여 명 가운데 80여 명이 복통, 구토, 메스꺼움, 설사,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이 두 사건의 주범으로는 식단에 오른 원추리나물이 지목됐다. 독성 물질을 충분히 제거하지 않은 채 반찬으로 제공했던 것이다. 원추리에는 콜히친이라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체내에서 산화된 후 이산화콜히친을 형성해 구토, 복통, 설사, 어지럼증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에서

 산이나 산과 인접한 초지에서 주로 자라는 원추리는 오래전부터 탕이나 국에 넣어 먹거나 나물로 먹어왔다. 새순으로는 김치도 담가 먹었다. 때문인지 집주변에 심어 먹는 사람들도 많은데 독성을 충분히 제거하지 않고 조리하면 식중독을 일으킨다.
산이나 산과 인접한 초지에서 주로 자라는 원추리는 오래전부터 탕이나 국에 넣어 먹거나 나물로 먹어왔다. 새순으로는 김치도 담가 먹었다. 때문인지 집주변에 심어 먹는 사람들도 많은데 독성을 충분히 제거하지 않고 조리하면 식중독을 일으킨다. ⓒ 김현자

책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가 이즈음 흔하게 먹는 원추리도 유독 식물이다. 어렸을 때 봄이면 한 번은 꼭 먹었던 나물인 데다, 이즈음 봄나물 중 한 가지로 시장에서도 비교적 저렴하게 파는 나물이라 원추리가 유독 식물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여간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워낙 흔히 먹는 봄나물인데 오래전부터 궁중에서 먹어온 나물인지라 잘못 먹으면 탈이 난다는 저자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혹시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 저자에 대해 잠깐 말하면, 3명이 공동 저자다. 대학에서 각각 생물학과 의학, 금속학 등을 전공했는데,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중독학이나 응급이 전문 분야다. 다른 한 사람은 환경 및 의학 전문 기자다.

이들은 그간 <식물 독성학>, <한국의 독초>, <독버섯 도감> 등과 같은 책이나 응급 의학 관련 책을 쓰기도 했다. 이 책은 독성이 있는 산나물을 잘못 알고 먹어 위험한 지경에 이르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이 안타까워 각각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모아 쓴 책이다. 정보의 폭이 넓고 깊은 것은 물론이다. 

헛개나무도 과하면 '독'

원추리 못지않게 책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진달래에도 철쭉과 같은 독성이 있다는 것과, 술독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 술을 많이 마셔 망가진 간과 대장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간염에도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 때문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헛개나무의 독성에 관한 것이다.

헛개나무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신부전증 환자가 헛개나무 달인 물이나 헛개나무 음료수를 다량 복용하면 신장이 크게 손상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에서 1992년부터 2008년 5월 1일까지 급성 독성 간염과 관련된 금성 간부전으로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헛개나무도 간질환의 한 원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헛개나무에 함유된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라는 물질은 간정맥 폐쇄성 질환을 일으키며, 간경변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 물질은 세포 내 DNA에 작용해 유전체 구조에 이상을 일으키고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에서

철쭉과 달리 진달래꽃은 독이 없고 천식과 고혈압에 좋다고 해서 봄이 되면 화전놀이에 쓰인다. 오래전부터 술로 담가 먹었으며, 요즘에는 효소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진달래꽃에도 철쭉의 주요 독성인 GTX(기자 주 : 사약 재료로 썼던 투구꽃에 포함된 아코니틴과 특성이 비슷한 성분)가 들어 있어 이 꽃에 민감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단다.

실제로 철쭉에 독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진달래꽃에는 독이 없다는 믿음에 식용에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저자들에 의하면, 이 때문에 오히려 진달래꽃 중독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해마다 봄이면 연례 행사처럼 보도되는 산나물 중독 위험 기사를 보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비슷한 내용으로 어김없이 보도되건만, 왜 해마다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까? 진달래나 원추리 나물처럼 알고 보면 위험한 식물이 우리 주변에 많은데, 언론들은 왜 해마다 같은 식물만 언급하는지 아쉽기만 하다.  

이 책 <독성을 품은 식물 이야기>는 진달래나 원추리 나물처럼 우리가 오랫동안 독성이 없다고 안심하고 먹어왔거나, 고사리나 은행열매, 피마자(아주까리), 까마중, 옻나무, 살구나무(살구씨) 등처럼 알고 보면 무서운 독이 있는데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의 독성들을 알려준다.

식물에 얽힌 역사적 사실이나 풍습, 꽃말, 생태적 특성이나 이름에 얽힌 이야기 등, 식물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어 무언가를 알아가는 재미를 풍성하게 느끼며 읽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도움 삼아 올봄에는 한 줌 뜯어 먹은 산나물 때문에 자칫 생명까지 위험에 처하는 사람들이 줄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우리 주변 식물의 독성이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임경수.손창환.김원학) / 문학동네 / 2014-04-03 / 2만 4000원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 우리 곁에서 치명적 유혹을 던지는

김원학.임경수.손창환 지음, 문학동네(2014)


#식물의 독성#원추리나물#진달레#앉은부채#헛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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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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